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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an 20. 2021

드디어 본격적인 심장어택이 시작되었다.

아! 이거구나

 때는 바야흐로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던 새벽 1시경. 겨우겨우 잠이 들었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온 집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늦은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는 아이에게 갈 수 없었고, 회사의 업무가 남아 일을 하고 있던 아내가 몇 번이나 아이의 방을 왔다 갔다 거리고 있었다.

 아이는 결국 잠이 깨서 엄마품에 안겨 거실로 나오고 말았고, 내가 설거지를 마무리하는 동안 엄마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는 설거지가 끝나자마자 집에 모든 불을 끄고 자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아이를 잘 달래서 아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다시 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강수를 두었다.

"우리 말장난감 조금만 타고 잘까?"

 아이는 나의 제안에 신이 나서 오뚝이 말 장난감에 올랐고, 앞뒤로 움직이며 신나게 놀았다. 나는 옆에 앉아서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언제 이 놀이를 끝내고 재워야 할지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이제 우리 누워서 코~ 잘까?"

아이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딱 10번만 더 타고 우리 코~ 잘까?"

아이는 또 고개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어! 어린이집 선생님이 잘 자야지 내일도 신나게 놀 수 있다고 다 자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잘까?"

아이는 여전히 신나게 말을 타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흥분해 있는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장난감에 태웠는데, 그게 오히려 아이를 더 신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말을 타면서도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며 졸려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그냥 큰 기대 없이 양팔을 벌리며 한마디 했다.

"아빠 우리 아가 안고 싶은데"

 아이는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두 손을 벌리며 나에게 안겼고, 그대로 나에게 안겨 잠이 자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심장에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거구나."

 많은 아빠들이 딸을 기르면서 심쿵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했다. 아들들과는 다르게 뽀뽀를 하면서 잠을 깨운다거나, 아빠에게 사랑스러운 말을 한다거나 하는 순간들 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아직 많이 어리기 때문에 나에게는 한참 뒤에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디어 나에게도 본격적인 아이의 심장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심지어 어젯밤에는 아이를 재우고 옆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이의 인기척에 눈을 떠보니 아이가 깨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뒹굴뒹굴 대던 아이가 깨어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나에게 와서 먼저 뽀뽀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뽀뽀는 주로 내가 아이에게 요구하거나 구걸해서 받는 뽀뽀들이었는데, 아이가 두 번이나 먼저 나에게 와서 뽀뽀를 한 것이다. 나는 그 잠결에도 심장의 공격을 느꼈고, 앞으로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설레기 시작했다.

 나는 딸바보다. 누가 봐도 나는 딸바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이런 본격적인 심장 공격까지 시작되면 정말 나는 이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도 아이는 아마 수많은 공격들을 내가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공격을 무방비한 상태에서 받게 될 것이다. 세상이 이것보다 행복한 전쟁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우리 아이의 심장 공격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내 심장이 부서져도 저 아이의 공격은 평생 받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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