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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꾸준한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체력 검정 기준 특급 직장인

by 박희종

<부사관 체력검정 기준>
*팔 굽혀 펴기
36~40세 : 2분에 65개 이상 _특급

나는 한 번도 체력장이나 체력 검정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에는 남들보다 많이 나가는 몸무게 때문에 체력장을 하는 것이 제일 괴로웠고, 특히 그중에도 오래 달리기나 턱걸이, 팔 굽혀 펴기 등은 정말 너무 하기 싫었던 과목이었었다. 다만 100KG이 넘는 몸무게를 이끌고 산 중턱에 있던 고등학교를 3년 동안 다닌 덕에 그나마 오래 달리기의 경우는 고3 때 처음으로 만점을 받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남자고등학교에서 나는 체력적으로 뛰어난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몸을 유지하게 되면서부터 그래도 뒤처지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몸무게가 많이 나갔지만, 농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농구장에서 시간을 보냈었고,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된던 학교를 다니다 보니 기본적인 코어 근육과 높은 기초대사량이 만들어진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에 비해 빼어날 정도로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군생활에서도 항상 겨우겨우 기준을 통과하는 정도였고, 제대 후에는 남들과 체력적으로 비교될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별생각 없이 살았다.

다만, 20대 후반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남들보다 근력이 좋은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회사에서 가끔 짐을 옮기거나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할 때, 힘이 좋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특히, 장가를 가서 장인어른이 하시는 과수원일을 도와드리게 되면서부터는 남들보다 힘이 좋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도 내가 제일 놀라운 것은 바로 팔 굽혀 펴기이다. 원래 운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실내 암벽 등반등의 운동들을 하면서 땀 흘리는 재미를 느끼기 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항상 바쁜 회사생활과 퇴근해도 지쳐있는 몸때 문에, 운동은 점점 멀리하게 되었고, 항상 뻐근하고 찌뿌둥한 몸상태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는데 내 몸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꾸부정한 어깨에 처져있는 살들. 몸무게는 늘지 않았지만 몸의 형태가 볼품없었다. 왠지 이대로는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내가 시작한 것은 팔 굽혀 펴기였다. 그냥 아침에 눈을 띄자마자 팔 굽혀 펴기를 하는 것! 처음에는 50개를 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당연히 한 번에 할 수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3번에 걸쳐서 했던 것 같다. 나는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50개씩만 꾸준히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 뒤로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좀비처럼 침대에서 팔로 기어 나와 침대에 다리를 올린 채 팔 굽혀 펴기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습관이 지금까지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3번에 걸쳐서 겨우 50번을 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한 번에 50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점점 더 늘어서 얼마 전에는 한 번에 90개까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팔 굽혀 펴기는 내 삶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동이었고,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 같은 것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팔 굽혀 펴기를 하면서 몸에 긴장도 주고, 그 이후에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기도 한다. 특히,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역할도 해주는데, 매번 하던 수만큼 팔 굽혀 펴기가 안되면 컨디션이 안 좋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유난히 더 잘되는 나는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해서 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6년을 이어온 나의 습관도 여전히 아침마다 유혹에 빠진다. 5분도 안 걸리는 그 시간이 힘들어서.

"오늘만 하지 말까?"

"그냥 이따가 자기 전에 할까?"

매일매일 고민한다. 습관이라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나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매일매일 해서 내 몸에 익숙해지게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거나, 자연스러워지지는 않는다. 매번 다짐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너무나도 쉽게 되돌아가버리는 것이다.

얼마 전에 업무 중에 손이 다쳐서 2주 동안 깁스를 했었다. 당연히 나의 습관은 멈춰버렸다. 나는 그 2중 동안 아침마다 팔 굽혀 펴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그것을 하지 않아서 오는 불안함, 몸의 뻐근함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실밥을 풀고 다시 처음으로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순간. 나는 2주 만에 다시 6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새 나는 팔 굽혀 펴기를 한 번에 50개도 하지 못하게 되어있었고, 그 50개도 안 되는 팔 굽혀 펴기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세상에서 꾸준한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들이 나의 삶을 바꾸고 있다. 나는 한 번에 팔 굽혀 펴기 100개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습관을 계속해보고 싶다. 정말 별거 아닌 작은 습관이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근육을 유지시켜줄 것이고, 무엇인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만들어 줄 것이다.

조금이라고 달라지는 삶을 원한다면 아주 사소한 노력이라도 시작해야만 한다. 그 별거 아닌 노력들이 이어져서 나의 삶을 아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을 때 우리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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