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문득 아내가 인터넷 글 하나를 보내왔다. 방송인 홍진경 씨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였는데, 내용이며 문체며 아주 좋은 글이었다. 방송에서 조금 스스로를 낮추며, 백치미의 연예인을 콘셉트로 잡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참 충격적인 글솜씨다.
내가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참 많다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소소한 글들부터 브런치에 소개되는 거창한 글들, 그리고 배달어플에 달린 사소한 댓글들마저도 나를 감탄하게 만드는 글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쉽게 용기 내지 못했다.
과연 내가 글을 써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이 고민은 글을 써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글만 써서 밥을 먹고살고 싶다는 대단한 고민이 아니었다. 그저 내 글이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을 만큼 가치가 있는 글일까?라는 아주 소심한 고민이었다.
글은 우리 주위에 어디나 널려 있고, 우리가 욕심만 부린다면 얼마든지 좋은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어차피 글이라는 것은 창작자의 의도나 목적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기에. 내가 잘못된 기사에 달린 우스꽝스러운 댓글에도 감동을 받고, 변화가 생겼다면 그 글의 차지는 결코 작을 수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심지어 그들이 자신들의 글을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환경 속에서, 10년이 훌쩍 넘게 직장생활만 한 라테 시대 아저씨가 쓴 글이, 과연 당당히 설 자리가 있을까? 아직도 불안하고 걱정된다.
난 스스로 자존감도 높고, 자기애도 강하다. 그래서 가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감탄하기도 하고, 어느새 후드득 써 내려간 글들을 보며 농담처럼 천재인가 보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숨어있던 글 고수들이 산신령들처럼 나타나 나의 자만심을 꾸욱 눌러 준다.
"그 정도야. 뭐."
그래서 참 무섭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기도 하다. 아직은 생계로 뛰어든 생계 작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직장생활을 하며 작가의 문턱을 넘나드는 이방인으로서, 나는 이 넘쳐나는 재능의 바다가 마냥 스릴 있다.
언제가 보았던 원피스라는 만화의 초반부, 이제 막 대항해시대를 향해 작은 돛단배를 타고 해적왕을 꿈꾸는 루피처럼, 나는 아주 사소한 재주 하나를 가지고 엄청난 무기와 초능력을 가진 해적들을 향해 노를 저어나가는 것이다.
나는 이제 겨우 몇 편의 소설을 썼고, 내가 경쟁해야 할 수많은 작가들에 비해서는 경험도 배움도 필력도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쓰고 있다. 누군가보다 더 잘 쓰기 위한 글이 아니기에. 누군가보다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글이 아니기에. 그저 내 안에 글이 조금 더 잘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뿐이기에. 그저 수많은 글 잘 쓰는 사람들 중에서 휩쓸려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도 내 글을 읽어주는 나의 모든 독자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그저 내가 그들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꾸준히 쓰겠다는. 점점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는 이 소박한 약속 두 가지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