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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의 중독되어 버린 나

나를 움직이는 힘

by 박희종

나는 "역시"라는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해주는 "역시"라는 말에는 나에 대한 기본적인 인정과 기대감이 바탕에 깔려있고, 결과에 대한 만족과 감탄이 얹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라는 말을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하고, 그들이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역시"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시"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는 아이 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좋아했고, 칭찬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는 내내 발표왕으로 불릴 만큼 수업시간에 손을 열심히 드는 아이 었고,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으로 칭찬을 받고자 했다. 연극동아리에 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축제 때 사회를 보고, 대학 홍보모델로 열심히 대외활동을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공연을 하기 위해 직접 희곡을 쓰고, 시나리오도 열심히 써써 많은 공모전에 지원하곤 했다. 나는 끊임없이 남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칭찬받고 인정받기를 원했고, "역시"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처음 연극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색하다고 얘기했다. 그들이 생각할 때 나는 항상 독특한 사람이었고, 개성이 강한 사람이며, 조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당시의 나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 했고, 다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범한 삶을 시작한 나는 많이 불안했고, 많이 방황했으며, 많이도 옮겨 다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이었으며, 남들에게 "역시"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즉,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직장도 나쁜 환경은 아니었다. 특히, 성인교육자로서의 나의 직업은 "역시"라는 말을 듣기에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경험을 살려서 최대한 재미있고 유익한 강의들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했고, 누구든 요청만 하면 거절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강의를 하며 경험을 쌓았다.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시간들은 나를 무럭무럭 성장하게 만들었고,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은 빠르게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다른 교육자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브런치를 통해 또 다른 "역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첫 책을 발간했을 때, 나와 친했던 전 직장 후배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 역시, 달라! 형은 진짜 생각하는 거 다하면서 사는 거 같아요"

다시 글을 쓰게 되고, 다시 꿈을 꿈꾸게 되면서, 나는 새로운 "역시"를 기대하고 있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새로운 글을 읽고 해 줄 "역시"

직장에서 본받고 싶은 선배라고 인정해주는 후배들의 "역시"

직장생활도, 육아도, 심지어 작가로도, 지치지 않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는 아내의 "역시"

그리고 여전히 꿈을 꾸고 도전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해 줄 내 아이의 "역시"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는 "역시"라는 말은 나를 가장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마법 같다. 나는 앞으로도 "역시"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쁨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는 돈도 안 되는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그 쓸데없는 짓이 나를 신나게 하고 나를 즐겁게 하고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충분히 쓸모 있는 짓 아닌가?

통통 튀고 까불까불 하던 20대의 청년이, 평범하고 차분한 40대의 직장인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역시"라는 말에 입꼬리가 올라가고, 광대가 승천하는 단순한 철부지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움직이고 싶다면, 아주 간단하다. 나에게 "역시"라고 말하면 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분명히 신나게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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