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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ul 20. 2021

첫 번째 훈육을 하다.

아내의 눈물


어제, 아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출산으로 인해 많이 안 좋아진 몸 상태도 문제였고, 워킹맘으로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이겨내던 아내가 어제는 결국 눈씨울을 붉히고 말았다.


 아내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아이의 장난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아이는 장난처럼 나를 때린 적이 있었는데, 아이에게는 아빠를 때리고 아빠가 반응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듯했다. 심하게 때리거나  오랫동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손바닥으로 나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에 아내도 나도 당황을 하긴 했었다. 다행히도 처음에 그런 장난을 쳤을 때는 잘 타일르고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려서 잘 넘어갔는데, 어제는 그 장난이 엄마에게 향했고, 그때보다는 좀 더 길게 이어졌다.


"어! 때리면 안 돼요. 때리는 건 나쁜 행동이야."


 우리는 몇 번이나 차분하게 타일르고 달랬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 행동이 재미있는지 엄마를 때리는 행동을 계속했고,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자꾸 그러면 아빠 이 놈 한다!"


 평소에 무서워하던 나의 이놈! 도 어제는 먹히지 않았고, 내가 타일러도 쉽게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아이를 안고 눈을 보며 안된다고 말을 하고 있으면, 마치 알고는 있지만 듣기 싫다는 느낌으로 다른 장난을 치곤 했다.


"때리면 안 돼!"


"응"


 몇 번의 실랑이만에 아이는 조금 진정이 된듯했고, 나는 바로 아이와 씻고, 아이를 재우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욕실에서 나와보니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의 팔을 두 손으로 잡고, 분명하게 다시 이야기했다.


 "엄마를 때리면 돼? 안돼?


 "안돼."


 "그런데 엄마를 왜 때렸어?"


 "아빠 안아"


 "때리면 돼? 안돼?"


"아빠 안아~"


 아이는 내가 말하는 것이 분명히 뭔지 알고 있었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는지,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나는 아이의 행동이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단호하게 아이에게 말했다.


"때리는 건 나쁜 행동이야. 엄마를 때리면 엄마가 아프잖아. 그럼 엄마는 슬퍼질 거야. 그러니까 엄마를 때리면 안 돼!"


"때리면 안 돼!"


"아무도 때리지 않아요."


"네"


"아빠랑 약속해!"


"약속!"


 아이는 다행히도 진정을 했고, 내 말에 대답을 했다. 나는 아이와 약속을 한 후에 아이를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거실로 다시 나오자, 아이는 엄마에게 달려가서 안아도 주고, 미안하다는 말고 하고, 손가락을 걸고 약속도 했다.


 솔직히 아이가 얼마나 알아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 어릴 적에도 아이가 졸리면 내 얼굴을 할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며칠을 잘 달래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스쳐가는 과정일지, 아니면 언제 또 그런 행동이 나올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아마 어제 아내가 운 것은 아이의 행동 자체보다는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의 모습에 더 당황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제 겨우 20개월이 넘어가는 아이에게 훈육을 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훈육을 하는 것 맞다면 어떤 훈육을 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아직 겁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나름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고,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이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아이는 아직 훈육의 필요성을 느낄 만큼 문제적인 행동을 한적도 없고, 그렇게 심각한 고민을 들게 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어제의 상황도 그렇게 크게 생각할 만한 엄청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아이를 길러보는 초보 부모의 입장에서는 유별나게 부모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아주 가끔씩 감당이 안 되는 텐션으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겁이 나고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아마도 어제 처음으로 훈육이라는 것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지식이나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순간에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갑자기 다가온 아이의 상황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고 대처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이를 안아주고 아껴주는 것만이 육아는 아니라는 사실을, 어제의 상황으로 더욱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훈육은 겨우 무사히 지나갔지만, 다음에 또 그래야 하는 상황들이 찾아온다면, 당황하지 않도록, 조금은 더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더 알아보고 준비하고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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