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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칼퇴 : [Life after 6]는 무사한가?

6 to 9 : 또 다른 세상

by 박희종

"출근하는 순간부터 퇴근이 하고 싶다"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웃픈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일터에 나가는 발걸음에 집으로 돌아올 희망을 담는다.


"퇴근하고 싶다"


"퇴근하고 싶다"


하지만 정작 친한 동료들에게 퇴근 후에 계획을 물어보면 특별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집에 가서 쉬어야지"


"게임이나 좀 하다가 자는 거지 뭐"


그나마 젊은 친구들이나 미혼인 경우는 약속이나 모임이 있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그들 역시 대부분의 주중 저녁은 부담스러워한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주말에 보자"


"평일이니까 가볍게 밥이나 먹자 "


그렇게도 싫어하는 출근이지만 또 그렇게도 출근을 생각하고 걱정한다. 그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우리는 항상 저녁 있는 삶을 바라고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주어진 6시 칼퇴에 당신은 온전히 즐기고 있는가?


우리는 출근하면서 퇴근을 기다리고 퇴근을 하며 출근을 걱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평일은 어느 한순간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


진정한 work & life의 발란스는 정말 최선을 다해 나의 역할을 다 하고,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새로운 삶은 사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work도 life도 애매하게 끌려다닌다.

학창 시절에 꼭 있지 않았었나? 시험기간 전에는 시험 걱정으로 놀지 못하고, 시험이 끝나면 시험 결과 때문에 놀지 못하는 친구들.. 심지어 그런 친구들은 성적도 그다지 좋지는 않아서 성실하기는 하지만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그런 친구들의 특징이었다.


어중간하고 애매하다.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다 포기하지도 못한다. 어쩌면 그런 시간들이 우리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삶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퇴근 후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함께할 사람들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냥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뭘 할 건지.

집으로 간다면 집에 가서 뭘 할 건지


쉬고 싶다면 정말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쌓인 빨래도 설거지나 청소도 안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생각에서 지워야 한다.


"내일 하면 되지"


이 단순한 핑계도 완벽한 휴식에는 방해가 된다.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쉬기만 해야 한다.


놀고 싶다면 액티브하게 놀아보자. 평일이라도 놀이동산 야간개장을 가거나 조금 멀어도 좋아하는 맛집을 가야 한다. 술도 기분 좋게, 수다도 기분 좋게, 출근 걱정 따위는 잊어버리고 놀아야 한다.

(잊지 마라. 우리에겐 연차가 있다. 정말 후회 없이 논 다음날은 쿨하게 전화할 용기도 날 것이다)


자기 계발/자기 관리를 하겠다면, 운동을 해도 땀에 흠뻑 젖을 만큼 개운하게, 공부를 하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제대로 해야 한다. 평일에 취미 강좌나 동호회 모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보람을 느껴야 한다.


심지어 정말 하기 싫은 집안일이라도 날 잡아서 해야 할 리스트를 정리한 후에 계획적으로 구석구석까지 제대로 빡세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뿌듯한 마음과 속 시원한 마음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나는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아봤다.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과 과제로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실습수업의 경우에는 공연 준비까지 해야 했다. 그러데 그렇게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에야 할 일이 끝나면 그때부터 호프집으로 가서 장사를 했다. 대학가 근처 술집이다 보니 장사는 매일 3시가 넘어야 끝이 났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뭔가 허전함은 남아서 새벽 4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가도 항상 미드나 영화를 보다가 잠들곤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봐도 이렇게 보내 시간들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비록 몸이 많이 힘들고 지쳤지만 항상 기분은 좋았고 보람도 있었다.


지금도 나는 아주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출장을 다니면서 그 누구보다 많은 일을 책임지고 있고, 집에 오면 120일이 다돼가는 딸의 육아와 집안일에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그 와중에도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브런치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새벽에 우는 아이의 울음을 모른척하지 않는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나오지 말고 그냥 자"


이렇게 말하는 와이프의 만류에도 꿋꿋이 아이를 달래려고 나온다. 오히려 퇴근이 없는 와이프에게 들어가서 자라고 하기도 한다.

(착한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기쁨을 놓치기 싫어서 이다. 새벽에 딸아이를 재우는 시간은 나에겐 아주 큰 기쁨이다.)

나는 [Life after 6]를 완전 소진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9 to 6]의 삶도 치열하게 산다. 그래서 주말에 뻗어버리는 온전한 휴식도 달콤하고 문득 떠나는 나들이도 더없이 행복하다.


퇴근을 간절히 기다리는 당신의 삶


[Life after 6]는 무사한가?


설렘이 없는 기다림은 팥이 없는 호빵의 맛일 것이다.


퇴근길에 설렘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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