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차가 고장이 났다. 다른 건물에 있는 아내를 픽업해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무서운 한파와 폭설 때문인지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수소차를 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고전력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감도 오지 않고, 지금 시간에 수리가 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는 급하게 양해를 구하고 회사차를 이용해서 퇴근을 했고, 겨우 큰 고생 없이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출근을 하자마자 차에 대한 조치부터 시작했다. 우선 차에 있는 SOS 버튼을 통해서 긴급출동을 요청했다. 그런데 보통은 바로 와야 하는 전화가 오지를 않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오늘도 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간에 집에 가서 다른 차를 가지고 오거나 차를 빌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안될듯하여 보험사에 긴급출동을 요청했다. 근처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차를 가지고 방문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우선은 견인을 통해 입고를 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신청한 긴급출동도 깜깜무소식이었다. 결국 나는 문자로 전송된 담당 기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 지금 전국적으로 긴급출동 요청이 너무 많아서요. 지금부터 3시간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금 어느 보험사나 다 동일해요."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나는 충분히 그 상황을 알 수 있었기에 알겠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내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우선은 가까운 센터에 연락을 해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잠시 후 가까운 센터에서 우리 회사 주차장으로 와 주셨다. 내려가 보니 작업복을 입으신 기사님께서는 귀마개와 마스크를 하시고 나에게 인사를 하시는데, 이미 보이는 피부가 모두 빨갛게 변해 계셨다. 오시자마자 차부터 봐주시던 기사님께서는 전체 전검을 하신다며 태블릿 PC로 차의 상태를 진단하고 계셨다.
"10분 정도 걸리니까요. 사무실에 올라가 계시면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영하 15 정도 되는 날씨에 외부에서 힘들게 일을 하시면서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에 나는 죄송하고 감사했다. 나는 바로 들어가서 별거 아니지만 따뜻한 커피를 한잔 가져다 드렸다.
"커피 한잔 드시면서 하세요. 감사합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 기사님께서는 그 커피 한잔에 표정이 훨씬 밝아지셨고, 10분 후에 전화를 주셔서 차의 상태를 잘 설명해 주시면서도 훨씬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죄송하지만 자신의 센터에서는 수리가 불가하니 직영 사업소로 맡겨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안돼서 죄송하다며 이제 어디로 전화해야 하는지까지 잘 설명해주셨다. 물론 그 커피 한잔이 아니어도 충분히 친절하신 분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 친절한 서비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 기사님을 보내고 다시 콜센터에 연락을 했다. 통화량이 많은지 한참만에 연결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대차도 된다고 했다. 다만, 대기 차량이 많아서 2시간 정도 기다린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2시간 만에 렌터가 회사에서 대차용 차와 견인차가 함께 왔는데, 그분들 역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작업을 진행해주셨다.
그런데 그분들 역시 오늘 얼마나 많은 차들을 찾아다니셨는지, 꽁꽁 얼어계신 느낌이었다. 나는 또 얼른 들어가서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먼저 작업을 끝내신 한 기사님께 먼저 커피를 드렸는데, 별거 아닌 차 한잔에 너무나 감사해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잔으로 확 친밀감이 생기셨는지, 내 차가 견인되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와 도움이 될만한 주의사항도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두 분은 가시는 길에도 다시 한번 커피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셨다.
나는 오늘 너무 큰 도움을 받았다. 어찌 보면 내가 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날씨 속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해 주시는 그분들 덕에 나는 나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분들께 드린 것은 정말 별거 아닌 따뜻한 커피 3잔이었다. 그런데 그 커피로 인해 나는 너무나 고마워하시는 그분들의 표정을 보았고, 더 신경 써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마음을 느꼈고,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해관계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무심한 무례를 저지르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나는 친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친절은 갑과 을의 관계도, 복잡한 이해관계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친절할 이유는 이미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베푸는 친절이 아무리 당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베푸는 친절로 인해 그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친절도 훨씬 즐겁고 행복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너무나 추운 날씨에 내 차를 위해 고생해주시는 세명의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분들 덕분에 나는 이 추위에 고생하지 않고, 아이를 데리러 갈 수도 있고, 다음 주면 다시 내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된다.
조금만 더 고마워하고, 조금만 더 감사해 하자.
비록, 모든 것이 내가 지불한 그들의 책임이고 나의 권리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친절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고, 그들이 따뜻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버린 오늘 같은 날 서로의 마음은 얼어붙지 않도록 조금만 더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더욱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