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_2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선록_2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그 냉동탑차 위에서 돌아가던 냉각팬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두운 길을 천천히 들어가던 냉동탑차의 뒷모습, 갑자기 흔들리는 차체, 그리고 시끄럽게 들리는 냉각팬 소리. 눈만 감으면 그 장면이 내 머릿속에서 영화 예고편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결국 침대에서 나와 냉장고로 향했다. 시원한 물을 한잔 마시고 식탁에 앉아, 생각을 정리해 봤다. 우선 분명한 것들부터 구분해보았다.


1. 늦은 시간 폐공장으로 들어간 냉동탑차.

_ 그 길에는 폐공장 밖에 없다.


2. 돌아가던 냉동팬.

_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으나, 나름 기억은 선명하다.


3. 낡은 자동차와 거기에 있던 이상한 자국.

_ 객관적인 아내가 확인해준 것이다.


노트에 적어보고 나니, 애매하긴 했다. 이상하다고 말할수도 있지만, 또 벌거아니라고 하면 별거 아닌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사의 내용을 정리했다.


1. 경기도 폐공장에서 20대 여성의 변사체 발견

_ 저 폐공장의 위치가 우리 동네의 그 폐공장이라는 근거는 없다.


2. 폐공장 냉동실에서 발견된 시체.

- 냉동실에서 발견되었다고, 꼭 냉동탑차로 이동했다는 근거는 없다.


결론, 내가 본것과 이 사건이 연관이 있다는 근거는 전혀없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내 오해이거나 착각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내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것들마저도, 실은 나만의 판단으로 왜곡되거나, 확대 해석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고, 그것들을 단순히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과 연관 짓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차가운 물을 한잔 더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생각을 정리해서였는지, 아까 나의 잠을 방해하던 장면들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푹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을 맞이하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 전날의 일들은 이미 오래전 일인 듯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신기할정도로 내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졌고, 여느때와 같이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빠. 오늘 퇴근 몇 시에 해?"


"칼퇴 가능요."


"ㅇㅋ"


그렇게 한참을 대답이 없더니, 다시 메시지가 왔다.


"오빠, 나는 오늘 좀 늦거든, 아율이는 엄마가 먼저 데려간데, "


"많이 늦어?"


"아냐. 한 7시면 끝나. 근데 부탁이 있어."


"뭔데?"


"가는 길에 3차 312동에 들려서 물건 좀 받아 와줘."


"뭐 샀어?"


"어. 당근에 아율이가 좋아하는 책이 나와서 바로 연락했지. 내가 받아가려고 했는데, 7시면 집에 아무도 없다고 해서, 현금 있어?"


"얼마? 나 없는데."


"27000원. 그럼 내가 오빠 퇴근 전에 가져다줄게요. 부탁해."


"알았어."


아내는 잠시 후, 내 자리로 와서 돈이 든 봉투를 주고 갔다.


"사내부부인 게 이럴 땐 좋아요."


"그치. 밥은?"


" 팀장이랑 같이 먹기 싫어서 빨리 끝내고 간다 했어. 집에서 대충 시켜먹지 뭐."


"알았어. 나도 기다릴게."


"응. 빨리 갈게요. 책 상태, 사진으로 보긴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그래도 한번 봐줘요. 상태 어떤지, 돈 주기 전에!"


" 예. 알겠습니다. 제가 거래 한두 번 하나요?"


나의 확실한 대답에도 아내는 의심의 눈치를 보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율이가 태어나면서 오늘 같은 상황은 꽤 자주 있었다. 아내의 사촌들 중에 아윤이보다 빠른 아이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육아용품들을 물려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기르다 보니 필요한 것이 참 많았다. 유아용품의 특징이 원래 필요한 기간은 잠깐인데, 생각보다 가격들이 저렴하지는 않아서, 아내는 중고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당근 마켓을 자주 이용하는데, 당연히 동네 주민들과 거래한다는 안심과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아내를 자주 부추기는 듯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에서 그러하듯이 보통의 거래는 아내가 하고, 배달은 내가 한다. 그래서 나는 꽤 여러 번 아내의 심부름을 갔었고, 많은 남편들을 만났었다. 그런 상황들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보통의 남자들은 대부분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달부의 역할만 부여받아서, 거래의 내용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나는 아내가 말도 해주고, 나도 관심이 있는 편이라, 무엇을 거래하고 그 금액이 얼마인지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꽤 많은 남편들이 내가 들고 있는 물건이 뭔지, 내가 건네는 봉투에 돈이 얼마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내가 상대방이 가지고 나온 아이 장난감을 건네 받아서 상태를 보려고 열어봤는데, 그것이 자신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처음으로 사준 장난감이었던 것이다. 그때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그 자리에서 팔지 않겠다고 사과를 하고는 아내에게 전화해서 싸우는 것이었다.


" 당신! 미쳤어? 우리 어머니가 하민이 처음 사준 장난감을 팔려고 한 거야? 그것도 5000원 받고?"


그 순간 내 손에 들려있던 오천원을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은 것은, 아내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했다. 뭐 여튼, 이런 상황들이 나에게 자주 반복되다 보니, 나도 큰 부담감이 없이 아내의 심부름을 하곤 했다. 나는 아내가 준 봉투를 들고, 3차 아파트 312동 앞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저.. 당근 마켓 구매잔데요. 지금 지하 주자창입니다."


"아! 예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


아주 반갑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였다. 보통은 아내들이 거래를 하고 남자들이 배달을 하는데, 남자가 전화를 받아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싱글대딘가?

아님 이 집은 남자가 집안일을 하나?

전업주분가?


내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이 시간이 참 안 가기 때문이다. 도착했다는 전화를 걸고, 상대방이 내가 있는 곳까지 내려오는 시간이, 보통 길어야 5분도 안 되는데,그 시간이 참 어색하고 길다. 보통은 휴대폰을 하고 있기 마련인데, 언젠가 내가 물건을 가져다주러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게임을 하고 있던 상대방의 표정과 자세가 진짜 별로라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그 짧은 어색함을 위해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거나, 그저 그 공간을 구경하곤 한다. 우리가 이 아파트에 이사 온 것은 3년이 되었지만, 2차인 우리 집보다 2년이나 늦게 입주가 시작된 3차 아파트는 그래도 새 건물인 티가 팍팍 났다. 어차피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다 보니, 스타일이나 공간 구성이 비슷해서 별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를 둘러보면서 제일 부러웠던 점은, 아직 입주가 다 되지는 않아서인지, 아직은 아주 많이 넉넉해 보이는 주차자리였다. 우리 아파트는 벌써 사람들이 다 차서 항상 주차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기웃거리던 중에, 저쪽 현관에서 어떤 남자가 쇼핑백을 들고 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차피 비상등을 켜놓고 서있는 나의 차와, 봉투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고, 내가 거래 대상자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 큰 키에 단정해 보이는 이미지를 가진 그는, 편한 반바지와 커다란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 티가 나도 이쁘다고 생각했던 브랜드의 티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 티셔츠로 시선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문득, 그 티셔츠 뒤로 냉동탑차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차가 내가 봤던 그 냉동탑차라는 것을 알았다. 그 냉동탑차는 현관 뒤쪽에 제일 어두운 구석자리에 주차가 되어있었지만, 어두워도 내 느낌은 확실했다.


이상한 것은 나는 분명히 기사를 봤던 날 밤에 나름의 정리로 의구심을 모두 떨쳐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차가 눈앞에 있으니 떨리기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남자가 나에게 걸어오는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등줄기에 흐르는 땀으로 옷이 다 젖은 느낌이었고,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나의 이런 상태가, 상대에게는 크게 티가 나지 않았는지,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다행이었지만, 이미 너무 긴장한 나는, 진짜 엉뚱한 질문을 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책 상태부터 확인해보세요."


"아.. 예.. 그보다...혹시 저 차 주인이 누군지 아세요?"


"네?"


엉뚱한 나의 질문에 의아해하던 그는, 고개를 돌려서 내 손가락 방향을 확인하고서 나에게 대답을 했다.


"왜요?"


"아.. 아니요.. 그냥.."


나는 순간 어색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해서 봉투를 내밀었다.


"저.. 여기 돈이요."


"아.. 예.. 여기요."


그 남자는 나에게 책이 든 쇼핑백을 건넸고, 나는 그 책을 받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 그 남자 뒤에 있는 그 차로 시선이 갔다.


"책 확인 안 하세요?"


"아.. 예. 아니, 아내가 사진으로 봤다고 해서요. 감사합니다."


"아.. 예..."


나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서둘렀다. 분명히 이대로 가면, 사는 물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왔다고 아내가 한소리 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쇼핑백을 들고서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자꾸 백밀러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백밀러 안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떠나가는 내 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그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백밀러 구석에는 내가 분명히 봤던 그 차도 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완전히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온 나는, 차를 잠시 길 한쪽에 세워두고 심호흡을 했다.


나는 그때 문득 그 차가 내가 봤던 그 차가 맞는지, 확인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그 차를 다시 본 건 한순간이었지만,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서 나는 그 차의 번호를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우선 그 번호를 까먹지 않기 위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4685... 4685... 4685... 4685..."


나는 입으로 차번호를 계속 중얼거리며, 차에 있는 블랙박스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 차를 봤던 것이 거의 2주 전 일이기 때문에 아마도 블랙박스에 영상이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4685... 4685... 4685... 4685..."


그리고 나는 그날의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영상을 앞뒤로 돌려가며 찾던 중 딱 플레이가 된 부분은, 그 차가 천천히 후진을 하던 부분이었고, 차번호가 선명하게 보였다.


"4685"


나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블랙박스 속 그 차는 천천히 그 어두운 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덜컹"


나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내가 확실하지 않다고 했던, 차의 움직임이 너무 분명하게 찍혀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많이 놀랐지만, 그 순간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은 우선, 확실하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차를 몰고 그 길로 향했다. 블랙박스를 보며 그 차가 덜컹거리던 구간을 똑같이 지나가 보았는데, 차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반복해도 결과는 똑같았고, 차가 그렇게 덜컹거릴 만큼 움직일 만한 웅덩이도 장애물도 없었다.


"그럼 그건 진짜 뭐지?"


순간 또 내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왜요?"


"왜요? 왜 왜라고 묻지? 보통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모르는 차를 물어보면, 당연히 모른다는 대답이 먼저 나오는 것 아냐? 근데 그 사람은? 도대체 왜?"


순간, 내 차를 왜 물어보냐는 듯한 그의 말투와 표정, 내가 주차장을 나오는 모습을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던 모습까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 모습이 합쳐지며, 나의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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