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비결 of토정-2

네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The비결 of토정


늦은 오후 겨우 잠에서 깬 지함은 오늘도 인스타그램에 먼저 들어간다. 자신을 향해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자신에게 미래를 묻는 수많은 DM들. 그 속에서는 자신이 마치 신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지함이 자신에게 누군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 고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의 능력이라는 것은 TV에서 나오는 유명한 예언가들처럼 역사적인 큰 사건이나 미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골목마다 이상한 깃발을 걸고 있는 점쟁이들처럼 사람들의 미래를 꽤 뚫어보는 능력도 아니었다. 지함에게는 그저 친한 누군가의 가까운 미래가 머릿속에 좋아하는 노래가 떠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그가 보통 말해줄 수 있는 것들은 친한 친구가 백일장에서 상을 받는다거나, 크리스마스에 갖고 싶어 하던 선물을 받게 된다거나,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을 하면 사귈 수 있다는 정도의 사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고, 그래서 그의 주위에는 항상 많은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지함의 능력은 재미있는 특징이 있었는데, 모든 사람의 미래가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그동안 자신이 능력을 잘 정리하고 연구해본 결과, 자신에게 보이는 미래는 상대방의 정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자신과 많이 친해서 생일까지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의 미래는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 번은 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그 친구가 태어난 시간을 알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 친구에게서 더 자세한 미래들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함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역학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그와 관련된 자료나 유튜브를 본 적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느껴지는 미래들은 무엇인가 이론적으로 분석해서 알아내는 결과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바람 같은 것이었다.



그런 지함의 능력이 그를 가장 주목을 받게 만들었던 시기는 바로 고등학교 학창 시절이었다. 또래의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SNS를 시작했던 그는, 오랜만에 연락을 한 초등학교 친구들의 댓글에 장난 삼아 그들의 미래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 친구들의 미래는 당연히 아주 잘 맞아떨어졌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하자, 지함은 3개월도 안 돼서 20만 명의 팔로우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한참 허세가 가득한 시기였던 그는 마치 자랑하듯이 자신에게 보내오는 DM에 답을 해주기 시작했고,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일들이 많아지자,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그의 능력을 인증하는 댓글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시절 또래 친구들에게 노스트라다무스였고, 종교지도자였으며,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기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지함의 능력에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가 보는 미래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볼 수 있는 미래는 상대방에게서 일어날 좋은 일들에만 국한되어 있었는데, 그 사실도 처음에는 그를 천사라고 불리게 할 만큼 그를 미화하기 좋은 요소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쪽짜리 그의 능력은 사람들이 그에게 불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트러블은 가장 친한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먼저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사건은 지함의 가장 친한 친구의 가족이 당한 큰 교통사고였다.



“왜 말 안 해줬어? 왜! 가면 안 되는 거라고! 나만 빠지면 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가면 안 된다고 왜 말을 안 해줬냐고!”



지함은 그날 아침, 그 친구의 미래가 느껴졌다. 그 친구의 태어난 시까지 알고 있던 그는 아주 세세한 것들이 갑자기 떠오를 때도 있었는데, 그날이 그랬다.



“야! 너 네가 그렇게 갖고 싶다던 게임 CD 지금 가면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야! 진짜야? 오예!”



그 친구는 정말 갖고 싶었던 게임 CD가 있었는데, 그 게임이 한정판이어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함에게 그 친구가 그 CD를 사는 모습이 느껴진 것이다. 지함의 전화가 왔을 때, 그 친구는 아버지의 차에 타고 있었다. 모두 함께 외할머니의 생신잔치에 가기 위해 시골로 출발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친구는 지함의 전화를 받고 혼자만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막무가내로 차에서 가지 않겠다고 때를 쓰자,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늦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한 친구의 아버지는 결국, 그 친구만 남겨 놓을 채로 급하게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신나게 그 게임 CD를 사고 있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해 모두 죽게 된 것이다. 그 친구는 생각했다. 지함이 전화만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본인들 가족이 아무 일 없이 외할아버지 댁으로 출발을 했다면. 아니 전화를 했더라도 우리 가족이 모두 가면 안 된다고 말해줬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매일 지함을 찾아와 미친 듯이 울부짖었고, 그 사건은 금세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되어서 퍼져나갔다.



그 친구는 지함에게 왜 다 알고 있으면서 알려주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고, 매번 자신도 몰랐다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지함의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이 사건이 소문이 나자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지함이 모두 알고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집도 부유했다. 심지어 키도 크고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운동도 잘하는 편이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지함만큼이나 인기가 많은 친구였다. 그러니까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지함이 그 친구를 시샘해서 일부러 불행에 빠뜨리게 했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이다. 그런 소문은 정말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해서 그를 천사로 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그를 이제는 악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반응은 정말 그가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이 반응 역시 지함에게는 절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모르고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 역시, 지함이 말해주는 미래에 이런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고, 그에게 듣게 된 미래가 본인의 삶에 어떤 변수로 작용해서 자신의 미래가 불행하게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결국, 그에 대한 불안감이 되어 그에게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만든 것이다.



그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단 3개월 만에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되었던 것만큼,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외면당하고 잊히는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심지어 그런 분위기는 그의 대입이 실패로 끝나자 더 빠르게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자기 미래도 모르는 주제에 어설프게 남의 미래나 주저리주저리 떠벌리는 찐따.”



그의 또래에서 신과 같은 대우를 받던 그가 단 몇 달 만에 받게 된 평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아직도 2만 명의 팔로워가 남아있었고, 아직도 하루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DM을 보내며 자신의 미래를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그게 좋았다. 예전처럼 아무에게나 미래를 이야기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허세나 부리며 거들먹거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공간에서만큼은 아직도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함은 그대로 취해있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이름 없는 신학대의 나일론 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 속에 살다 보니 그에게는 무엇인가 성실하게 사는 것이 참 바보처럼 느껴졌다. 특히, 자신이 느껴온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일들이, 그들이 성실하게 살아온 삶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더욱더 그런 성실한 노력들이 바보 같은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은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쉽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의 삶에는 그 어떤 노력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가 대입에 실패했을 때, 그가 했던 선택은,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의 상황에서 가장 그럴싸한 곳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함이 입학한 신학대학교는 아버지가 속해있는 교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신흥교단이었다. 다행히 기독교 재단에서 배척하는 이단은 아니었고, 나름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새롭게 교리를 해석하는 신선한 교단의 이미지가 강한 곳이었다. 그나마도 아버지의 입김으로 겨우 합격한 곳이지만, 이 교단의 명성은 이 교단을 이끌고 계신 대표 목사님의 영향력이 다였기 때문에, 지방에 위치한 이 작은 신학교에 올 학생들은 결국 지함과 같은 수준의 학생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신학생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여기저기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는 백수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의 하루는, 낮에는 PC방에 앉아서 게임으로 시간만 때우는 한심한 모습이었고, 저녁이 되면 SNS상에서 여전히 그를 추종하며 따르는 사람들에게서 아직도 거들먹거리며, 되지도 않는 충고나 하고 있는 사이비교주의 모습이었다.



#The비결 of토정



지함은 자신의 이름이 토정비결을 썼다고 알려진 이지함 선생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더 주목을 끌 수 있는 해시태그를 달며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함은 백수로 살아가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주는 용돈만으로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결국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DM을 통해서 연락을 해오는 사람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5만 원에 미래를 봐주고 있었다. 이미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이 많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지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DM을 거는 사람들은 어쩌면 나름 필터링이 된 사람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지함은 하루에 많게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의 미래를 팔며, 유흥비를 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빈둥빈둥 일을 하지 않아도, 웬만한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었고, 그 돈으로 풍족한 삶을 영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은 역시 방심하고 있는 사이의 우리의 뒤통수를 치기 마련이다. 그는 결국 예상도 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그 평온한 삶의 울타리가 부서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