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_3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선록-3


우리 집은 차가 두대 있다. 직장에서 맞나 사내부부가 되어 같은 곳으로 출퇴근을 하고는 있지만, 부서가 다르고 매번 같이 출퇴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차가 2대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보통은 같이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같이 타고 다니는 차는 SUV고, 세컨드카로 가끔 타게 되는 차는 중소형의 작은 해치백이다.


내가 아내의 심부름으로 3차 아파트에서 그를 만났을 때, 타고 갔던 차는 SUV였다. 당연히 그가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차도 바로 그 SUV였다.


나는 그날 이후로 왠지 SUV를 타기가 꺼려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그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특히 3차 아파트 앞을 지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모습이 아내에게도 조금씩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오빠 왜 그래? 요즘."


"뭐가?"


"아니 자꾸 작은 차만 타려고 하고, 정문으로 들어가도 되는데, 자꾸 후문으로 삥 돌아서 들어가고, 뭔가 집 근처만 오면 잔뜩 긴장해서."


"내.. 내가 언제.."


"봐 봐 지금도 당황하잖아.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오빠 내가 당근 심부름시켜서 3차 아파트 다녀온 날부터 뭔가가 좀 이상했어.. 뭐야? 어? 3차에서 헤어진 첫사랑이라도 만난 거야?"


나는 아내의 추측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갑자기 헛웃음이 터졌다.


"뭐? 허!"


"반응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그럼 왜 그래요? 어?"


나는 순간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의 장르가 스릴러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라면, 아니 차라리 막장이어도 좋으니 이런 불안과 공포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 그게.. 별거는 아닌데.. 그때 내가 말한 냉동탑차 있잖아."


"뭐? 냉동탑차?"


"어 그래.. 그때 손자국이 나있는 것 같다는 거."


"아.. 그때 과수원 들렸다가 늦게 오던 날 본거?"


"어 그래... 그거.."


"그게 왜?"


"그 차를 거기서 봤거든. 3차 아파트."


"뭐. 그럴 수도 있지, 같은 동네니까."


"근데, 그게 당신이 당근 거래한 그 사람..."


잠깐, 그 순간 나는 더 큰 걱정이 머릿속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내 차를 봤다. 그런데 그전에 나와 거래를 했다. 그 얘기는 그가 내 아내와 연락을 했다는 것이고, 그럼 어쩌면 그가 우리 집이나 나에 대한 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당신! 혹시 그 3차랑 당근 거래한 거,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한 거야?"


"뭐? 아니! 누가 당근 거래를 휴대폰으로 해. 당근 채팅으로 하지."


"아 그래? 그럼 혹시 당신이 예전에 올려서 판 거 중에 당신 번호 오픈된 건 없었지?"


"어.. 아마도... 근데 그건 또 왜??"


"아니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좀 확인해봐."


"어.. 알았어"


아내는 갑자기 심각해지고 진지해진 나의 표정에 당황을 했는지, 순순히 본인의 게시글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순간 그와 거래했다는 사실에 단순히 노출된 내 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지금 나는 그 누구에게도 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 속에 놓여있었던 아내도, 이상하긴 해도 별거 아니다.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는 말은 설사 내가 경찰서에 간다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차분하게 내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부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내조차 믿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이사도 갈 수 없고, 아내에게 당근 마켓을 탈퇴하란 말도 할 수 없다. 그가 무엇인가를 노린다면 우리는 피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내가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가 누구인지!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짓을 할 건지!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에 대한 정보와 사건에 대한 증거들을 모아야 한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나 혼자? 지금 이대로? 의욕은 넘쳤지만 자신은 없었다. 그동안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의 혼란도 나를 충분히 외롭게 만들었고, 괴롭혀 왔다. 나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내 말을 믿어주고, 내 행동에 힘을 실어줄 사람.


"뭐 없어. 근데 왜? 그 사람이 이상했어? 책은 깨끗하고 좋던데.


"아니야. 뭐. 그냥 좀 이상한 게 있어서."


"근데 원래 당근에 이상한 사람 많아. 얼마 전에 제부도 이상한 사람 만났다고 했어."


순간 나는 동서가 떠올랐다. 맞아. 지금 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함께 고민해줄 만한 사람이라면 동서만큼 좋은 사람을 없다!


동서는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 안에서도 꽤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듯하여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다. 직업도 좋은데, 감도 좋아서 그가 얼마 전에 처제와 가족의 반대에도, 우겨서 사게 된 아파트는 6개월 만에 집값이 2배가 되었다. 그만큼 동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는데, 우리와 다른 통찰력이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 순간에 그가 떠오른 것은 단순히 그의 직업이나 감 때문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여유 있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당근 마켓을 엄청 좋아한다. 처조카의 많은 육아 아이템을 당근 마켓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구매하고 있고, 육아용품뿐만 아니라, 처갓집의 안마의자나 냉장고등도 당근 마켓을 통해 아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구매했다. 심지어 당근 마켓을 마치 주식어플처럼 활용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콘솔게임의 경우, 좋은 아이템들이 저렴하게 매물로 나오면, 빠르게 구매해서 본인 나름대로 튜닝을 한 후,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는 동서를 "당신"이라고 부른다. "당근 마켓의 신"이라는 뜻이다.


바로 지금 나는 그 "당신"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그와의 거래에서 발생된 우리의 리크스를 감춰야 하고, 그 거래를 통해 우리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 역할에 "당신"보다 적합한 존재는 경찰에도 없을 것이다. 특히, 그는 이 거래를 통해서 갖게 된 나의 의구심에 분명히 흥미를 느낄 것이고, 향후 내가 해야 할 일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나만큼이나 가족의 안전에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분명히 내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공감을 하고, 나서서 도와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동서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형님? 무슨 일이세요?"


"어 동서 내가 좀 할 말이 있는데, 내일 시간이 있어?"


"예? 시간은 되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아.. 별건 아니고 그냥 내가 조언을 구할 게 있어서..."


"아... 예.. 그럼 어디서 뵐까요?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아냐. 내가 내일 과수원에 들릴 일이 있는데, 그쪽으로 올래? 내가 치킨 좀 사갈게"


"네! 좋아요 그럼 오랜만에 치맥이나 하시죠. 뭐. 내일 뵐게요."


"그래. 고마워. 쉬어."


나는 내일 "당신"의 힘을 빌리러 과수원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동서와의 약속을 과수원으로 잡은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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