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앞으로도 계속 말해야지.

by 박희종

우리는 결혼 3년 차다. 10개월짜리 딸아이가 하나 있고, 아내는 지금 육아 휴직 중이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항상 행복하고 고단하다. 신혼의 달달함은 짧았지만 강렬했고, 그 이후 아이가 생기고 태어나면서 우리의 삶은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

"요즘도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어. 당연하지."

"최근에 말씀하신 게 언제신데요?"

"어젯밤?"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팀원이 밥을 먹다가 무심코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고, 그 친구는 조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꽤 오래 만난 여자 친구와 조금은 투닥거리고 있는 시기여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 같은 그는, 나의 반응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나는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내가 아이를 이뻐하는 것도, 내가 지금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굳이 쑥스러워할 필요 없이 순간순간에 바로 표현하고 말한다.

우리는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만이나 불안, 걱정이나 근심, 시기나 질투. 내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는 감정의 변화들이지만 그것을 겉으로 나타내는 일에는 참 어려워하고 힘들어한다. 물론 지금 예를 든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들이나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나 역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덮고 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사회적 습성은 단순히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들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행복을 경험하고 있다. 아주 소소한 행복부터 평생 잊히지 않을 만큼의 커다란 행복까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의 행복이나 감정 등을 예의나 체면, 혹은 쑥스러움과 낯간지러움이라는 이유로 조금씩 감추고 살게 된다.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집 앞에 산책을 나가거나,

근사한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는 일,

여러 장 찍은 사진 중에 너무 맘에 드는 사진을 찾았을 때,

그리고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나는 아빠의 퇴근을 반기는 아이를 볼 때 내가 이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고, 이 아이를 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갈 때 행복을 느낀다. 아이가 잠들고 늦은 저녁과 시원한 맥주를 한잔 나눌 때, 결혼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함께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서로의 온기를 느낄 때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낀다.

우리는 조금 더 우리 마음을 잘 들려다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삶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이렇게 살아나갈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지탱해줄 만큼의 분명한 행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복들은 우리가 떠올리고, 확인하고, 입 밖으로 꺼내야만 정말 나의 것이 되고 나의 삶을 풍족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표현하자.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나에게 감사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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