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에게 승진턱으로 우산을 선물했다.

승진턱 추천 아이템

by 박희종

승진을 하면 의례 승진턱이라는 것을 낸다. 예전에 승진을 했을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소고기를 쐈던 기억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승진턱을 거하게 얻어먹은 적도 있다. 승진이 혼자서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의 승진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회식이나 모임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사내의 분위기도 거하게 축하의 자리를 마련할 상황도 아니었다. 다만, 나의 승진을 도와준 이들에게 그냥 넘어가기가 그래서 나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친한 형님에게 우산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그 형님은 업무 중에 생긴 것이라고 부담 갖지 말라고 보내주셨지만, 우산은 영화 킹스맨에서나 나올만한 근사한 우산이었고, 우리가 흔하게 보는 일반적인 우산들과는 때깔도 달랐다.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정말 내가 근사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예전에 친구들에게 우산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학창 시절 가까운 친구들의 생일이 돌아오면 어떤 선물을 사줄까 고민하게 되는데, 그때 내가 가장 만만하게 선택했던 것이 우산 선물이었다. 이유는 우산은 내가 돈 주고 사기에는 뭔가 아까운 것이 있어서, 보통은 집에 있는 것을 그냥 쓰고 다니거나, 사은품으로 받은 우산을 주로 쓰게 된다. 그래서 내 우산이라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좀 특이하고 좋은 우산을 선물로 주면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은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우산 선물은 비가 올 때마다 나에 대한 고마움을 떠올리게도 된다. 그래서 나는 우산을 선물로 많이 주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팀원들에게 우산을 선물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알아보니 내가 선물 받았건 그 우산에 이름도 새길 수도 있다고 해서 나는 팀원들의 이니셜을 담은 우산을 주문했다. 비용은 소고기를 사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적었지만, 소고기 이상의 기쁨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 우산이 도착했다. 원래는 훨씬 일찍 도착했아야 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한파와 폭설로 인해 1주일이 넘게 걸려서 겨우 도착했다. 나는 로비에 도착한 박스를 들고 올라와서 팀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전달했다. 팀원들의 반응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고, 팀장의 앞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훌륭한 팀장은 되지 못하겠지만, 궂은 비바람은 막아줄 수 있는 좋은 팀장은 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좀 오그라들만한 맨트도 빼놓지는 않았다. 그리고 글을 핑계 삼아 우산의 머리를 모아 사진도 한 장 찍었다. (한 명의 우산이 문제가 생겨서 아직 도착을 못한 것은 참 아쉬운 일이었다.)

나는 문득 우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날도 좋지만 비가 오고 날이 궂은 날, 생각나고 필요한 사람. 조금은 우울해도 근사한 우산처럼 기분이 좀 좋아지게 하는 사람. 내 가족, 내 동료, 내 친구, 내 이웃들에게 내리는 비를 막아줄 수 있는 든든한 사람. 별거 아닌 우산 하나로 아주 거창한 꿈이 생겨버렸다.

혹시 승진턱을 내야 할 일이 있거나,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있다면 나는 이름을 새긴 근사한 우산을 선물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크지 않은 비용으로 남들과는 다른 마음을 담아 서로에게 꽤 근사한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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