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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May 29. 2020

둘째를 낳아야 할까요?

 처제는 우리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물론, 같은 동네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차로 한 10분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어서 아무래도 왕래가 잦다. 우리보다 2년쯤 먼저 결혼한 처제는 모든 것이 우리보다 2년 정도 빠르다.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을 때 처제에게는 아이가 생겼고, 우리가 결혼하자 곧 아이가 태어났다. 와이프에게는 첫 번째 조카여서, 우리는 자주 아이를 보러 놀러 갔고, 점점 더 정이 쌓이고 친해졌다.

만날때마다 재미있게 놀아준 덕분에 예쁜 조카는 이모보다 이모부를 좋아할 만큼 나와 친해졌고, 가끔 이모부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끈끈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 조카의 득을 크게 보고 있다. 둘 다 딸이다 보니 옷이나 장난감을 거의 물려받고 있고, 내가 너무 귀여워서 선물해준 것들도 대부분 우리 아이에게 돌아오고 있다. 심지어 육아를 앞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너무나도 좋은 상담사가 되어주곤 한다.

많은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아이를 처음 낳고 함께하다 보면 큰 고민에 쌓이게 된다.

"둘째를 낳아야 하나?"

많은 주변 어르신들은

하나면 너무 애가 외로워서 안 된다.
그래도 둘은 있어야 한다.
낳을때 빨리 낳아서 고생할 때 한번에 하는 게 낫다.

정말 다양한 조언으로 둘째를 종용한다. 우리 부부 역시 둘째에 대한 고민이 부정적이지는 않다 보니 어느 타이밍에 낳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장인어른이 하시는 과수원에 일을 도와드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여름이 오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이어서, 처제네와 우리는 주말에 시간을 맞춰서 같이 갔다. 장인어른과 사위들은 하우스설치를 위한 일들을 함께했고, 장모님과 처제는 포도나무에 순을 치는 작업을 했다. 자연스럽게 와이프가 아이들을 보게 되었는데, 한참 일을 하던 중에 아기 띠를 하고 한 손에 조카의 손을 잡고 포도밭에 나온 와이프를 보고 나는 빵 터졌다.

"둘째 체험입니까?"

내가 농담처럼 던진 그 한마디가 와이프에게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보통 3살 터울은 아이들의 입학과 졸업이 겹쳐서 안 된다는 조언들 때문에, 2살이나 4살 터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4살 터울은 와이프의 나이도 있고, 좀 나아질 때쯤 또 힘들어지는 느낌이라 2살 터울이 좋을 수도 있겠다 했지만, 지금 7개월인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 준비를 해야 2살 터울의 동생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 7개월인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면 지금 15개월 차이가 나는 조카와 터울이 같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와이프의 상황이 우리가 2살 터울의 둘째를 낳았을 때 일어날 실제 상황이다.

" 아 진짜 이건 아닌 것 같아. 우선 둘을 같이 재울 수가 없어. 동시에 잠이 들지도 않을뿐더러, 한 명이 자면 나머지 한 명이 자꾸 깨우고 해서 감당할 수가 없어. 어떻게 둘을 키우지?"

이제 하나인 아이도 겨우 적응되고 익숙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의 등장이 우리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첫째라고 해서 다 큰 것이 아녀서 둘에게 사랑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우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둘째를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아이가 혼자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에게도 와이프에게도 형제자매가 있어서, 아무리 싸우고 다투며 자랐다고 하더라도 점점 더 의지가 되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도 우리 아이에게 살면서 서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가족을 더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인데, 그로 인해 아이가 사랑을 덜 받게 되거나 우리가 힘들어서 덜 신경 쓰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과연 옳은 일일까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친구중에 결혼을 일찍 하고 일찌감치 아들을 둘 낳아서 어느새 학부형이 된 놈이 있다. 그 친구는 키울 때는 힘들어도 막상 키우고 나니 이제 자기들끼리 놀아서 편하다고, 둘이니까 이제 너희끼리 집에서 놀라고 하고 부부끼리 데이트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막상   '키울 때는 힘들지만'에서의 힘듦의 강도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고민한다.

"둘째를 낳아야 할까?"

정답이 없다는 것도 알고,힘들어도 모두 잘해낸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아무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조언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진지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잘 고민하고 상의하고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 우리 아이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은 만큼 둘째도 또 다른 세상을 선물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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