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_4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완수-1


나는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당근 마켓에 들어간다. 새삼스럽게 어플을 실행하거나 새롭게 로그인을 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저 항상 활성화되어있는 그곳에 바로 들어가는 것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자연스럽게 당근 마켓에 들어가 밤새 새롭게 등록된 물건들을 살핀다. 보통은 잠들기 전까지도 새로운 물건들을 둘러보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이 많지는 않다. 다만, 보통 새벽에 올리는 것들은 심리적으로 즉흥적으로 올리거나 급하게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도 되지 않아서, 나는 이 시간 때에 좋은 물건들을 많이 잡는 편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올린 가격이 너무 싼지도 모르고 새벽에 올렸는데,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없으면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침에 채팅을 걸면 반가운 마음에 거래가 잘 된다. 게다가 지금부터 이어지는 채팅은 나도 출근 시간이라 바쁘지만, 그들에게도 정신없는 시간들이기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격을 조정하는 것도 훨씬 잘 먹힌다. 그래서 나는 당근 마켓을 시작한 이후에 기상시간이 30분 정도 빨라졌다.


우선 나는 기본적으로 필요에 의한 거래를 하는 편이다. 즉, 싸고 좋은 물건이라고 무조건 사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내가 필요한 물건이나 쓸 수 있는 것들을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알림 등록을 해놓은 키워드들은 육아용품과 콘솔게임이다. 다만, 그런 것들을 위해 당근 마켓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의외의 대박 상품들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구매한 지 5년이나 된 안마의자지만, 사진상으로 사용감이 거의 없고, 모든 기능이 이상이 없는 제품이 45만 원에 올라온 경우였다. 물론, 이 게시물에는 업체를 통해서 이전할 경우 이전비용이 20만 원이 추가된다고도 쓰여있었다.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딜에 들어갔었다.


"저 혹시 안마의자 구매 가능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그럼, 제가 실은 장인 어른댁에 놔드리고 싶은데, 이전비용까지 생각하면 가격이 좀 부담이 돼서요. 가격 조정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근데 저희가 이게 진짜 거의 안 쓴 거라서요.."


"예 사진 보니까. 오래된 모델이긴 한데 상태는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요.. 제가 정말 맘에 드는데, 제가 예상한 비용보다 좀 차이가 커서요. 아내는 계속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꼭 사드리고 싶거든요."


"음.. 그럼 제가 5만 원 빼서 40만 원에 드리면 될까요?"


"정말 감사한데요. 딱 35만 원에 주시면 제가 쿨 거래로 바로 구매할게요. 오늘 바로 가져갈 수 있어요."


"아.. 예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거래를 마치고 나서 바로 장인어른 장모님을 모시고 그 집으로 향했었다. 빠른 거래를 위해 쿨 거래를 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안마의자는 기능도 확인해야 하고, 사용하실 분들이 불편하진 않은지 받아도 보셔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어르신들은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장인어른과 안마의자를 해체해서 가지고 왔다. 나는 이 거래에서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


첫 번째, 안마의자의 경우 제품의 연식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안마의자나 운동기구들은 보통 처음에는 신나게 사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관심에서 멀어져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연식에 비해 사용감이 없는 제품들이 많이 올라온다. 그래서 나는 연식은 높고 사용감이 없는 제품을 눈여겨본 것이다.


두 번째, 안마의자의 경우 이전비용이 아주 센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래서 이전비를 제외하고 가격을 제시한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아주 저렴해 보이지만, 막상 지출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격을 협상을 할 때 그 이전비용을 어필했다.


세 번째, 안마의자를 팔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그 안마 의가가 아주 큰 애물단지인 경우가 많다. 쓰지도 않는 이 커다란 물건이 거실이나 방에 떡하니 놓여있으면, 집도 좁아 보이고,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심리적으로 이 물건을 제 값을 받아야겠다는 마음보다, 빨리 치워버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빠르게 거래하겠다는 말이, 오늘 당장 가지고 가겠다는 말이, 아주 잘 먹히는 방법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10만 원의 가격을 깎았고, 거래가 완료되자마자 유튜브를 통해 해체 방법을 공부해서 20만 원의 이전비용도 세이브했다. (물론, 이 부분은 장인어른이 가지고 계신 1톤 트럭과 장인어른이 옮기는 것을 도와주실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는 했다.) 그렇게 나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안마의자를 사서, 처갓댁에 선물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당근 마켓을 통해 다양한 거래들을 하고,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콘솔게임의 경우는 더 큰 즐거움을 주는데, 보통은 내 또래 남자들이 젊은 시절의 취미생활을 이어가다가 결혼과 육아의 문제로 판매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남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가지도 있는 물건의 시세를 열심히 알아보고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적당한 가격에 대충 넘겨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게 싸게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지속적인 당근 마켓의 경험으로 그 분야의 시세들을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 물건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물건들은 나에게 새로운 수익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지난주에도 40만 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게임기에 게임팩 6개까지 포함해서 35만 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 당연히 보자마자 거래를 시작했고, 그날 바로 제품을 받아왔다. 그렇게 횡재를 한 나는 게임기 자체는 업데이트를 해서 45만 원의 가격에 다시 재판매를 했고, 게임팩은 게임팩대로 각각 판매해서 15만 원을 받았다. 나는 결국 35만 원에 구매한 제품을 60만 원이 넘게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에게 당근 마켓은 게임보다 재미있고, 주식보다 쏠쏠한 취미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나는 지금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다. 지난주 35만 원에 나에게 게임기를 판매했던 사람이 지금 우리 아이의 방방이을 사겠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당근 마켓을 하다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차피 같은 동네에서 이웃끼리 거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 남자를 만난 장소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 거래를 했던 곳은 우리 아파트였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아내와 처갓집에 가는 길이어서 같이 만났는데, 알고 보니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의 아빠인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의 가족사항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내가 팔려고 내놓은 아이의 방방이를 내가 외출하는 길에 가져다 주시로 했는데, 우리 동네 다른 아파트에서 그 남자가 나온 것이다. 이번 거래는 아내가 했기 때문에 나는 전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설마 그 남자를 여기서 만나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어?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처음에는 그저 반가웠다. 그도 당연히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아 이번에는 제가 팔게 되었네요."


"그러네요. 근데 실은 아내 심부름으로 나온 거라 그게 뭔지도 몰라요."


"하하하 보통은 그렇죠. 아이들 방방이이에요. 저희 아이는 잘 안기지고 놀아서, 아내가 판 거 같아요."


"아. 여기 돈이요. 잘 쓰겠습니다."


우선 그 남자는 우리가 예전에 어디서 거래를 했는지는 모르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착각 한걸 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그때 그 남자는 아파트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차에서 내려 게임기를 건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만남이 뭐가 문제인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그 남자는 아주 밝은 얼굴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까지도 실은 이게 별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여기가 친척집일지도 모르고, 친구 집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곳이 본가나 처갓댁일지도 모르고, 그곳에 아이의 장난감을 가져다 놓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은 잠시 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자기야? 받았어?"


"어. 여기"


"우와! 우리 지훈이 진짜 좋아하겠다."


순간,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이 옳지 않다는 것을 바로 인지 할 수 있었다. 우선 나는 저 남자의 아내를 알고 있다. 아내와 친하게 진해서 우리 집에도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저 남자의 딸도 알고 있다. 당연히 우리 아이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저 남자에게 팔짱을 끼며 안기는 여자는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아내가 아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말하는 이름도 내 딸의 친구 이름이 아니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아파트로 올라갔고, 나는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멍하게 서있어야 했다.


"이건 뭐지...."


나는 그곳에서 5분 정도 멍하게 있다가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막상 친구들을 만나 정신없이 게임을 하다 보니 그 남자의 일은 그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친구들과 놀다가, 잊고 있었던 그 남자의 일이 떠오른 것은 내 주머니에서 울린 소리 때문이었다.


"당근"


당근 마켓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와 있었고, 그 상대방은 다름이 아닌 바로 그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순간 그 남자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얼음이 되어버렸다.


"아까는 반가웠습니다."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저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근 마켓 셜록_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