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외국 드라마에서 주로 운영하던 시즌제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많은 드라마나 예능들이 시행하고 있다. 드라마는 대표적으로 "식샤를 합시다", "막돼먹은 영애 씨", "보좌관", "낭만 닥터 김사부" 등이 있고 조금 넓은 측면으로 응답하라 시리즈나 슬기로운 시리즈도 시즌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예능분야는 "히든 싱어"나 "슈가맨"등 출연자 섭외가 어려운 프로그램이나 나영석표 예능프로그램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신서유기"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이렇게 시즌제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말이다.
시즌제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다. 시즌으로 나누지 않고 쭉 이어지는 경우는 그 안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진부함이나 식상함이란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시즌제의 경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게 되면 대부분이 커다란 변화를 기본 조건으로 한다. 보통 상황의 변화나 장소의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고, 장소나 상황은 고정하고 인물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결과에 따라 제목만 살리고 모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익숙함을 통한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신선함을 주는 것이다.
시즌제의 또 하나의 장점은 공백기다.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물론 이 공백기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작품을 위해 적당한 휴식과 준비기간은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심지어 이 공백의 시간은 시청자에게 기다림과 기대감을 함께 주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나는 우리의 인생도 시즌제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인생이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 다곤 한다. 어쩌면 이런 생각들은 과거에 한 가지 직업을 갖게 되면 평생을 그 직업으로만 살았던 시대의 생각들이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삶에 있어서 작은 실패나 시련에도 너무나 큰 충격을 받는다. 무엇인가 나의 인생이 이제 모두 끝이라는 것처럼 말이다.특히, 인생에 있어서 모범적으로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들 일수록 작은 실패나 실수에도 크게 좌절하게 된다.
"난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아."
요즘에 많이들 하는 말이다. 내 인생이 나의 기대나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다 보면 이미 이 생에 대한 기대보다는 체념으로 도망쳐 버리는 태도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설사 저 말이 농담으로 하는 가벼운 말일지라도 이미 마음속에는 패배감이 남아있을 것이다.
" 난 이번 시즌은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아. 차라리 쿨하게 인정하고 내일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할 거야"
인생에도 시즌이 있다면 그래서 이렇게 인생 전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 뒤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면 희망이라는 것이 조금은 더 생기지 않을까? 시즌제로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현실적인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저 희망을 통해 이후에 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 성공한 인생의 경우에도 시즌제의 장점은 명확하다. 삶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젊은 시절의 운 좋은 성공]을 했다고 한다면 그 성공은 나의 인생 전체의 성공이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착각은 그의 삶에 자만심과 나태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운 좋은 성공]이 지금 시즌의 운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더 이상 지금 성공에 취해 있을 수가 없다. 이번 시즌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을 더 잘 준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 인생의 시즌제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에 대한 시작점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다짐과 변화의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행동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심지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다짐인 다이어트의 경우 무수한 실패와 포기로 제자리를 맴도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다이어트 자체의 의미가 더 강하고 그 성공 여부가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제의 입장으로 설계해 본다면 다이어트의 과정은 시즌2가 될 수 없다. 나의 시즌2는 다이어트를 성공한 다음의 근사한 삶이다.
즉, 다이어트는 나의 다음 시즌을 위한 공백기이자 준비기간이고 다이어트의 성공이 시즌2의 시작인 것이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그 차이는 아주 많이 크다. 다이어트가 나의 삶의 변화이고 새로운 시즌이라면 이번 시즌은 너무 재미없고 힘들다. 나의 새로운 시즌이 기다려지고 기대가 돼야 하는데 다이어트의 과정은 전혀 즐거운 경험이 이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한 나의 삶이 시즌2라면 그 삶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공백기가 훨씬 견딜만하다.즉, 새로운 시즌을 위한 힘든 준비기간도 새로운 시즌에 대한 희망으로 이겨낼 수 있다. 그러니 인생 시즌제는 나의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내가 미리 예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 시작점이 갖는 의미는 바로 나의 변화의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새로운 행동을 하려고 할 때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그 변화를 인지하지도 못하거나 나의 변화된 행동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너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거래"
그러다 보니 나의 변화의 시작을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꺼리게 되고 혼자서만 소극적으로 시도하다 조용히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공식적인 시즌제를 이야기하고 나의 변화를 미리 예고할 수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변화된 행동을 할 수 있다.
"나는 내일부터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나의 변화에 너무 당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라"
내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은 창업예정자들의 교육이다 보니 지금까지의 나의 기준으로 본다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이 내가 공식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나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이 소중한 기회를 통해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즌제의 또 장점인 공백기도 인생 시즌제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인생의 큰 위기나 상황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불안함과 조바심이 몰려온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그런 마음은 더 심각해서 잠시 생기는 공백에도 편하게 쉬지 못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어쩔 수 없이 그 공백기가 길어지는 경우에는 그 불안함이 오히려 나태함으로 훅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와이프가 지금 자기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으니 너무 힘들면 좀 쉬었다가 다시 다른 데를 알아보라고 했거든..
근데 막상 관두고 나서 집에서 출근하는 와이프를 보고 있자니 미치겠는 거지. 그래서 한동안 와이프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도 차려주고 취업준비도 열심히 했어. 근데 취업이 맘대로 잘 안 풀리다 보니 그 생활에 익숙해지더라고 그래서 결국은 와이프가 나가는지도 모르고 자다가 오후가 돼서야 일어나서는 뒹굴거리고 있더라고"
실제로 아주 친했던 친구가 회사를 관두고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해준 것이다. 우리가 이런 상황으로 변해가는 이유는 공백기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생 시즌제를 위해서는 시즌의 종료 시점을 정해야 하고 공백 기간도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백 기간 동안의 휴식시간과 준비기간의 비중이나 순서 등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인생 시즌제라는 것이 단순히 간고등어 손질하듯 딱 딱 자르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분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잘 준비된 시즌제는 그 사이의 공백기를 잘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 시즌제는 그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인생 시즌제를 도전하기 위해는 꼭 전제가 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용기다.
인생 시즌제는 드라마와는 달라서 전 시즌이 망해도 다음 시즌이 나올 수 있다.
인생 시즌제는 TV 프로그램과는 달라서 시즌마다 장르가 달라져도 상관없다.
인생 시즌제는 광고주도 시청률 비교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결정은 온전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을 나누는 것도, 나누지 않는 것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당장의 결과가 좀 안 좋아도 좀 더 이어가 볼 수 있는 용기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내가 힘들면 조기 종영할 수 있는 용기
정말 폭망 했어도 염치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우리가 우리의 시즌제를 스스로 응원할 용기만 있다면 인생 시즌제는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삶을 돌아보니 벌써 많은 시즌을 거쳐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Heejong park 시즌1. 뚱뚱한 아이의 성장 드라마
Heejong park 시즌 2. 연극과 장사- 리얼 버라이어티
Heejong park 시즌 3. 오피스 다큐멘터리
Heejong park 시즌 4. 작가 그리고 아빠 -시트콤?
나는 지금 네 번째 시즌을 온에어 중이다. 우리의 삶은 현실보다 치열하며, 비합리적이고, 모순 덩어리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다른 이름의 시즌들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길어지는 우리의 인생이 시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근사하지 않은가.
" 당신은 지금 어떤 시즌을 살고 있나?"
이 질문의 답이 당신 인생의 새로운 시즌의 콘셉트를 만들어 줄지도 모르니 한번 같이 뒤돌아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