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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Oct 25. 2021

초는 2개 꽂아 3개 꽂아?

잃어버린 두 살 생일

 주말이 아이의 두 돌 날이었다. 돌잔치를 준비하던 때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어느새 또 일 년이 흘렀다. 아직 아이는 그저 촛불을 끄는 날 정도로 알고 있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다시 또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선 두 돌 사진은 미리 찍었던 터라, 이번에는 그냥 간단한 식사와 케이크 정도만 하기로 했다. 다만, 가까이 살고 계신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초대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두 분만 모시고 소박한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뭐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집에 초대를 한다는 것은 대청소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좀 소탈하게 살고 있다고 해도, 누군가를 초대할 때는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님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작 함께 할 식사 준비보다, 미루고 있었던 아이의 책 정리와 거실을 정리를 했다. 그리고 구석구석에 미뤄두고 버리지 못했던 것들도 이번 기회에 다 정리하고, 항상 귀찮아서 침대  협탁에 쌓아두었던 물건들도 정리를 했다. 특히,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과, 지금 딱 읽을만한 책들을 아이의 시선이 닿는 자리로 옮겨 놓은 것이 가장 뿌듯한 일이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는 아이가 잠든 밤에 풍선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것은 아이 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생일의 기쁨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실에 커다랑 풍선 가랜드를 걸고, 창가에는 반짝이 커튼도 달았다. 꽤 깔끔하고 그럴싸한 생일 장식이 완성되어서, 마지막에 가랜드 밑에 숫자 2 풍선을 달았다. 그때 방에서 나온 아내가 풍선장식에 감탄하며, 한마디 했다.


"와. 이쁘다. 왜 숫자가 2야?"


"두 돌이니까."


"근데 3살이잖아."


"아. 그러네. 근데 그럼 작년에 2로 해야 하는데, 작년에는 1로 했잖아."


"그렇지, 돌이니까."


 참 애매하다. 별거는 아니지만, 아이에게 두 살 생일은 없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아이는 태어나는 날이 첫 생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치면 돌잔치가 두 번째 생일이 되어야 하는데, 그건 또 모두 첫 번째 생일이라고 1이라는 숫자로 축하해준다. 그러니 문제는 두 돌 생일부터 발생되는 것이다.


"초 몇 개 꽂아?"


"2개?"


"세 살인데?"


"그럼 3개 하자."


 결국, 아이의 두 살 생일은 없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첫 번째 생일에서 3번째 생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뭐 대단한 일이겠는가? 어차피 우리는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가 고마운 것이고, 대견한 것뿐이데.

그런데도 나는 이런 소소한 논쟁이 참 귀엽고 재미있었다.


 아이의 두 돌이자, 세 살 생일은 아이가 촛불 끄는 것을 좋아해서 5번이나 축하노래를 불러준 것으로 끝이 났고, 아이의 생일을 핑계로 대청소를 하고, 부모님들과 근사한 식사를 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저 작은 기쁨이라도 서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지금 이 현실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의 생일은 우리 가족 모두의 기쁨이다.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행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가 조금 더 자라 생일파티를 친구들과 따로 하겠다고 하는 날이 오더라도, 서운해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우리만이라도 근사한 식사를 할 이유는 충분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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