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다. 여느 날과는 다르게 늦게까지 쉬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아이를 만져보니, 뜨거웠다.
39.4도.
전날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먼저 잠들었던 아내를 깨웠다. 아내는 일어나자마자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상비약으로 있던 해열제를 먹였다. 다행히도 아이는 열만 높았지,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우리는 아이의 옷을 가볍게 입히고 따뜻한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해열제 덕분인지, 물수건 덕분인지, 아이는 점점 열이 떨어졌고, 잠이 들었다. 아이의 상태를 알기 전까지 깨어있었던 나는 아이보다 먼저 잠들었다.
그나마 일찍 잠을 잤던 아내는 그 이후에도 한동안 아이의 상태를 살피며, 곁에 있었다고 했다. 아이의 상태가 조금 나아지자 아내는 잠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날이 화요일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둘 다 출근을 해야 했고, 아이는 절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부모님들께 부탁을 드려볼까도 고민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끼리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연차를 낼까?"
아내는 나에게 먼저 연차를 이야기했지만, 쉬운 문제는 아닌 듯했다. 기본적으로 올해 초에 아이가 많이 아파서 아내는 꽤 오랫동안 연차를 쓰면 돌 본 적이 있어서 남아 있는 연차 휴가가 없었다. 물론 내년 것을 당겨서 쓸 수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연차가 남아있는 내가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심지어 아내는 그날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날의 연차는 내가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내는 팀장에게 연락을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한 시간 정도 늦게 출근하겠다는 양해를 구했고, 나는 부문장님에게 연차를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목이 좀 부어있네요. 애들이 보통 두 돌이 넘어가면 딱 하루만 열이 오르고, 넘어가기도 하니까. 2일만 약 먹어보고 잘 이겨봅시다. 뭐. 아픈 애가 이렇게 기분이 좋아?"
열은 있지만, 컨디션이 좋은 아이를 보며 소아과 선생님께서는 큰 걱정 없이 진료를 해주셨고, 우리도 한결 마음을 놓고, 아이와 함께 아내를 데려다주러 갔다.
그렇게 갑자기 아픈 아이 덕에 나는 갑작스러운 연차를 내게 되었고, 다행히 열은 많이 내려서 상태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어린이집을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그 이후에 2일은 아내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그렇게 낮에는 아픈 아이를 돌보며, 급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내가 퇴근을 하고 아이를 캐어하면, 밀린 업무를 하고 있었다.(재택근무는 휴가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연차를 쓸걸. 어차피 이렇게 밤까지 일할 거면,
낮에라도 편하게 애라도 보게. 낮에는 낮대로 엄마 고생시키고, 밤마다 이게 뭐 하는 건지."
일을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가 아픈 것만큼 곤란한 상황도 없다. 아이가 아픈 것은 그 누구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계획되거나 끝을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언제나 불안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가 다행인 것은 사내부부의 특성상 상대방의 상황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서의 조정도 조금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누가 연차를 써야 하고, 어떻게 아이를 보살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결정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다. 벌써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결혼을 포기하거나, 아이가 없는 삶을 결정하기도 한다. 맞벌이 부모로서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들의 결정이 조금 더 현명해 보일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혼을 권하고, 육아의 기쁨을 계속 글로 쓰는 것은, 그 이상의 행복을 경험해봤기 때문이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출산율이 올라가고, 젊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아주 세심한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아이를 낳으면 얼마의 경제적 지원을 주는 수준이 아닌, 아이를 사회가 함께 길러주고 책임져 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 일이 생겨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되어도,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도, 갑자기 장거리 출장을 가게 되어도 걱정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가정을 지원해주는 시스템들이 마련된다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받는 커다란 목돈보다도 더 든든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아내는 오늘도 자꾸 엄마에게 엉기는 아이를 떼어내며, 겨우겨우 급한일을 처리했다고 했다. 아이가 점점 귀해지는 세상에서, 아이가 아파도, 엄마가 늦어도, 아빠가 멀리 출장을 가도 서로 힘들지 않을 좋은 육아환경이 마련되는 좋은 세상이 하루빨리 꼭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