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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아

내 삶의 시너지 만들기

by 박희종

나의 20대는 현란했다.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지만 연극에 빠져 연극쟁이로 살기도 했고, 중간에 너무 노는 것이 좋아 클럽 죽돌이로 살다가 파티플래너를 해보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을 다녔고, 미친 듯이 공부해서 대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자동차가 사고 싶어 힘든 아르바이트를 참아가며 돈을 모으기도 했고, 학비를 벌기 위해 대학가에서 장사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운이 좋게 우리나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에 취업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를 바라보던 주변의 많은 어른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왜 이렇게 헤매고 다니냐"

" 이제 밥벌이할만한 걸 해라"

" 왜 철이 안 드냐"

하지만 나는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의 20대 정말 성실했다. 나는 나태하지 않았고, 고민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고, 그 나름의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30대를 맞이 했을 때, 나는 그분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훨씬 안정적이고 나름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기준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졸업을 하고 취업준비를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성실해 보였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나의 삶도 성실한 삶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태함이라는 것은 해야 할 것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 순간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고, 간혹 오락가락하더라도 매 순간마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다. (심지어 놀 때도 성실하게 놀았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나보다 더 좋은 학교를 나와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더 모범적으로 살아온 친구들과 비슷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인 된 것 같다.
우리의 삶은 나아닌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각자의 삶에서는 나름의 치열함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속해있는 자리가 어디든지 간에 이 곳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는 나의 치열함과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우리의 자리를 부끄러워하거나 아쉬워해서는 안된다. 비록 나의 삶에 다른 기회도 있었고, 나의 선택으로 인해 더 좋은 자리를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의 그 선택마저도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정리해야 한다. 다만, 그 정리가 누군가와의 비교이거나 스스로에 대한 후회로만 채워진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 지금부터의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치열하게 살아왔고, 우리의 몸에는 그 노력의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나의 삶과 노력을 부정하지 말자.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새로운 꿈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금의 삶에서의 새로운 나를 정의해보자. 내가 봤던 충격적인 동영상이 있었다. 그것은 70세 이상의 노인들의 올림픽이었다. 실제로 노인들의 국제 육상 경기가 있는데, 건강관리를 잘하신 많은 노인분들께서 50m, 100m, 200m 육상 대회를 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봤던 동영상은 78세의 한 할아버지께서 우승을 하시고 그 나이 때의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신 장면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 신기록은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기준이 달라지니 얼마든지 기록 보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10대에 항상 뚱뚱했다. 어릴 적부터 소아 비만이었던 나는 항상 돼지라는 놀림과 함께 당연히 달리기나 운동 등을 잘하지는 못하는 학생이었다. 심지어 체력적으로 무엇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대에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나니 전혀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됐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성인이 된 나는 기본적인 근력이 좋은 편이었다. 20대에는 힘이 좋다 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30대에는 정말 힘이 세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나름 꾸준하게 운동을 해오다 보니 점점 더 기본적인 체력이나 근력이 내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서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심지어 사무직에 근무하다 보니 비교 상대들의 평균 근력도 낮은 편이기는 하다 ) 중요한 것은 "나의 경쟁력을 어디다 둘 것이냐"이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요인들로 비교하다 보면 나는 항상 움츠려 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는 다른 요인으로 비교해보거나 같은 요인을 다른 상황에서 비교해보면 나도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고 삶의 만족도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40대 기준 건강검진 결과가 매우 좋은 편이다. (체력/근력/성인병 기준)
나는 연극 전공자 중에서는 매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직장인 기준으로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집필활동/외부 모임)
나는 맞벌이 부부들 중에서는 육아에 참여 비중이 높다 (좋은 남편/아빠)
나는 서민 기준 삶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자의적인 판단 기준)
나는 직장인 중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잘하고 있다 (두 번째 직업/재테크)

우리가 기가 죽고 자존심이 떨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내가 부족한 부분에 있어서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삶에 분명히 내가 더 잘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내가 자신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강점은 나이가 든다고, 결혼을 했다고, 이직을 했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세상에서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연봉과 자산만은 아니다.
우리는 직장인이기 전에 가장 이기전에 사람이고 인간이다. 나라는 인간에 대한 차별성을 있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분명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강점들을 업에 의해 핑계들로 퇴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림을 잘 그렸다. 비록 디자인 업무를 하지 않지만 아이에게 그림을 잘 그려 준다.
나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옷을 잘 입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쇼핑에 대하여서는 조언을 할 수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이나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 내 블로그에 오면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다.
나는 차를 좋아한다. 차의 종류별 특성 중고차 구입 꿀팁 등은 웬만한 전문가보다 낫다.

꼭 내 업에서의 장점이 아니더라도 나의 경험이 더해진 나의 강점들은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유튜버들의 시작도 그러하고 요즘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도 그러하다. 실제로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의 드라마 작가나 기간제 교사 출신의 작가도 그러하다. 작가로서의 재능이 작가들 사이에서는 인정받기 힘들었지만 실제 업으로서의 경험을 거친 그들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경험치와 콘텐츠가 생긴 것이고 그들에게 남들과는 다른 경쟁력을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케이스는 내 주변에 아주 많다. 리포터 출신의 요리사는 요리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마술사 출신의 교육 강사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강의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 역시 창업을 했던 경험이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인정받고 있고, 대기업에서 재경업무를 했던 창업자는 매장의 비용관리를 기가 막히게 한다. 나의 장점이 새로운 환경을 만났을 때 어떤 시너즈가 날지 모른다. 나에 대해서 조금은 더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잊고 있었던 나만의 강점이나 나의 취향, 나의 차별화된 특징들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별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다른 환경 또 다른 상황 새로운 꿈의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시켜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디서도 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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