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기 2
퇴사를 했다.
드디어 나는 해방이다. 이제 마음 편히 놀 수 있다. 학원 퇴사 직후 한 3주 정도 놀다가 문득 모아둔 돈이 없다는 것이 생각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월세도 내야 되고 기타 공과금도 내야 되는데... 돈이 없네?
그래서 나는 바로 다음 달에 일을 다시 시작했다. 물론 파견직이라 월급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하는 일이 별로 없어 현재로서는 만족한다. 일을 시작하고 바로 학원의 마지막 월급이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퇴.직.금.
퇴사 의사를 밝히면서 퇴직금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당연히 주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을 했었다. 혹시 정산이 늦어지는 건가? 싶어서 한 달 더 기다렸다. 그런데 안 들어왔다. 그래서 오랜만에 원장 선생님한테 연락을 했다. 간단하게 안부인사 전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 혹시 퇴직금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이 싫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좋게 좋게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아~ 쌤은 프리랜서라서 퇴직금 없어요. 그래서 정직원 제안드린 거였는데. 돌아와요 쌤~" 이렇게 답장이 왔다.
처음 계약했을 때는 짧게 일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계약서가 프리랜서 계약서였던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프리랜서 계약을 했어도 나는 프리랜서처럼 일을 한 게 아니라 정직원처럼 일을 했는데, 정말 못 받는 건가?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봤다. 블로그도 찾아보고 고용노동부 공식 사이트에서도 찾아보고 심지어 변호사 상담까지 받았다. 모두 계약 형태와 상관없이 근로기준에 따라서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러 조건을 통합해서 보는 거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내가 봤을 때 나는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원장 선생님한테 다시 연락해서 설명을 했다. 블로그 링크와 고용노동부 사이트 링크를 보내면서까지 이런 근거로 나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원장 선생님은 학원 노무사와 확인 후 다시 연락 주겠다면서, 그래도 "납득"이 안 가면 노무사랑 직접 연결시켜준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납득"할 게 무엇이 있을까...? 단어 선택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다.
며칠 뒤 원장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다.
"노무사님은 쌤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퇴직금 줄 의무가 없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럼 노무사님이랑 직접 연결시켜주세요.
그 뒤로 한 달이 넘게 잠수. 아무 연락이 없었다. 알겠다, 말겠다 답장 조차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한 번 더 참고 다시 연락을 했다.
"노무사님이랑 연결시켜달라고 부탁드렸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어서 다시 연락드려요."
이번엔 동의를 구하고 말해주겠다고 대답이 왔다. 당연히 개인정보니 동의 없이 그냥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다시 연락이 왔다.
"노무사님이 말씀하시는 게 쌤이 주장하시는 건 틀리고 전화할 의무가 없다네요."
이렇게 화가 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참았던 화가 한 번에 다시 몰려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답장해봤자 감정만 상할 것 같아 바로 증거 모으는 데에 힘을 썼다. 내가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일을 했다는 증거를 하나 둘 모아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정서를 접수했다.
사실 퇴직금을 이토록 받고 싶은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받지 않으면 내가 3년 가까이 일했던 시간과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다.
퇴직금은 사업장이 "그동안 우리 사업장에서 일해서 수고했습니다."라면서 주는 것이라고 들었다. 나는 얼마나 수고했는가. 환불하려는 학생 붙잡고, 재등록 고민하는 학생 상담하면서 나만 믿으라고 붙잡고, 새로운 커리큘럼도 만들고 그에 맞는 교재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퇴직금을 주지 않는 학원이 나의 땀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퇴직금을 전부 받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괘씸하기도 했다. 내가 납득이 안 가면 노무사랑 연결시켜주겠다고 먼저 말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전화할 의무가 없다니... 그리고 그렇게 붙잡더니 정작 중요한 퇴직금을 안 주려고 그렇게 애를 쓰다니... 괘씸해서라도 무조건 다 받아야지.
이제 고용노동부에 출석하는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