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처음에는 마른기침이 좀 나왔다. 예전에도 가끔은 나오던 기침이라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기침이 좀 더 이어지더니 목이 좀 간질거렸다.
설마.
바로 전날, 아내에게서 오미크론은 인후통부터 온다는 말을 들어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평소에도 감기가 오면 목감기부터 오던 편이라 아니길 바랬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자가진단키트를 했다. 면봉으로 코 안 쪽을 찌르고 검사기에 면봉을 넣고 키트에 몇 방울을 떨어트리는 모든 과정이 불안했다.
음성.
다행이었다. 목은 어제보다 더 아팠지만, 감기라고 생각했다. 전날 끓여놓은 얼큰한 소고기 뭇국까지 먹자 뭔가 몸이 더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오후가 될수록 몸은 점점 더 쳐지기 시작했고, 살짝 오한도 왔다. 머리도 띵하기는 했지만, 전날 잠이 좀 부족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옷은 두 겹이나 껴입고, 온수매트에 두꺼운 이불까지 덥고 잤다.
아내는 내가 잠들고 낑낑 앓는 모습에 아이의 방에 가서 잤다고 했다. 아내는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겁이 났다고 했다.
아침이 오고 몸은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지만, 불안함은 여전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진단키트를 했다.
어제와 같은 긴장감은 여전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희미한 두줄.
나는 바로 아내에게 말을 하고 마스크부터 썼다. 그리고 회사에 말을 하고 나서 바로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속으로는 계속 아니길 바랬지만, 몸에 나타나는 증상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일찍 도착한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아. 너무 애매한데요."
"예? "
"줄이 너무 희미해서요. 그래도 이왕 오셨으니, 우선 해드릴게요."
이 말에 나는 작은 희망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자연스럽게 안방으로 들어와서 격리를 시작했다. 격리가 시작되며 제일 걱정인 점은 역시 아내였다. 아이를 혼자 보는 것도 힘든데, 나의 밥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내가 넣어주는 밥을 먹으며,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아이는 자꾸 아빠를 찾아 방문 앞에서 아빠를 부르기도 하고,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거실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놀아줄 수 없다는 것도, 아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데도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오후 6시에 양성 확진 문자가 왔다. 나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차분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원격진료를 신청했다. 이미 장은 미리 다 봐 났지만, 약은 딱 떨어졌었다. 다행히 누나가 그 사실을 알고 원격진료가 가능한 어플을 보내줬다.
그렇게 나는 2일째 자가 격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바람이 하나 있다면 아내와 아이만큼은 꼭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