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멕시코란

멕시코가 나의 고향이 될 수 없는 이유

by 이재이

나에게 유치원 시절의 기억은 거의 없으니 내 어린 시절 기억은 대부분이 멕시코에 대한 기억들이다. 그러니 멕시코가 고향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 동의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래도 난 멕시코에서 한 순간도 이곳이 나의 집이라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스페인어를 잘하고 멕시코 문화를 잘 알고 따른다고 해도 외모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그냥 외국인이었다. 어딜 가서 완벽한 스페인어를 구사하면 "오, 스페인어 어디서 배웠어요?"라는 질문을 항상 받았다.


사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멕시코의 인종은 주로 유럽계 멕시칸, 원주민의 후손, 그리고 유럽계와 원주민 사이의 혼혈인 메스티소(Mestizo)다. 그래서 미국처럼 동양계 멕시칸은 없다. 외적으로 멕시코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나는 항상 길거리에서 눈길을 끌었고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 간혹 내 앞에서 대놓고 스페인어로 내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별다르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나는 해당 학교에 처음으로 입학한 동양인 학생이었다. 같은 반 학생들도 동양인은 처음 봤는지 신기해했다.


하지만 그 신기함은 곧 다름을 인지함과 동시에 괴롭힘으로 변했다.


학교의 모든 학생이 나를 알았고 나를 "치나(china - 중국인)"이라고 부르며 나를 볼 때마다 양 눈을 찢곤 했다.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칭챙총 (ching chang chong)"이라는 말을 반복하거나, "곤니치와," "니하오," 등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 중국어로 된 말을 나에게 던지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괴롭힘인 줄도 모르고, 나는 치나가 아니라 "꼬레아나 (coreana - 한국인)"이라고 얘기하면서 한국의 인사는 곤니치와나 니하오가 아니라 안녕이라고 고쳐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은 나를 계속 치나라고 불렀고 곤니치와나 니하오라고 인사했다. 심지어는 나를 "치나 포블라나 (China Poblana)*"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내가 살던 도시의 이름이 Puebla 푸에블라인데, 푸에블라의 남성을 포블라노(Poblano), 여성을 포블라나(Poblana)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치나 포블라나는 푸에블라의 중국인이라고 번역할 수가 있다.


나의 또 다른 별명은 디즈니의 동양인 히로인인 뮬란이었다. 사실 당시에 동양과 관련된 모든 것이 나의 별명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나는 멕시코가 내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멕시코에서의 첫 기억나는 경험이 이런 괴롭힘이기 때문에, 나는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 왔다는 생각에 집처럼 편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나는 멕시코에 다시 간다면 여행을 하는 것이지 고향에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글의 핵심은 내가 멕시코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기 대문에 멕시코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멕시코를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 정말 좋아한다. 멕시코에서 살면서 제약은 많았지만 좋은 경험도 많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이 글의 나오는 내용들은 나의 멕시코 경험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멕시코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은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서양인이 느끼기에 대한민국도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다른 글에서 포스팅할 예정이다.)


*치나 포블라나는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로, 멕시코가 스페인 식민지였을 당시 푸에블라로 끌려온 동양인 여성이다. 그리고 현재 치나 포블라나는 멕시코 전통 의상 중 하나를 지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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