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_5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완수-2


"잠시 뵐 수 있을까요?"


그 남자의 그 말에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내가 뭔가를 아는 것을 눈치를 챈 걸까? 아님 진짜 할 말이 있는 걸까? 근데 그 남자랑 나 사이에 무슨 할 말이 있지? 어쩌면 내가 그 남자의 가족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도 나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내 심장은 점점 더 뛰기 시작했다.


"예? 무슨 일이신데요?"


"그건 뵙고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듯해서요. 혹시 지금 시간 되시나요?"


"아. 제가 죄송하지만 밖에 나와 있어서요."


"실례가 안된다면 언제쯤 들어오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 아.. 예.. 지금 친구들이랑 게임 중이라 한 2시간은 있었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럼 들어오실 때 연락 주세요. 제가 405동 쪽으로 갈게요."


"아.. 예.. 알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답변을 하다 보니 약속을 잡아 버렸다. 그리고 그 2시간의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버렸다. 나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는 했지만,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조금 더 늦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친구들도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405동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405동"


그가 나에게 나오겠다고 한 장소. 405동은 우리 집이다. 그는 알고 있다. 내가 405동에 살고 있다는 것도. 내가 누구의 아빠인지도.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나는 마치 내가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는 심장을 다스리지도 못한 채 나는 저기 놀이터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 그는 나를 등지도 가로등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늦은 시간에 가로등 앞에서 뿌연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그의 뒷모습은 어느 영화에선가 본 듯한 익숙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천천히 나를 향해 뒤돌았고, 그 모습은 나에게 마치 스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그는 표정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표정의 디테일이 보이지 않자. 그가 들어 올린 한 손도, 반가움의 표시인지, 나를 위협하기 위한 포즈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내 눈앞에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오자, 그가 웃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근데 무슨 일이시죠?"


"아.. 저 그게 말이죠..."


남자는 순간 말을 끌었다. 그리고 그 정적은 실제로는 그리 길지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아주 긴 시간이었다.


"제.. 게임기를 다시 파셨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많이 더 비싸게요.."


"아... 아..... 아.... 예...."


그는 나에게 게임기 이야기를 했다. 맞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그 게임기 거래였고, 나는 그 거래를 통해 꽤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가 그 내용을 알았다면 분명히 나에게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나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내가 불안했던 것보다는 쉬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제가 너무 시세를 몰라서 아내의 닦달에 급하게 올렸는데, 그게 그렇게 비싸게 받을 수 있는지는 미처 몰랐네요..."


"아.. 저 그거는 그러니까요..."


"아! 뭐라고 하려고 만나자고 한 것은 아닙니다. 돈을 돌려달라는 것도 당연히 아니고요..."


"저 그럼... 무슨 일로?"


"실은 지난번에 판 거는 제가 아내에게 집에서 게임하던 걸 걸려서 팔게 된 거고요. 실은 그것보다 숨겨 놓은 게 더 많거든요."


"아... 그러세요?"


"아 에.. 그래서 제가 그중에도 좀 팔게 많은데, 지난번처럼 그냥 올리는 게 아니라, 그쪽분께 시세도 좀 알아보고,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법도 좀 배우려고요. 물론 본인이 원하시면 대신 팔아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제가 소정의 수수료를 드리면 되니까요."


"예? 수수료요? 뭐가 많이 있으세요?"


"제가 좀 철이 없어서요. 게임기도 많고, 태블릿이랑 노트북도 좀 있고, 피규어도 좀 있거든요. 근데 피규어는 진짜 시세를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제가 당근에서 거래를 잘한다고 해서 막 20~30%씩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서요."


"제 거는 꽤나 많이 남기셨던데요.."


"그런 경우는 흔치 않은 횡재라서.."


"그러니까요.. 그렇게 바보짓만 안 하게 돼도 손해는 아니잖아요?"


나는 모든 걱정과 근심이 다 사라졌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당근 거래 얘기에 정신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굳이 왜? 나한테 이런 걸 부탁하지?'


"저 근데 좋아하시는 걸, 다 파시려고요? 모으는 데도 꽤 많이 쓰셨을 텐데요."


그 순간, 그 남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제가 이제 시간이 좀 없어서요. 일도 더 생기고, 얘들하고도 시간을 더 보내려고 하고요."


나는 다시 내가 이 자리에 나오면서 느꼈던 불안함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 예...."


"아영이 아버님! 도 이해하시잖아요. 얘들한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이제 제가 내려놔야죠.."


늦은 시간. 지금 이곳의 조명.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마치 협박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아영이 아버님?"


"아.. 예..."


나는 순간 멍해졌었다.


"우선 제가 내일 연락을 드릴게요. 우선 지난번에 제가 팔았던 그 게임기가 하나 더 있거든요. 그것부터 부탁을 좀 드릴게요."


"아.. 예..."


나는 그렇게 그의 당근 마켓 중계인이 되었다. 그는 나에게 판매할 제품의 정보를 주면, 내가 글을 올려서 거래를 진행하고, 제품의 전달은 그가 알아서 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정말 나는 아주 간단한 역할만 해주고 그가 거래 금액의 10%를 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그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저 아영이 아버님, 근데 비밀인 거 아시죠?"


"예...? 아... 예.."


"제 아내가 몰랐으면 해서요.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아... 그럼요..."


"저는 아영이 아버님께서 제 비밀을 잘 지켜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아....."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는 뒤돌아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 지금 미친 거 아냐?'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 내가 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저 남자가 나에게 먼저 이의를 제기했던, 게임기를 다시 판 것. 그것이 물론 그렇게 좋은 행동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불법도 아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판 사람만 억울한 일이겠지. 그런데 저 남자는 그 사건에 대한 내속에 있는 일말의 미안함을 시작으로 나의 감정을 휘둘르고 있다. 아마 그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물건들을 거래해주는 수수료를 주면 나는 신나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게 관계가 돈독해지면 내가 그 남자의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짜 미친놈이다. 나는 우선 당근 마켓의 거래를 좋아하지만, 거기에 끌려다니지는 않는다. 심지어 나의 월급은 당근 마켓에서 얻는 부수입에 연연해야 할 만큼 적지도 않다.


"저기요. 가온이 아빠."


"예?"


"저. 이거 안 해요."


"예?"


"안 한다고요. 본인 당근 거래는 본인이 하시는 것이 좋겠네요. 저는 그냥 제가 재미있어서 거래를 하는 거지. 이걸로 본격적인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닙니다."


"아니 저기요."


"지금 본인에게 싸게 사서 다른 사람한테 되파는 것을 문제 삼고 싶으신 건지, 아니면 제가 그깟 거래금 10%에 혹해서 가온이 아빠의 그 알량한 비밀을 지켜줄 거라 생각하고 저한테 당당하게 말씀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가온이 아빠의 물건을 제가 깎아달라고 졸라서 산 것도 아니고, 제가 사고 나서 나름 업그레이드도 하고 해 보다가 질려서 다시 판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고요.


"저기요."


"아니요. 끝까지 들으세요. 그리고 가온이 아빠가 어디서 뭘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실은 크게 상관이 없어요. 제 딸의 친구라고 해봤자, 이제 유치원생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그쪽하고 대화를 해보고 나니, 뭔가 제가 아내에게 해줄 말이 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드네요."


"저기요. 아영이 아버님.. 제가 실은요.."


"저 죄송한데, 무슨 사정이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아니요, 궁금하지 않아 졌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저를 불러내서 뭔가 상황을 바꿔보시려 한 것 같은데, 상황은 확실하게 바뀐 것 같네요. 저는 더는 그쪽 말을 듣고 싶지 않고, 향후 제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굳이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또 뵐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나는 그렇게 욱하는 마음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쏟아내고 왔고, 그 남자는 그곳에서 멍하게 서 있었다. 내가 그 남자에게 이렇게 까지 한 이유는 나를 고작 그 자잘한 돈으로 어찌해보려고 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매우 상했고, 우리 아이의 이름을 뭔가 협박의 소재로 쓰려고 했다는 느낌이 아주 기분 나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내가 그의 문자를 받고 심장이 쪼그라들고 마음 졸였던 것의 복수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마 그는 오늘부터 한참 동안 불안해할 것이다. 그리고 알아서 자신이 먼저 무엇인가 행동을 취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오랜 시간 마음을 졸이며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그 남자의 삶이 나에게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나는 오늘의 해프닝을 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다시 연락을 받은 것은 한 달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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