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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어떻게 보던지

내가 더 중요한 이유

by 박희종

내가 최근에 들었던 단어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는 "하차감"이었다. 보통 차를 구매할 때 사람들은 승차감을 이야기 하지만 요즘에는 승차감보다는 하차감이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즉,내가 그 차를 탔을 때 얼마나 편안한가 보다는 그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결혼을 하기 전에 할인을 많이 해준다는 핑계로 외제차를 탄 적이 있었다. 나 스스로는 허세 있어 보이는 모습이 싫다고 말하며 차키를 꺼내 놓고 은근히 자랑하거나 SNS에 차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차를 산 초반에는 회사 주차장에서 가장 구석에다가 나름 숨겨놓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의 하차감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개념 있어 보이기까지 바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좋은 수입차를 타지만 절대 자랑하거나 으스대지 않고 겸손하게 탄다는
우리는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나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릴 적에는 친구들에게 보이는 메이커 옷이나 신발에서부터 성인이 되어서는 나의 학교, 전공, 경력, 직장, 직급에 심지어 때마다 다니는 여행까지 우리는 매번 주변과 비교하고 비치는 모습에 신경 쓰고 산다. 심지어 SNS가 생기고 각자의 삶이 더 많이 공유하면서 더욱더 자신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그 주변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남들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가지 관리를 더 열심히 하거나 새로운 도전들을 해서 성취하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대부분은 불필요한 낭비가 많아지는 경우가 더 많다. (금전적인 낭비, 시간적인 낭비, 감정적인 낭비, 노력의 낭비 등)
내가 남들에게 보이는 것으로 가장 큰 낭비들이 체감한 것은 결혼식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결혼에 필요한 것들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결혼에 관련하여 불필요한 관행은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면 혼수, 예단, 예물, 이바지, 야외 촬영 등 다행히 나의 어머니와 처갓댁의 허락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각자의 모은 돈으로 집도 함께 마련하고 혼수도 함께 했다. 만약에 어느 한쪽에서 집을 마련하게 되면 나머지 한쪽에서는 혼수를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들어간 돈은 비교될 수가 있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사게 되는 것들도 많고, 필요 이상으로 좋은 제품들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함께 준비하고 함께 구매하다 보니 훨씬 더 절약하며 결혼을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혼식장에서부터 제공하는 음식, 드레스와 예복까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위해 소비되는 비용은 한도 끝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우리의 원칙은 하나였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은 최대한 간소하게 대신 그 비용을 절약해서 신혼여행만은 근사하게 다녀오자. 우리는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는다. 지나고 보니 남들에게 보이는 것은 아주 잠깐이며, 그들 역시 그리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한 신혼여행의 기억은 아주 오래갈 것이고, 휴대폰 안에 아직도 가득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새로운 꿈을 찾는 과정에서도 남들의 시선은 적지 않게 작용된다.

"이 나이에 내가 다시 시작해도 될까? 남들이 욕하지는 않을까?"

"설마 주변에서 철없다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닐까?"

"괜히 시작했다가 중간에 관두면 더 쪽팔린 거 아냐?"

거창한 꿈이 아니라 가벼운 취미생활을 새로 시작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야 만다. 그래서 많은 중년의 남자들이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할 때 장비의 욕심을 부리고, 중년의 여성들이 취미생활을 시작하면 복장에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정작 내가 그 취미를 왜 시작하고 얼마나 좋아하고 실력은 어떤지 보다 어떤 장비를 쓰고, 어떤 옷을 입고, 얼마나 있어 보이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연습보다는 쇼핑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같이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면 나는 그것을 왜 하고 싶은지, 얼마나 잘하고 싶은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과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3~40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유행에 참 민감했더 시대를 살았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반 아이들 대부분이 같은 가방을 메고 다니던 시기가 있었고, 운동화도 점퍼도 같은 브랜드로 통일 됐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가끔 회사 근처에 있는 중고등학교의 하교 시간을 보면 검은색 롱 패딩만을 제외하면 다 다른 가방과 신발을 신고 있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자주 듣는 음악이나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다양하다고 한다. 즉, 남들이 하니까 같이하거나 남들이 좋아하는 것에 나도 끌리는 일이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에서 자유로워지자. 당장 나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다. 남들에게 자유로워지면 나만의 페이스나 취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나아가는 속도에도 남들과 비교하며 연연하지 않을 수 있고, 그 안에서 나만의 색을 찾고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간다면 생각보다 쉽게 새로운 꿈이나 직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다수가 움직이는 힘이 세서 다수의 의견이나 취향들이 많은 것들을 결정짓고 변화시킨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다수에 선택과 취향에 질려있고, 식상해하는 시기가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항상 새롭고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다르지 못했더라도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도 달라지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나부터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나의 취향, 생각, 마음에 솔직하게 행동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나만의 것을 찾아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신작 코너에서 책 골라보기"

"백화점보다는 작은 옷가게에서 나의 스타일을 찾아보기"

"TOP 100의 순위보다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곳들에 귀 기울여 보기"

"한 번쯤은 남들이 찾기 않는 여행지로 떠나보기"

그리고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만의 쑥스러운 상상들을 다시 떠올려보기

어쩌면 그 안에서 나의 두 번째 인생의 씨앗을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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