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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an 05. 2021

우리 아이는 인복이 있다.

아주 굉장한 것을 타고났어!

"너는 인복이 있어."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나에게 참 많이 해주셨던 말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을 때,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날 도와주고 날 성장시켜줄 때, 심지어 친한 친구들과 노느라 집에 잘 붙어 있지 않을 때도 어머니는 나의 인복을 칭찬하셨다. 어머니는 한 번도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고 말을 하시거나, 사람을 가려 만나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내가 무엇인가 실패를 하고, 방황을 하는 모습이 보여도 나의 주변 사람들의 탓을 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내가 무엇인가를 이뤄나가기 시작하고, 점점 좋은 모습으로 변해갈 때는 인복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잘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 내 인생의 잘못된 결과는 오로지 나의 선택과 노력에 대한 책임이고, 내 인생의 좋은 결과들은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얻게 된 덕이다.]

 우리 어머니는 공부를 많이 하신 분도 아니고, 무엇인가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육아를 하신 분이 아니시지만, 시간이 지나 어머니의 말들을 되짚어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많다.

 그런 어머니의 말씀 덕에 나는 실패의 앞에서는 비관적이기보다 반성하고 다시 의욕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좋은 일 앞에서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해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우리 아이도 참 인복이 많다. 태어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산후도우미를 썼다. 조리원에서 나와 약 3주간 산후 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을 받았는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알겠지만, 좋은 산후도우미를 구하는 것부터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산모들에게는 오복 중에 하나가 이모님 복이라는 말까지 있으니 말이다. 아내는 출산 전부터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열심히 좋은 이모님을 수소문하고 있었고, 정말 신중하고 신중하게 한 이모님을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에게는 이모님 복이 있는 것이다. 우리를 도와주시러 온 이모님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너무 좋아하셔서 우리 아이를 정말 친 손주처럼 이뻐해 주셨다. 항상 출근을 하실 때마다 진심으로 아이를 만나 반가워하시는 것이 느껴졌고, 심지어 음식 솜씨도 좋으셔서 우리는 이모님께서 계시는 동안 아주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사람이 100% 만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보니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모님께서 진심으로 아이를 예뻐해 주시는 모습만으로도 그 모든 아쉬움은 사치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여러 명의 산후도우미 이모님들을 비교해볼 수도 없었고, 첫째 아이다 보니 무엇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어떤 것이 당연한 것이고, 어떤 것이 고마운 것인지를 잘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머니에게 들어왔던 말들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저 마냥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런데 그런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 복까지 있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고르는 것도 아내의 몫이었는데, 아내는 복직을 할 시기가 되자 정말 열심히 이곳저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열심히 커뮤니티를 뒤지기도 했고, 지금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을 열심히 수소문하기도 했다. 그러다 몇 곳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봤고, 그중에 맘에 드는 지금의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아이가 11개월부터 보내기 시작한 어린이집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를 안심시켜주고 있다. 처음에 몇 번은 울며 떼를 쓰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는 원장님과 선생님을 보는 순간 팔을 벌려 안기려고 하고, 선생님 품에 안겨 우리에게 쿨하게 인사를 하곤 한다. 심지어 원장님과 선생님도 우리 아이를 너무 예뻐해 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아침에 데려다 줄 때는 서로 누구에게 오는지 장난처럼 같이 손을 내밀며 장난을 치시기도 하시고, 볼 때마다 "우리 아기 우리 아기" 하며 정말 예뻐해 주신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서 가정 육아를 하게 되니, 너무 보고 싶다는 말까지 해주시곤 했다.  물론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앞에서만 그러는 거지, 뒤에서는 다를 수도 있어. 그렇다고 너무 안심하지 말고, 계속 잘 지켜봐야 해"

 이런 조언들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분들의 말도 맞다. 분명히 앞과 뒤가 다른 선생님들이 계시기도 할 것이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건들을 보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도 선생님들에게 너무 잘 따르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만으로도 적어도 우리가 걱정할만한 그런 일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도 인복이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너무 좋은 이모님도 만났고, 처음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인 어린이집에서도 너무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심지어 우리 아이의 주변에는 우리 아이를 아주 많이 예뻐해 주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 모든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게 아내의 노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열심히 이모님을 찾아보고, 어린이집을 검색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찾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모든 과정에서 아내의 노력과 스트레스는 엄청났었고, 나는 정말 아내가 수고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아내가 유별나고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남들보다 오랜 기간을 알아보고 준비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우리가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미리 판단할 수 없는 것들도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아내가 아무리 노력을 했다고 해도 우리 아이의 인복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아내가 읽으면 많이 서운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노력해주는 엄마를 만난 것도 우리 아이의 인복이니, 결국은 같은 말이다.)

 언젠가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국계 졸업생의 연설을 들은 적이 있다. 꽤 긴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든 걸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 기억에 남는 내용은 이러했다.

" 우리가 가진 재주라는 것은 조금 공부를 잘하는 것뿐이다. 그런 재주를 가진 우리가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노력에 의한 것이다. 단순하게 개개인이 잘나서 이뤄낸 것이 아니라, 온 동네가 함께 도와서 우리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재능은 공공제가 되어야 한다. 그들을 위해 기꺼이 우리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기억이라 단어들이나 문장은 다를지 몰라도 전체적인 내용이나 뉘앙스는 이러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자라서, 부족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도, 우리 아이가 이렇게 큰 탈없이 건강하게 커나가는 것도, 결국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과 사랑이 우리를 그리고 우리 가정을 지탱해주고 성장시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감사해해야만 하며, 더 많이 나누며 살아야 한다.(항상 마음과 계획만 있지 아직 구체적인 것들을 실천하지는 못해서 올해는 꼭 나누며 살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꼭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지를 꼭 알려줘야겠다.  

 우리 아이는 인복이 참 많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가 올바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참 많은 사랑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더 잘할 수 있게 알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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