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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un 08. 2021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면 생기는 일

뽀뽀뽀

 우리 집에서 아이의 목욕을 시키는 것은 나의 몫이다. 아내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서로 합의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이유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무리 내가 한다고 해도 아내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목욕은 내가 담당해서 하고 있다. 물론, 내가 하는 것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간단히 먼저 씻기고, 받아놓은 물에서 같이 놀아주는 것이 다다. 그 이후에 물기를 닦아주고,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는 것은 여전히 아내가 더 많은 것을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를 씻기는 것은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즐겁게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목욕을 하면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아서 나는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하며 아이와 놀아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물을 받아서 장난감들과 함께 여유 있게 목욕을 하는 것은 매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아이가 하루에도 여러 번 씻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매번 이렇게 씻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우리도 슬슬 아이를 간단히 샤워기로 씻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도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신기해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조금만 아이가 장난을 치거나 내가 실수를 하게 되면 어김없이 나의 옷이 몽땅 젖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아이는 아직 머리를 감고 헹구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서, 내가 샤워기로 머리를 행구다 보면 어김없이 안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결국 또 그대로 아이를 안아 옷이 모두 젖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나는 아이와 함께 씻기 시작했다. 아이를 간단히 씻겨야 되는 상황이라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나도 옷을 모두 벗고 함께 들어간다. 그러면 아이를 맨살로 안아줄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도 있고, 아이도 아빠의 품에 안겨있어서, 비누칠을 하거나 머리를 헹굴 때도 겁내지 않고 잘 해내는 것 같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다른 점은 아이의 애정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원래도 애교가 많은 아이지만, 보통 목욕을 할 때는 아빠에 대한 관심보다는 물놀이 장난감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런데 함께 목욕을 하고 안아주는 날에는 아이도 나와의 교감이 증폭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처음에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던 날, 아이는 나에게 먼저 뽀뽀를 해주었다. 그런데 그 뽀뽀를 해주는 양이 점점 늘어서, 얼마 전에는 목욕을 하는 동안 아이가 나에게 100번도 넘는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그리고 그 애정은 아빠에게 그치지 않고 몸을 닦아주러 온 엄마에게 이어져서 엄마에게도 엄청난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스트로크"라는 강의를 하면서 스킨십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사람에게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는 사람 간의 스킨십이 너무나도 많이 필요하고, 우리는 그 특별한 스킨십을 부모와 자녀에게 가장 많이 받는다고 설명해 왔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부모와의 스킨십은 아이들 정서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와 맨몸은 비비며 목욕을  해보니 그것이 무슨 말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비누 거품을 만들어 몸을 씻고, 함께 샤워기를 물장난을 하고, 무서울 때는 아빠의 품에 안기는 과정 등을 통해 엄청나게 강력한 스킨십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에는 스킨십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렇게 서로의 맨살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번 목욕을 했을 때. 원래 아내도 함께 들어오려고 했다고 한다. 다만, 내가 너무 늦은 시간에 하는 목욕이라 서둘러 나오다 보니, 아내가 미쳐 들어오지 못했다며 내심 아쉬워했다. 언제까지 내가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많이 가족 목욕을 하려고 한다. 서로의 온기와 살결이 닿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성장에도 우리의 마음의 치유에도 모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적극 권장한다. 비록, 조금 더 신경 쓰이고, 불편하고,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한번 경험해본다면 그 엄청난 효과를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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