첫 퇴사의 여정

퇴사 일기 1

by 이재이

어느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3년을 가까이 일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용돈벌이 알바로 생각하여 계약서 형태도 신경 안 쓰고 6개월 계약을 했다. 그리고 계약 기간이 끝나고 자동으로 무기한 연장을 하여 2년을 넘도록 일을 더 했다. 처음보다 가르치는 수업과 학생 수가 늘어나고, 강의 외 기타 업무가 늘어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오랜 고민 후 퇴사를 결정했다.


사실 나는 정규직은 아니었기 때문에 "퇴사"라는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근로자로서 일을 한 것이니 편의상 "퇴사"라는 말을 쓴다.


내가 퇴사를 결정한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1. 쉬고 싶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강사를 했던 탓에, 나는 하루 종일 수업을 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교는 비대면으로 바뀌었지만 학원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 대학과 학원 사이 밸런스를 어떻게 맞췄을까? 한 동안 내 스케줄은 이랬다. 오전 10시에 학원에 출근을 해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학원 사무실에서 대학교 강의를 듣고, 저녁에 또다시 수업을 하고 저녁 9시에 퇴근했다. 이 스케줄을 1년 반 동안 지켰다. 물론 방학은 제외. 방학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원 일만 했다. 당연히 나보다 더 힘든 스케줄을 매일매일 지켜가면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느껴졌다.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평균적으로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을 했고, 종종 10시부터 10시까지 학원에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


2. 돈을 더 벌고 싶었다.

사실 내가 일한 만큼 보상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쉬고 싶어도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급여는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받았다. 최대로 많이 받은 것은 대략 180만 원... 왜 그렇게 됐을까? 일단 나는 근무 기간 내내 시급으로 받았다. 그런데, 학원에서 10시부터 10시까지 있었지만 12시간 전부 "근무시간"으로 받아진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10시에 출근하고 수업하다 3시부터 6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그리고 6시부터 10시까지 다시 수업. 브레이크 타임인 3시부터 6시까지 나는 간단하게 점심만 먹고 다시 학원 와서 기타 업무를 했다. 그때 안 하면 수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그냥 했다. 그런데 그게 근무가 아닌 브레이크가 되었던 것이다. 3시간이면 집에 가기도 애매하고, 약속 잡기에는 오후 3~6시... 애매했다. 그래서 12시간을 학원에 있으면서 그중 3~4시간은 아무것도 안 한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버렸다.


3년 가까이 일을 했기 때문에 퇴사 결정을 어렵게 했다.

그래도 결정을 내리고 원장 선생님한테 말을 했다. "저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아요."


원장 선생님은 나를 잡았다. 그래도 내가 학원에서 인기가 꽤 있던 선생님이라 그랬나 보다. 돈 욕심이 있어서 떠난다고 했더니 그럼 최소 얼마를 보장해 주겠다. 대신 지금보다 더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을 했다. 아니, 나는 지금 이미 죽어라 일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늘린다고?


그래서 나는 돈도 돈인데 스케줄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럼 스케줄을 줄여주겠다. 대신 그럼 돈도 덜 받는 거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적당한 근무시간과 내 실력과 노동력에 따른 보상이었다. 하지만 원장 선생님은 시급은 올려줄 생각이 없었나 보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제가 지금 이렇게 선생님한테 제시하는 조건들 정말 좋아요. 이렇게 편의 봐주는 학원 없어요."


정말 어이없었다. 그렇게 조건이 좋았으면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겠지... 원장 선생님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가스라이팅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고 말했다. 원장 선생님이 드디어 알겠다고 했지만, 그다음 말이 나는 조금 의문스러웠다.


"네, 그럼 오늘 말씀해주신 거니까 45일 후에 그만하는 걸로 하죠. 원래 퇴사 45일 전에 얘기해야 되는 거니까."


45일...? 내가 알기로는 30일이고 계약에도 30일이라고 되어있는데 갑자기 45일? 근데 뭐... 어차피 그만두고 뭘 할지 고민도 안 했기 때문에 45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퇴사 의사를 밝히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새로운 강사를 채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원장 선생님이 면담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면담을 했더니 이번에는 시급을 올려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만족을 못했다. 워낙 낮은 시급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두 배, 세 배로 올려줘도 고민되는 상황이었는데 고장 10% 올려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너무 쉬고 싶다고 했다. 드디어 납득하셨는지 알겠다고 하셨고 나는 드디어 퇴사를 했다.


이렇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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