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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Mar 05. 2021

원래 분리 수면이 부부끼리 따로 자는 거야?

어차피 분리가 안돼

우리는 아주 일찍부터 분리 수면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안방에 아이 침대를 두고 같이 자기는 했지만, 자주 깨는 아이 덕분에 모두가 같이 잠을 못 자는 상황이 발생되자, 우리는 아이의 침대를 거실로 옮기기로 했다. 물론 그래도 방문을 열어놓고 아이의 기침소리에도 왔다 갔다 거리기를 반복하곤 했지만, 그때부터 이어진 분리 수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에게 유아침대가 좁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이방에 토퍼를 깔고 주변에 쿠션으로 범퍼를 만들고 재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는 엄마 아빠가 옆에서 같이 누워서 재울 수도 있어서 더 편하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자주 깨는 것이었다. 옆에서 누워 함께 놀며 잠을 재우고 나면 우리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밥을 먹기도 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기도 하고, 안방에 누워서 영화를 보기도 하는데, 보통은 2~3시간마다 한 번씩 깨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그때마다 아이에게 달려가 아이를 재우곤 했고, 가끔 아이 옆에서 잠이 들어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의 옆에서 자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우리가 자기에도 편안한 좀 더 두껍고 넓은 토퍼로 바꾸게 되었고, 잠자리가 편해지니 아이를 재우다 옆에서 자는 일도 많아졌다. 아이는 여전히 자주 깼지만 일어났을 때,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으면 그래도 금세 잠이 들어서 푹 자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잘 때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 그 옆에 서 잠드는 일이 많아졌고, 가끔은 아침까지 자기도 했다.

"원래 분리 수면이 부부끼리 따로 자는 거야?

우리는 아이랑 분리 수면이 아니라 부부간의 분리 수면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깔끔하게 포기하고 아이와 같이 자면 오히려 편할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자기 시작하면 정말 너무 오랫동안 분리가 안될 것 같아서, 우리는 아직도 부부간의 분리가 더 많은 분리 수면을 하고 있다. 그래도 그나마 굳이 장점을 꼽자면 한 명이 아이와 잠을 자면 나머지 한 명은 나름 푹 자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 중에 한 명에 많이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으면 나머지 사람이 아이를 맡아서 재우곤 한다.

 아이에게 분리 수면이 좋은지, 아니면 엄마 아빠와 함께 자는 것이 좋은 지는 여기저기를 찾아봐도 의견이 항상 분분하다. 그래서 우리도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의 분리 수면을 계속 시도하는 것은, 부모로서의 우리의 삶도 중요하고, 진정한 육아 퇴근은 수면시간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자게 되면 우리는 아이와 함께 자게 된다. 아이는 꼭 엄마와 아빠의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오락가락하면서 해맑게 웃고는 하는데, 그럴 때면 문득 어릴 적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는 나도 엄마 아빠 사이에 껴서 자는 것을 참 좋아했고, 온 가족이 한 방에서 모여 자게 되면 제일 신나 하곤 했다. 그래서 어쩌면 분리 수면을 하다가 가끔 함께 자는 경험이 더 강하게 아이에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 모든 고민도 아주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누구와 분리되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고, 함께 자고 따로 자고 가 또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우리는 어차피 서로 좋아 죽는 행복한 가족이고, 상황이 어떠하든 그저 우리는 같은 집에서 서로 조금은 멀리 또는 조금 가까이 잠들고 쉬어가는 것이니까.
 
 오늘 밤도 아이를 재우고 옆에서 잠들어 버릴지도 모르고, 숨죽여 나오다가 아이를 깨워 또 한참을 아이방에서 나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경우의 수는 모두 나에게 행복이다. 아이의 곁에서 잠들면 아이의 숨소리를 밤새 들을 수 있고, 몰래 나오다 걸리면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줄 수 있고,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면 사랑하는 아내를 꼭 안고 잘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우리는 분리가 되어도 분리될 수 없는 가족이다. 그러니 이리저리 요령껏 분리 수면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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