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은 무언가의 끝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의 20대의 시작이 줄곧 뚱뚱하던 내 10대의 모습과의 이별에서부터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수능이 끝나고 모든 친구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새로운 마음보다는 새로운 몸이 필요했다. 107kg가 나가던 그 시절의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 옷을 사고, 새신을 신는다고 나의 삶도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해보자"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국영수 중심으로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먹는 것은 바로 그날부터 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원래 좋아하던 농구를 하루에 3시간씩은 한 것 같다. 그렇게 처음 3일 만에 3kg이 감량되자 신나기 시작했다. 그 뒤부터는 간식도 줄이고, 운동도 더 꾸준히 하다 보니 살은 정말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107kg이던 몸무게가 2달 만에 67kg까지 빠졌다. 하지만 너무 말라서 없어 보인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많아서, 나는 다시 조금 살을 찌워서 74kg의 몸무게로 20대를 시작했다.
뚱뚱한 사람은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했던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던 시기에 나는 살만 빼면 굉장히 잘생겨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게 판타스틱 하진 않았다. 나는 잘생겨지지는 않은 채 살만 빠진 상태가 되었다. 다만, 나는 그때 이미 다이어트의 성공만으로도 자신감이 충만했고, 달라진 모습과 높은 자신감으로 나의 20대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연극을 시작했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배우가 되었고, 희곡을 쓰며 작가가 되었고, 연출까지 하며 무대를 만들고 즐기게 되었다. 나의 20대는 온통 연극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극영화과를 복수 전공하고, 연극으로 대학원에 진학도 했다. 좋아하는 연극을 계속하기 위해 장사도 해봤다.
"서른! 딱 서른까지만 원 없이 해보자!"
나보다 뛰어난 선후배들이 연극을 포기하고 떠날 때마다 나는 나의 미래를 걱정했다. 저들도 안되는데 나라고 된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딱 서른까지만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미련하게 꿈 독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이제 그만"
내 연극의 마지막 작품은 내가 쓴 희곡으로 선택했다. 직접 쓴 희곡을 내가 연출을 맡았고, 조연으로 출연도 했다. 대학로 구석의 작은 소극장 무대에 올렸는데, 1주일 동안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심지어 마지막 회차에는 자리가 없어서 무대 앞까지 관객을 앉혀놓고서야 겨우 겨우 공연을 할 수 있었다.유난히도 호응이 좋았던 그 공연을 끝으로 나의 연극 인생도 마무리했다.
그렇게 연극의 끝으로 시작된 나의 30대는 직장 속에 있었다. 처음에는 뮤지컬 컴퍼니나 연예기획사에 지원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에 동시에 합격했다. 그 당시 박진영 pd님의 가치관에 많은 공감을 하던 나는 jyp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다니지는 못했다. 치열한 경쟁의 한가운데서 채찍질을 해야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결국 잘 견디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후 나의 30대 직장생활은 주로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교육을 하는 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무대의 아쉬움을 삼키듯이 더 열심히 강의를 하고 교육생들을 변화시켰다.
다만,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기 바라는 나의 본능이 나의 삶을 가만두지 않았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한 직장생활이 견딜 수 없었던 나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고, 그 시작은 내가 잘 쓸 수 있는 창업 관련 주제들이었다. 그렇게 써모은 글이 올해 초, 드디어 책이 되어 출간이 되었고,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나는 올해로 딱 마흔 살이 되었다, 싱글의 자유로움과 이별하고 아빠가 되었고, 따분한 직장생활 속에서 작가라는 이름이 생겼다.
언젠가 직장 후배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20대까지는 학교에서
30대에는 직장에서
40대에는 내 사업체에서
50대에는 휴양지에서 살자.
나의 계획은 조금 달라져서, 나의 40대를 아빠와 작가로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에 나에게 이미 지나간 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만, 새로 시작한 아빠와 작가로서의 삶이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새로운 마흔을 시작하는 이유는
내가 50대의 앞에 서있을 때 후회 없이 쿨하게 손 흔들 수 있는 나의 40대의 근사한 끝을 맞이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