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 딱히 좋아하던 팀은 아니었다. 계속 즐겨 듣는다거나, 플레이리스트에 올라 있던 팀도 아니다. 그저 가끔 라디오에서 듣거나, 우연히 들리게 되면 참 좋다는 느낌 정도로 기억되던 팀이다.
그런 가수가 내가 요즘 즐겨보는 [싱어게인 2]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다. 자신은 초식동물 같은 가수라고, 날카로운 이빨도 손톱도 없어서 그저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나도 항상 그랬던 거 같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막상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면 뭔가 부족하고 돋보이지 못하는. 그래서 항상 그 언저리 어디에선가 머물러 있었던 거 같다.
난 다행히 현실적이어서, 밥벌이로 할 만큼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일찍 알게 되었고, 현실 속에서 나의 능력을 잘 써먹을 수 있는 내 자리를 잘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와 같이 언저리를 배회하던 저 가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겠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진심]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잊진 말아요 그대의 소중한 재능이
숨겨진 보석과 같은 거죠 언젠간 환하게 빛날 테죠
내가 [싱어게인 2]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이가 든 참가자에게도 재능, 잠재력, 발전, 기대라는 단어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저런 단어들은 아직 어리고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사람도 꿈도 낡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던 보석들은 수많은 상처들로 불투명해지고 깎인다. 그래서 그 꿈들도 흐려지고 탁해져서 그 어느 빛도 반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석이 아닌 것도 아니고, 보석이 돌이 돼버리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마음속에 보석 같은 재능들을 가지고 있고, 아직 세공되지 않았을 뿐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결국 탈락을 했다. 이곳에서도 여전히 육식동물들과 싸울만한 무기는 없었고, 어리고 젊은 육식동물들의 먹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방송에 한 번 더 나왔고, 자신의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나의 그의 용기에 내 맘을 다해 응원한다.
용기라 생각하고 언저리를 떠나 그곳을 들여다보니, 그 언저리에 배회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였고, 그곳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엄청난 용기라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에는 브로드웨이의 메인 극장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오프 브로드웨이가 있다. 그리고 그마저도 들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오프오프 브로드웨이도 있다. 나의 지금 삶은 오프를 몇 개나 붙인 곳에 서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 그리고 지금 너무 잘 알고 있다. 쓸데없는 짓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모든 짓이 쓸모 있을 필요는 없다. 모든 순간이 현실적일 수도 없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모두 최선을 다해 살고 있기 때문에, 최선이란 단어 뒤에 숨어있는 쓸데없는 짓을 가끔은 좀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