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6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완수-3


그날 점심시간에도 나는 평소처럼 휴게소 의자에 편하게 누운 듯 앉아 당근 마켓을 뒤지고 있었다. 요즘 나는 새로 계약한 차가 나오면 아이와 캠핑을 다녀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당근 마켓에서 주로 캠핑용품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내가 찾던 타프 텐트가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나는 고민도 할 것 없이 바로 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혹시 타프 텐트 거래 가능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그런데 혹시 가능하시면 가격조정이 좀 가능할까요? 제가 생각한 거보다는 좀 가격이 높아서요."


"음.. 그럼 우선 보시고 말씀하시죠. 저희 집에서 대충 쳐볼 수 있으니까요."


"예?"


"제가 사진으로 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 펴보셔야 하지 않겠어요? 진짜 거의 새것이기는 한데, 좀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조정해드릴게요."


"아.. 예 우선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가면 될까요?"


"오늘 가능하시면, 저는 오늘이 좋습니다."


"아. 그럼 주소 찍어주시면 제가 퇴근길에 찾아뵐게요."


"예.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타프 텐트를 예약을 하고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아직 차가 나오지도 않았고, 지금 사는 타프 텐트 말고는 캠핑장비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캠핑을 가서 아이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뒤 도안 돌아보고 바로 그 집으로 향했다. 조금 의아한 것은 우리 동네 자체가 다 신도시고 그래서 대부분 아파트밖에 없는데, 보내준 주소지는 아파트 단지가 아니었다. 보통 아파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지역의 주택은 아파트 단지와 가깝게 있는 다세대주택이나 빌라인 경우가 많은데, 내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그마저도 아닌 것 같았다. 아직은 어두워지는 시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과 아주 먼 곳은 아니다 보니 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심장이 뭔가 간질간질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내비게이션에서 남은 거리는 1km라고 나왔을 때, 내 차는 좁은 산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다행히도 비포장도로는 아니었지만, 왠지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 었다. 내 차는 그렇게 그 좁은 길을 향해 들어가고 있었고, 거의 다 왔는지 끝에 가서 코너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작은 타운하우스 단지가 있었다. 원체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이었고, 내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아파트만 알아보고 있었던지라 이런 곳에 타운하우스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나름 근사해 보이는 비슷한 집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간질거렸던 마음은 좀 놓였다.


나는 내비게이션이 도착지라고 알려주는 집 앞에 섰다. 그리고 바로 당근 마켓을 통해 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저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 바로 답장이 왔다.


"아 그럼 앞에 현관문 왼쪽으로 돌아오시면 제가 보일 겁니다. 제가 미리 텐트 쳐보고 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나는 그 사람의 말처럼 차에서 내려 현관문 옆으로 이어져 있는 길을 따라 건물 뒤쪽으로 들어갔다. 돌아서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아주 크지는 않지만 10인용 텐트 하나 정도는 칠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당근 마켓에서 사진으로 본 그 타프 텐트가 쳐 있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텐트는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근사해 보였고, 원래 계획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2만 원 정도는 가격을 깎아보려고 했지만, 지금의 마음으로는 그냥 다 주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테트를 보고 있는데, 텐트 안쪽에서 사람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또 심장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텐트 안에서 나온 사람은 내가 한 달 전에 만났던 그 불륜 남이었다. 물론, 그 사람이 진짜 불륜을 저지른 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나는 더 이상의 소통이 없었고, 아니 오히려 까맣게 잊고 살았기 때문에 내 기억은 그저 불륜남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을 여기서 만난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거지?


"어.. 어..."


"인연인가 보네요. 우리가."


놀라운 것은 지금 이 상황이 우연인지, 계획적인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나는 그 후로도 같은 아이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저 남자가 나의 아이디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래서 이 상황을 계획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이상한 것이, 내가 구매자라는 사실이다. 즉, 이 상황을 저 남자가 만들고 싶다고 해도 내가 판매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구매의사까지는 컨트롤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그동안 나는 주로 육아용품과 게임용품들만 주로 거래했었는데, 그런 내가 갑자기 캠핑용품에 관심을 가질 거라는 것은 그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 따라서 결국, 이 상황은 우연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의 아이디를 알고 있다면, 거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부터는 그가 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생각해보면 서로의 존재를 본 순간의 반응도 애매하다. 우선 서로 놀라기는 했지만, 나보다 그가 훨씬 더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사를 건넸다. 그래, 저 놈은 이 상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더 시간을 거슬러 보면, 내가 말을 걸었을 때부터 이 상황을 위해 나를 이곳으로 오라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들이 들자 더 심장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런가요? 진짜 대단하네요."


"우선, 텐트부터 좀 보시겠어요? 거래하러 오신 거니까."


"예. 좋습니다."


나는 말없이 텐트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그도 역시 내 뒤를 따르며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분명히 눈으로는 텐트를 살피고 있었지만, 모든 신경은 그에게 가있었다. 그도 그런 것 같은 게, 나의 뒤를 묵묵히 따라오면서 아무런 설명이나 대화도 없이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치였다. 그렇게 텐트를 다 둘러보고 나서는 우물쭈물거리는 나에게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맘에 드시면 좀 빼드려요?"


"아니요. 그냥 살게요. 좋네요"


"멀리까지 오셨는데, 2만 원 빼드릴게요."


"멀긴요. 가깝던데요. 괜찮습니다."


"별일이 다 있네요. 그럼 만원만 빼드릴게요."


"아... 예... 그러시던가요."


내가 당근 마켓을 하면서, 이런 대화를 나눠본 적은 처음이었다. 파는 사람은 깎아주겠다고 하고, 사는 사람은 괜찮다고 하고. 이 비정상적인 대화는 어쩌면 우리의 비정상적인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거일지 모른다. 여튼 나는 준비해온 돈에서 만원을 빼고 그에게 건넸고, 그는 굳이 세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별말 없이 함께 텐트를 접기 시작했다. 그때 해는 점점 지기 시작해서 엄청나게 예쁜 하늘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엄청난 관경을 전혀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온통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텐트를 거의 다 접어 갈 때쯤에 정원으로 연결되어있는 문에서 한 여자가 음료수를 들고 나왔다.


"저 음료수 한잔씩 드시고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나는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라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음료수부터 받아 마셨다. 아니 어쩌면 이 숨 막히는 상황을 갈증으로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허겁지겁 음료수를 다 마시고 나니, 그때서야 그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파네요. 진짜 큰맘 먹고 산거였는데.."


"뭐 쓸 일이 없으니까 파는 게 낫지."


"그래요. 어차피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는데, "


나는 순간 나의 기억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우선, 저 여자는 내 딸의 친구 엄마는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지난번에 다른 아파트에서 봤던, 그 여자도 아니다. 그런데 분명히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분명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너무 답답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 둘이 또 다정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뭘까? 나는 갑자기 이 남자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이 남자에게는 세명의 여자가 있다. 그리고 모두 그저 바람을 피우는 정도가 아니라, 주거지를 가지고 있다. 내 추측 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남자는 세집살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심지어 같은 동네에서?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같은 동네가 더 안전할 수도 있겠다. 기본적으로 이동의 동선이 짧고, 서로 겹치지만 않게 한다면, 오히려 등잔 밑이 어 안전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한 순간, 갑자기 저 남자가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감정은 단순히 도덕적인 가치를 넘어서는 그저 영화 속의 주인공을 대면하고 있는 듯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에 대한 이질적이면서 놀라운 감정이었다.


"다 드셨으면 저 주세요."


나는 바보처럼 멍하게 있다가 그 여자에게 빈 컵을 건넸고, 그 사이에 남자는 능숙하게 텐트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가방 하나에 다 정리가 된 텐트는 내 발 밑에 놓여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백만 개쯤 있었지만, 나는 지난번에 내가 부린 호기로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있었다.


"잘 쓰시면 좋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그는 지난번처럼 엉뚱한 제안을 하지도 않았고, 어설프게 나를 압박할 아이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편안하고,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이 나는 오히려 여유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저 사람의 여유는 내가 한 달 동안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에게 설명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는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큰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그래 어쩌면 저 사람은 뭔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걸 꺼야."


그런 마음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 주 주말에 처음으로 가까운 공원에 가서 아이와 캠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그 모든 사건이 나의 머리에서 지워질 때쯤, 그에게 연락이 왔다. 연락은 당연히 당근 마켓의 채팅이었고, 이번에는 그가 나에게 텐트와 함께 구매한 캠핑의자가 있는데, 살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는 연락이었다. 내가 관심이 있다고 하자, 그는 다시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한번 놀라게 된 것은, 그가 알려준 장소가 또 새로운 곳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곳에서 등장한 여자가 또 새로운 사람이라는 것도 나를 더 놀라게 했다. 그는 이제 나에게 자랑이라도 하듯이 자신의 수많은 집들과 여자들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고, 나는 그의 네집살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그의 사생활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때 아내의 형부. 즉,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동서. 내가 좀 할 말이 있는데, 내일 시간 있어?"


"예? 시간은 되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아.. 별건 아니고 그냥 내가 조언을 구할 게 있어서..."


"아.. 예.. 그럼 어디서 뵐까요?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아냐. 내가 내일 과수원에 들일 일이 있는데, 그쪽으로 올래? 내가 치킨 좀 사갈게."


"네! 좋아요. 그럼, 오랜만에 치맥이나 하시죠. 뭐. 내일 뵐게요."


나는 순간 이 모든 걸 털어놓고 상의할 만한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형님은 나에게 무엇인가. 답을 찾아줄 수 있는 것 같은 사람이다. 비록 나이 차이는 얼마 안나지만, 형님은 나이에 비해 어릴 적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학비를 벌겠다고, 장사를 오랫동안 하기도 했고, 연극 공연을 하면서, 풍부한 무대 경험도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어서, 유명한 연예인들과의 인맥도 좀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오디션을 심사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어쩌면 사람을 보는 눈은 누구보다 정확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도 중견기업의 교육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성향분석 강의를 하기도 해서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읽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이 모든 말은 아내를 통해 들은 이야기들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필요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인 것은 확실했다. 심지어 과수원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나에게는 또 한 명의 조언자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근 마켓 셜록_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