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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Dec 29. 2020

잠투정도 너에게는 추억이 되겠지?

봉인시킨 나만의 비법

 나에게는 아이를 재우는 비법이 있다. 아이가 우리에게 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14개월의 기간 동안 아이를 재우는 것은 아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전담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물론, 그 비법도 아이의 성장에 따라 변하고 달라져서 아이가 더 어릴 때 쓰던 비법들은 이제 먹히지 않고, 지금 잘 먹히는 비법도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 아이를 10분 안에 잠들게 하는 비법을 나는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아기띠를 하고 밖에 나가는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날씨에만 효과적인 방법인데, 단순히 아끼 띠를 하고 나가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아기띠를 하고 아이가 춥지 않도록 방한 커버도 한 후에, 그 위에 나의 오버핏 롱 패딩을 입는다. 아이는 아기띠를 한 채로 내 패딩 안으로 쏙 들어오는데, 그렇게 아이를 안고 아파트 놀이터로 나가는 것이다.

 보통은 이렇게 입고 현관을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잠이 드는데, 좀 더 버틴다고 하더라고 결국은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를 다 보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다.

"아 추워! 밖에 나오면 아빠 품에 쏙 들어가기로 했지요?"

"응!"

 밖이 아무리 궁금해도, 추운 걸 아는 건지, 차가운 날씨에 따뜻한 아빠의 품이 포근 한 건지, 금세 품에 파고들어 잠이 들어 버린다. 단점은 너무 꽁꽁 감싸면 답답할 것 같다는 걱정과 조금 느슨하게 하면, 찬바람에 감기가 걸릴까 걱정이 되는 것이 있고, 또 한 가지는 잠든 아이를 다시 잠자리에 눕히는 부분에서 다시 깰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그래서 낮잠을 이렇게 재울 때는 차라리 품에서 오래 자라고 멀리 산책을 다녀오거나, 장을 보고 오기도 한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자동차다. 예전에는 카시트에 앉는 것을 싫어해서 한참 고생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다행히도 카시트에 잘 타기도 하고, 땡깡도 잘 안 피운다. 심지어 좀 졸릴 때 차에 타게 되면 차에서 잠이 잘 들어서 어디를 다녀오다가 아이가 차에서 잠이 들면 그 김에 아내와 커피를 사서 드라이브를 하기도 하고, 빵을 사서 차에서 주말 브런치를 즐기기도 한다. 단점은 시동을 끄면 귀신같이 잠에서 깬다는 점과 품에 안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면 언제 잔냐는 듯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주로 주말 낮잠 시간에 많이 활용하며, 밤잠의 경우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집에서 올 때 잠이 드는 경우에만 의도치 않게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법들을 쓰면 아이가 잠이 드는 데까지 보통 5~20분이면 충분한데, 그렇지 않으면 재우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가 졸려서 눈을 비비거나, 손이 따뜻하지고, 잠투정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면 아이를 안고 아이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는 본인도 졸리기 때문에 잘 안기거나, 본인이 스스로 걸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들어가도 재우는데 까지 보통 1시간은 기본인 것이다. 들어가서 방에 있는 칠판에 자석놀이도 하고, 가습기의 버튼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가 같이 들어가면, 엄마 아빠 몸을 여기저기 넘어 다니면서 장난을 치고 놀기 바쁘다. 분명히 졸린 상태였고, 졸릴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무한 체력으로 1시간 이상을 최선을 다해서 논다. 요즘에는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무반주 댄스를 추는 것에 꽂혀 있고, 중간중간에 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물병도 필수 준비물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애교도 많이 늘어서 갑자기 아빠나 엄마에게 뽀뽀를 해주기도 하고, 아빠의 배꼽을 찾아 웃으며 누르기도 한다. 같이 자는 토끼 인형이나 미니마우스 인형을 꼭 안고 토닥토닥을 해주기도 하고, 별 모양 쿠션을 베고 자려고 이리저리 자세를 잡아보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매일 다 겪어야만 아이는 겨우 잠이 들고, 우리는 육아 퇴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몇 번을 나만의 비법으로 아이를 재우곤 했다. 8시가 지나서 아파트 놀이터에 반짝이는 조명을 보러 가자고 꼬시면 아이는 금세 넘어와서 나에게 안기기 때문에 쉽게 재울 수 있었고, 며칠은 육아 퇴근을 좀 일찍 당길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맞벌이를 하고 있고, 평일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까지 2시간 정도. 저녁때 아이를 픽업해서 다 먹이고 씻기고 재울때 까지 2시간 정도. 그마저도 놀아준다기보다는 이것저것을 해주고 챙기는데 다 쓰인다.) 그러면 그 잠들기 전에 아빠랑 엄마랑 불 꺼진 방에서 노는 한 시간이 아이에게는 너무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겠구나.

 아이는 그 한 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논다. 양옆에 누워있는 아빠와 엄마 사이를 수십 번 오가면서, 아빠의 무릎에서 놀다가 엄마의 가슴에서 숨을 돌리고 엄마의 발가락이랑 놀다가 아빠의 배꼽에 기대서 물을 마시곤 한다. 무엇보다도 그 시간이 아이와 우리가 맘껏 몸으로 노는 시간들이고, 아이가 엄마와 아빠까지 함께 노는 시간들이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나중에 커서 기억하지는 못해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남겨질 소중한 추억 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 정말 안자네..""

"고생했어요"

 유난히도 잠들기 싫어하는 날이나, 잠들듯 잠들듯 계속 잠투정을 하는 날에는 나도 모르게 아이의 방을 나오며 한 마디씩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이의 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짜증을 내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를 재우는 것에 너무 진을 빼서 나도 모르게 넋두리가 나오는 것인데, 그런 날은 정말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툭 나오고, 그대로 나도 잠들고 싶어 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밤에 잠을 재우기 위해서 비법을 쓰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내가 얼마나 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이런 애를 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간들이 아이에게는 성장하면서 마음에 쌓이는 소중한 영양분이 될 것이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잠든 아이를 천사라고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잠투정은 어쩌면 조금이라고 아빠랑 엄마랑 더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당장 힘들지 몰라도, 언젠가는 하고 싶어도 못할 이 과정을, 행복하게 기꺼이 받아들이며, 아이의 마음에 좀 더 풍성한 추억을 쌓아주고 싶다. 그리고 그 추억은 어쩌면 먼 훗날 나에게도 눈물 나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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