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치 볶음을 잘 만든다. 내가 자신 있어하는 요리가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김치 볶음은 실패한 적이 없고, 항상 좋은 평가를 받는다.
아내는 지금 육아휴직 중이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를 보며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보통 우리 아이 또래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거나 문화센터에 가서 다양한 수업을 듣기도 하는데, 코로나 19의 여파와 되도록이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아내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는 주로 집에 있다. 그러다 보니 아내의 삶은 아이의 상태에 따라서 모든 게 좌지우지된다.
아이가 오전에 낮잠을 자야만 아내는 겨우 밥을 먹을 수 있고, 오후에 낮잠을 한 번 더 자야만 점심도 먹고, 집안일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노는 것에 재미가 들린 아이는 쉽게 잠들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내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워진다.
"오늘 김치 볶음 해준다고 했는데, 못했다. 그럼 나 내일 밥 먹을 거 없는데.."
얼마 전 3가지 종류의 이유식을 만들고 힘들게 잠자리에 들어갔을 때 아내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아내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나를 탓했던 것도 아니고, 자신이 내일 먹을 것이 없다고 걱정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새벽부터 잠에 깨어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아이의 방으로 갔다. 비몽사몽으로 겨우 아이를 재우고 나니 새벽 5시 반. 부지런히 잠에 들면 2시간을 더 잘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아이를 재우다가 내 잠은 모두 달아난 상태였다. 나는 문득 그 전날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아내와 아이가 깨지 않도록 방문들을 닫고, 밥부터 했다. 밥이 되는 동안 파를 썰어 파 기름을 내고 깡통 햄도 넣어서 볶았다. 매실청을 조금 넣어서 단맛을 먼저 입힌 후에 썰어놓은 김치를 넣어서 볶기 시작했다. 원래 양파를 함께 넣어서 볶으면 더 맛있지만, 양파를 다 써서 아쉽게도 넣지 못했다. 김치가 다 볶아질 때쯤 마지막으로 들기름을 두 바퀴 둘러 넣었다.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김치 냄새와 섞여서 입맛을 자극했다.
"역시"
나는 김치 볶음을 잘한다. 맛을 보니 내 기준에서는 완벽했다. 시간이 남아, 하는 김에 계란말이도 하기로 했다. 중간에 치즈까지 넣어서 고소하고 짭짜름한 치즈 계란말이가 완성되었다. 그 사이 밥은 기차 소리를 내며 뜸을 들이고 있었고, 아침 우렁 총각 역할을 완수했다.
우리에 삶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다.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것도.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하는 것도. 적어도 우리는 서로의 역할들이 비교하며 서로에게 상처 줄 만한 부분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서로를 돕고 이해한다면, 삶 자체의 고단함이 사람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내가 볶아낸 김치와 계란말이로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만들어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고 고맙다고 이야기해주는 아내의 반응에 삶의 달콤함을 느꼈다.
삶은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 서로 작은 노력과 사소한 감동으로도 충분히 달달하고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작은 노력이 직면해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잠시 잊고 웃게 해 줄 수는 있으니 말이다. 마치 지극히 평범한 볶은 김치와 치즈 계란말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