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꽤 많은 12월들을 보내고 매번 비슷한 감정들을 느꼈지만, 항상 하던 후회도, 매번 같은 미련도 여전히 남아 있다. 나의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면 바쁘고 정신없었던 것 같다. 가볍게 여겼던 코로나가 나의 삶에 너무 많은 것을 바꿔놓기 시작해서,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보냈다. 거기에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인 딸의 존재가 있었기에, 순간순간 아이와의 기억들은 나의 2020년을 풍성하게 기억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치열했던 직장생활과 더 치열했던 육아의 시기들을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엄청난 수고들로 한 해를 채워가고 있었다.
난 올 한 해 정말 수고했다.
내가 이렇게 나 스스로 수고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했던 결과물들이 있어서이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내가 비록 회사 내에서 나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려는 의지가 있는 직원이고, 그렇게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장에서 하는 수많은 결정과 선택은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고 변화되곤 한다. 그래서 의지는 내 것 일지 모르지만 결과나 성과는 언제나 온전히 내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결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육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갖는 것과 아이와 함께하는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육아의 수많은 행동들은 아직 아이의 상태에 따라 끌려다니거나, 내 감정에 휘둘려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나의 의지와 선택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있다. 바로 글이다. 2020년 1월에 내 이름으로 첫 책이 발간되었고, 3월부터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동안 꿈으로만 생각했던 소설도 쓰기도 시작했고, 그 외에도 다양한 글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게 즐겁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도 안돼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분들은 670명이 넘었고, 내 글의 누적 조회수도 100만을 앞두고 있다. 이런 결과들이 내 글의 가치나 내 글의 평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 올 한 해 수고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우리는 모두 수고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공적인 일이던, 사적인 일이던.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고, 무언가를 성실히 남기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들은 어떤 형태가 되건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되돌아보게 되고, 정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올 한 해 부담 없이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수많은 12월을 수고했다 말하기 부끄럽게 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느새 나에게 주어진 고단한 삶을, 그리고 그 삶을 그저 살아가는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충분히 힘들 삶을 살고 있기에, 그 안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말 수고했다고 스스로 느꼈을 때의 그 속 시원한 후렴함과 뿌듯함을 느꼈단 순간들의 느낌을 말이다. 정말 내가 최선을 다하고 난 뒤, 누군가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하는 "수고했다"는 말의 힘은 결코 가볍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 스스로 수고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1월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1월을 시작으로 아직은 어색한 2021년을 다시 살아가게 된다. 내년에는 정말 수고했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이끌려하는 수고가 아니라,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저 살아가고 있는 수고가 아니라, 나를 위해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루고 바꾸기 위한, 아주 작은 수고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자기의 의지로 시작한 본인 삶에 대한 수고는 다시 또 새로운 12월 맞이 했을 때 좀 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도 모두 수고했지만,
2021년은 좀 더 스스로 수고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ps. 나의 아내도 올 한 해 참 수고했다. 아내에게 수고했다고 말할 것은 너무나도 많지만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하지 않는 수고다.
아내는 아이가 생기고 나서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일회용품이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티슈 하나를 여러 번 빨아 쓰면서까지 아끼는 모습에 조금은 유별나다고 느껴서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인데, 환경에 안 좋은 것은 조금이라도 줄여나가는 게 좋지."
아내는 단순하게 말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음식을 포장할 때도 꼭 일회용품은 빼 달라고 말하고, 비싸지 않은 일회용 봉투들도 두고두고 여러 번 쓰곤 한다. 정말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작은 수고부터 기꺼이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