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종 Oct 30. 2020

청소 여사님의 꽃병

친절이 필요해

 내가 근무하는 건물에는 청소를 도와주시는 여사님이 세분 계시다. 작년에 새로 지은 건물이고, 교육 시설이다 보니 더 까다롭게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청소가 잘 되지 않으면 티도 금방 나는 편이다. 그래서 그분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고, 일도 고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건물은 청소에 대해서 문제가 된 적이나 안 좋은 평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항상 열심히 청소해주시는 여사님들 덕분에 우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어쩌면 청소를 담당해주시는 분들에게 청결에 대한 부분은 기본적인 조건이나 역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분들에게 더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베풀어주시는 친절 때문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밝게 먼저 인사해주시는 것은 기본이다. 항상 뵐 때마다 먼저 인사를 해주시는데, 얼마나 인사를 잘해주시는지, 나는 서비스 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우리 청소 여사님들 만큼만 인사해주시면 됩니다라고 말씀을 드릴 정도다. 그런데 심지어 여사님들께서는 간혹 고구마나 밤을 삶아다 주시거나, 전을 부쳐다 주시는 경우도 있다. 항상 교육이 바쁘기 때문에 식사를 챙겨 먹기가 힘든 경우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여사님들의 간식은 엄청난 힘이 되고는 한다.

 그리고 제일 내가 인상 깊게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꽃이다. 우리 회사는 본사와 교육관이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구내식당이 본사에만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걸어서 식사를 하러 가곤 한다. 그 걸어가는 길에는 길가에 잡초나 들꽃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편인데, 한 청소 여사님께서 항상 그 꽃을 꺾어다가 1층 사내 카페에 장식을 해주신다. 처음에는 커피머신 옆에 작은 음료수병에  담겨 있는 꽃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너무 예쁘게 잘 장식해주셔서 꽃과 어울릴만한 예쁜 꽃병을 하나 사다 놓았다.

 그러자 그 다음날 저에게 인사하시던 여사님께서는 수줍게 나에게 물어 오셨다.

"팀장님께서 꽃병을 사다 주신 건가요?"

"예. 꽃이 너무 예쁘고, 항상 감사해서요."

"아이참 부담스러운데, 더 예쁘게 해야겠네요."

 소녀처럼 수줍게 웃으시는 여사님께서는 그 다음날 부터 더 신경 써서 예쁘게 꽃을 담아 놓고는 하셨다. 장식된 꽃도 너무 예뻐서 들꽃이라고 하기에는 그 꽃꽂이 실력도 엄청나신 것 같았다.

 "우와 여사님은 저 안쪽에 있는 꽃을 꺾어다가 장식하시는 거예요? 대단하시다."

밥을 먹고 오다가 꽃병에 담긴 꽃이 잡초밭 저  안쪽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본 직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청소 여사님의 꽃꽂이가 우리가 하는 2주의 교육과정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노력을 기꺼이 제공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친절은 어쩌면 대부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일지도 모른다.

굳이 친절하게 웃지 않아도,
굳이 먼저 웃으며 인사하지 않아도,
굳이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지 않아도,
굳이 멀리서 서둘러 오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주지 않아도,
굳이 내가 받는 서비스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고, 그 어떤 비난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기꺼이 누군가를 위해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 덕에  더 즐거운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받는 월급에, 내가 받는 보수에 누군가를 위한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그래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한 번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친절을 베풀어 보는 것이 어떨까? 어쩌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친절을 베푸는 순간 월급보다 값진 무엇인가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