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_1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선록_1


심상치가 않다. 늦은 퇴근길. 내 옆자리에는 아내가 앉아 있고, 뒷자리 카시트에는 아율이가 잠들어 있다. 평소와 아무것도 다를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일상. 그런데 신호를 받아 기다리고 있는 내 앞에 있는 저 냉동 탑차가 이상하다.


눈앞에 보이는 냉동탑차는 아주 오래된 낡은 차로 보인다. 내가 이렇게 오래됐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보이는 차의 연식이라기보다는 차의 관리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느껴지는 평가다. 차는 언제 세차를 한 건지 온갖 먼지로 쌓여있었다. 원래의 색은 흰색이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회색과 베이지색의 중간 정도의 색으로 보인다. 멀리 있지만 타이어도 꽤 오랫동안 갈지 않은 것 같고, 짐칸의 모서리 부위나 자체의 여기저기도 녹이 슬어있는 것으로 봐서 오래되고 관리되지 않은 낡은 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차에 대한 편견은 아니다. 같은 차선으로 달리다 보니 지금 3번째 신호에 걸려 앞에 차를 보고 있는데, 아까부터 짐칸 뒷문 손잡이 근처에 이상한 모양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거 손자국 아니야?"


두 번째 신호에 걸렸을 때, 그 모양이 눈에 들어온 나는 옆자리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뭐?"


"저 앞차. 뒷문 손잡이 옆에 있는 거. 손자국 같아서."


"어? 그러네! 잠깐만. 손자국 맞는 것 같아. 5줄이잖아."


"그치. 뭔가 이상하지 않아?"


"에이. 근데 짐칸에 짐 실고 그러다 보면 손자국이야 날 수 있지. 뭐. 뭐가 이상해. 근데 밤에 이렇게 보니까 좀 으스스하긴 하다."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던 쇼핑을 계속했다. 아내가 보고 있는 쇼핑몰은 인스타그램에서 아주 유명한 곳인데, 사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쇼핑몰을 오픈해서 준비된 물량이 다 팔리면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의 옷들이 워낙 아내의 취향이기도 하고, 우리 아윤이에게도 잘 어울려서 아내는 며칠 전부터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 아내에게는 지금 저 차의 손자국 따위는 신경 쓸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상한데.."


내가 저 손자국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우선 5개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고 길게 뻗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누군가 강제로 차 안으로 밀어 넣었을 때 끌려들어 가기 싫어서 발버둥을 쳤던 것처럼, 그때 생기는 손 모양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3번째 신호에 걸렸을 때, 조금 더 차를 가까이 붙여서 보니 오른쪽 문쪽에도 짧은 손가락 자국 같은 것들이 여러 개 있었다. 즉, 내 상상이 맞다면 누군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저 냉동탑차에 억지로 실려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오른손은 문이 닫힌 왼쪽 문에 긴 손자국을 만든 것이고, 나머지 왼손은 열려있는 오른쪽 문을 잡고 버티다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 것이다.


"어?" 왜 좌회전을 해? 직진해야지!"


"아! 이 시간에는 마트 앞 사거리가 많이 막히더라고, 그 성당 뒷길로 가려고."


"아 그래? 나 거기 싫은데.. 너무 어두워서. 어? 떴다!"


실은 저 차의 행선지도 찝찝하다. 우리 집은 경기도 외곽이라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보통 휑한 논이거나 공장지대다. 물론 냉동탑차가 공장지대로 들어가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지만, 밤 10시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미 대부분의 공장들은 작업이 끝난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성당을 지나가는 외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폐공장들만 남아 있다. 그러니 나는 저 차가 성당에 들어가는지, 않는지를 보고 싶었다.


어느새 성당이 오른쪽에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우회전을 하면 우리 아파트의 후문으로 향하는 길이고, 죄회전을 하면 성장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직진을 하면 바로 그 폐공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나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쫓아갔다. 아내는 하나씩 품절이 돼가는 사이트의 물량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아윤이는 세상모르고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운전하는 손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냐. 어디로 가냐. 어디로 가냐.


그 순간, 차가 성장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휴.. 성당이구나.."


"뭐라고?"


"어? 아냐!"


"뭐해? 안가?"


"아! 가야지!"


"아! 잠깐! 오빠 이거 너무 이쁘지 않아? 근데 흰색도 이쁘고, 베이지도 예뻐서 뭘 사야 될지 모르겠어. 금방 품절 뜰 텐데..."


"두 개 다 사! 다 입히면 되지."


"비싸. 여기! 그리고 너무 비슷하잖아. 하나만 골라 봐."


"알았어. 줘봐."


나는 아율이 옷을 봐주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워두고 아내의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이 시간에 이 길은, 오는 차가 거의 없어서 괜찮았다. 그런데 문득 옷을 보다 보니 앞에 있는 차가 성당에 들어가지 않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수녀님께 전화하시나?라고 생각을 하고, 다시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 차가 조금씩 후진을 하는 것이다.


"어?"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직진방향으로 차를 틀더니 그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 어?""


"왜? 뭐? 이상한 거 있어?"


"아니! 저 차가"


"차가 뭐! 아! 오빠! 베이지 품절이잖아! 뭐야~"


나는 저 길로 사라지는 그 냉동탑차를 보면서 온갖 상상이 하기 시작했다.


뭐지?, 왜 저기로 가지? 저기는 폐공장 밖에 없는데? 진짜 안에 뭐가 실려있나?


근데 그때였다. 길을 가던 차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다.


"어~ 어!"


"왜왜?"


"저... 저... 저거 봤어?"


"뭐?"


"저기 저 차. 저 차가 이상하게 흔들렸잖아!"


"당연하지! 저기부터 비포장이잖아! 아 그보다 이건 어쩌지? 이것도 다 예쁜데?"


아니다. 분명히 차는 크게 좌우로 흔들렸다. 마치 짐칸에서 누가 흔드는 것처럼. 나는 천천히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와 집에 들어왔지만, 그 차의 흔들림과 손자국이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았다. 분명히 짐칸에는 누군가 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나만의 생각뿐이었고,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그날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었다. 며칠 후 그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 경기도 한 폐공장에서 20대 여성의 변사체 발견!

-시체는 폐공장에 있던 워크인 냉동고에서 발견되어 정확한 사망일시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폐공장에 살해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다른 곳에서 살해한 후 이곳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기사를 읽는 내내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기사를 다 읽었을 때, 나는 그날의 모든 기억들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머리를 번개처럼 번쩍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 차! 냉동팬이 돌아가고 있었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니요.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