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 가는 날

부모님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날

by 옥곡재

아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은 후 공익으로 판정받았다. 아내는 다행이라 했고, 난 다행과 서운함의 딱 중간이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라면 모름지기 삽질을 해도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육군 병장 출신이다. 나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군대 생활 기간만큼은 오롯이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들이 공익으로 근무하면 고생은 덜 하겠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내색은 금물!

그런데 갑자기 현역으로 자진 입대를 한다고 선언했다.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참 잘 생각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주위에 군대 가기 싫어 이런저런 사유를 만들어 기피하려 아이들도 있는데, 스스로 가겠다고 하니 얼마나 기특한지!


드디어 입대하는 날, 아내는 연가를 냈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입영부대로 가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고 1980년대 나의 군대생활을 예로 들면서 그때에 비하면 수련회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기간도 거의 반으로 줄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적응하라는 등 두서없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입대하는 아들 귀에는 이 얘기가 한 마디도 들어가지도 않았겠지만.


부대 부근에 도착하여 세 식구가 점심을 먹고는 부대로 차를 몰았다. 이미 연병장에는 차가 꽉 차 있고, 입영식을 거행하는 대강당에는 입소하는 아이들과 같이 온 부모들과 친구들로 가득했다. 부모들은 강당 양쪽에 모여 웅성웅성, 입영하는 아이들은 긴장한 얼굴로 쭈뼛쭈뼛......

자세가 딱 잡힌 현역병들이 입영식을 연습시키기 위해 아들들을 데리고 나간 후 부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설명한다. 세탁기에 건조기, 식당과 메뉴, 내무반 환경에 화장실 시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부대장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언제든지 문자나 전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군대 가는 입영식이 초등학교 입학식이랑 너무 비슷하다. 격세지감이고 상전벽해다.


드디어 군악대의 군가에 맞추어 아이들이 열과 오를 맞추어 강당 안으로 들어와 가로 세로 줄이 딱 맞게 자리 잡고 도열했다. 부모들은 자기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목을 빼고 찾는다. 2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두 까까머리로 도열했는데도 아들이 쉽게 찾아지는 걸 보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아내는 옆에서 이 짧은 시간에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아이들이 이렇게 변했냐며 툴툴거린다.


입영식이 끝나갈 즈음 아이들은 강당 양쪽에 있는 부모들을 향해 돌아서서 거수경례를 한 후 제자리에서 큰절을 했다. 이때가 진짜 아들이 군대를 가는구나 마음이 짠해지고 가슴 한편이 싸해졌다. 아내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여기가 입영식의 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이크를 잡은 부대장이 선심을 쓰듯 아들들과 작별의 시간을 5분간 준다고 한다. 모두를 뛰어가 아들을 안아준다.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가득하다. 나도 아들을 꼭 안아주고 잘 참고 건강하게 훈련 마치라는 당부를 했다. 아내는 울면서도 할 말을 다한다. 밥 잘 먹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고, 아픈 데 있으면 참지 말고 바로 얘기하고...... 아들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허공에 두고 말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의외로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아이들이 꽤 있다. 아들 근처에 혼자 부동자세로 서서 정면만 바라보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다가가 한 번 안아주고는 처음 이삼일만 잘 지내면 금방 적응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건강하게 제대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는데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핑 돈다. 나름의 사정으로 오지 못한 부모의 마음,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입영식은 단체로 부모에게 절을 한 후 끝냈어야 했다. 엄마랑 같이 우는 아이들과 혼자인 아이들.... 소외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개별적 작별의 시간은 없애야 한다.


스무 해 넘게 옥이야 금이야 키운 아들을 부대에 놓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비로소 알았다. 내가 입대하는 날 우리 엄마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었다는 걸. 그땐 몰랐는데 내가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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