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부끄럽지 않게 일하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며

by 박희종

오늘은 유난히 긴 하루였다.
우리 회사는 오늘 창립 3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행사의 진행을 맡게 되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행사의 진행을 맡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고, 준비할 것도 많았다. 며칠 동안 시나리오를 잡고 낑낑거렸고, 어제부터 몇 번이나 리허설을 진행했다. 새로운 회사 CI에 맞게 넥타이 색까지 맞추고 아침부터 행사장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창립기념행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최소 인원의 참석자를 모시고 비대면 온라인 행사를 함께 진행하고, 심지어 유튜브에도 라이브로 중계되다 보니, 꽤 많은 진행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심장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떨리던 행사는 다행히도 작은 실수도 없이 무사히 마치게 되었고, 바로 이어서 새로운 물류센터로 이동해서 진행된 개소식도, 운영팀에서 나를 태우지 않고 먼저 출발한 사소한 에피소드를 빼고는 아무런 사고도 없이 잘 마쳤다.

하지만 그렇게 무사히 끝난 행사도 나에게는 끝이 아니었다. 오후에는 교육생분들에게 마지막 강의도 해야 했고, 수료식도 남아있었다.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오후의 강의에 들어갔을 때, 나의 복장은 평소와는 다르게 좀 과한 면이 있었고, 나 스스로도 조금 쑥스러운 마음에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만,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날에 수료를 하시고 새로운 시작을 하시는 사장님들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담고 있던 한마디를 더했다.

" 제가 30년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제가 이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적어도 이 회사는 다니면서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록, 상황에 맞지 않는 불합리적인 일을 있을 수 있어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부끄러운 일을 하게 만드는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저희를 믿고 따라와 주시면 후회하진 않으실 겁니다. "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이 말이 과도한 애사심이라고 불편해하실 분도 계시고, 어쩌면 너무 속 보이는 글이라고 욕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진심이었다. 직장인으로서 회사의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고, 순간순간 불만이 훨씬 더 많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는 것과 부끄럽지 않은 것은 차이가 참 크다. 최근 한 공기업 직원들의 비양심적인 행동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왜 그 행동이 문제가 되는지를 당당하게 따지고 있다. 그들 스스로는 너무도 당당한 행동일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는 분명히 문제 있는 행동이었고, 그것을 관리하지 못했던 기업도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회사에 아무런 연관도 없고, 그 회사에 아는 지인도 없지만, 내가 만약 그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조금은 부끄러울 것 같다.

나는 나에게 부끄러운 일을 시키지 않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노력이 이 회사가 30주년을 맞이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요즘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내가 이 회사를 얼마만큼 다니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회사에서 나에게 언제까지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이 회사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곳을 떠날 것이고, 나의 존재가 회사가 느끼기에 부끄러워진다면, 나의 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거창한 사명감이나 대단한 주인의식보다도 스스로의 자리에서 정직하고 올바르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것이야 말로, 조직도 그 안에 개인도 함께 발전해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수료식에서 한 가맹점 사장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직원이 회사를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팀장님의 그 말씀을 듣고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나는 지금부터 이 사장님의 확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에게도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나의 삶도 조직의 발전이나 성과도 우리에게는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시소에서 오르락내리락거리며, 고민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시소의 가장 중요한 중심은 결국 어느 한쪽도 시소에서 내려가지 않을 수 있는 정직과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해 나갔으면 한다.

"나는 지금 부끄럽지 않게 일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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