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한국이란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 아닙니다

by 이재이

외적으로 봤을 때, 그리고 서류상 나는 한국인이 맞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에 왔을 때,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나에게 한국은 언어 빼고 모든 게 다 낯선 나라였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치한이었다.


멕시코에서는 대낮에도 나 혼자 나가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늘 부모님과 함께 나가거나 친구들과 단체로 움직여야만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 혼자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나가면 된다. 또 수도권은 대중교통도 편하기 때문에 차가 없어도 웬만한 곳은 갈 수 있다. 그리고 어딜 가나 CCTV가 많아서 안전하단 느낌을 더 받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한국의 교육열이었다.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했던 아르바이트가 동네 학원에서 초중고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일단 초등학생들이 학원을 다닌다는 것부터 나는 충격이었다. 초등학생을 밖에서 뛰어놀고 게임하는 나이 아닌가...? 더군다나 학원을 한 군데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여러 학원을 다닌다. 그럼 그 아이들은 언제 놀지?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중학교 과정을, 중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 학습하는데, 이 또한 나에게는 낯선 개념이었다. 사실 지금도 이해가지 않는다. 아니, 어차피 학교에서 다 배울 텐데 왜...? 멕시코에서 학원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들을 배우기 위해 다닌다. 주로 외국어나 운동, 미술, 음악 등을 배우러 다녔다. 그 마저도 대부분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처럼 수업들이 있어서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많이 없었다. 선행학습 역시 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하더라도 혼자 예습하는 정도였지, 체계적으로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애초에 그런 학원이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특히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들은 주 대화가 학창 시절 얘기였는데, 모두 서로 공감하면서 맞장구칠 때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리고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도 꾸준히 경험했다.


"멕시코? 위험한 나라 아니야?"로 시작해서, "마약 해봤어?" "대마 피워봤어?"부터 "그럼 너도 막 총 들고 다녔어?"까지, 멕시코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그럼 이성관계에 대해 엄청 개방적이겠네."처럼 외국생활 자체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친해진 후에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두 가지가 있다.


"외국에서 그렇게 오래 산 줄 몰랐어. 티가 하나도 안 나."


티가 안 난다는 게 무슨 뜻일까?


나는 그냥 한국어를 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긴 한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한국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상) 한국어 발음이 조금 어색한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렇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물론 한국어가 완전히 편하진 않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는 큰 문제없지만, 글을 쓰거나 조금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때는 티가 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단어들도 잘 모를 때가 많고, 말하거나 글을 쓸 때 문장 구조가 어색할 때도 많다. 그래서 내 생각을 표현할 때 나는 영어가 훨씬 편하다. (멕시코는 스페인어를 쓰지만 중고등학교가 국제학교였기 때문에 영어를 더 많이 썼다.) 그래서 한국어로 말을 하다가도 영어가 나올 때가 많다.


언어의 장벽도 느끼고, 같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들을 생각해보니, 나는 완전히 한국인도 아니라고 느낀다.


그러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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