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가을 먹거리 중에 가장 느리게 여뭅니다. 가을을 알리는 포도로 시작해서 탐스러운 고구마들을 땅에서 꺼내고, 긴 장대를 휘둘러 밤과 호두까지 털어도 감은 여전히 푸른빛을 띱니다. 사과가 여물고 배를 다 따고 나서도, 여전히 소식이 없는 감은 겨울 과일인 귤까지 나와야 그제야 수줍게 얼굴을 붉힙니다.
그래도 감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잘 익은 감을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아직 덜 익은 감을 따서 차가운 창고에 두어 하나씩 익어갈 때마다 꺼내 먹는 것이 좋습니다. 덜 익은 감의 껍질을 깎아 창가에 말려두면, 세월에 바람에 그 맛이 더 진해져 추운 겨울 내내 든든한 간식거리가 됩니다.
추운 겨울 처갓집에 놀러 가면, 아버지께서는 불룩한 곶감을 내어주십니다. 그 곶감에는 가을에 수확한 고소한 햇호두가 가득 들어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배도, 마음도 든든해지곤 합니다.
우리는 모두 빠른 사람 일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도, 그 무엇도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당신은 감과 같아서 남들보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가까운 친구와 먼 친척, 바로 옆에 가족과 옆에 옆에 엄마 친구 아들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일들의 수확을 보며, 우리의 계절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절도 어쩌면 감처럼 바로 먹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섣불리 먹은 감은 그 떫은맛이 너무 오래가니 말입니다.
그래도 시간은 분명히 우리에게 답을 줍니다. 기다린 시간만큼 더 진한 향을, 견뎌낸 바람만큼 더 달콤한 맛을, 잘 참아온 만큼 더 긴 행복을 말입니다.
주말에 감을 따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징그럽다."
너무 많이 달려서 따도 따도 줄지 않은 감을 10 상자나 따고, 아직 반도 더 남은 감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나무 가득 담긴 감들이 우리 가족의 겨울 내내 든든하게 꺼내 먹을 추억이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기도 했습니다.
감이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지금 당장 먹지 못하는 감이라도, 붉게 익은 감을 보면 조금 더 느릿하게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