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비결 of토정-14

네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공장.

공장에는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몰려 있었다. 정우를 기다리고 있는 강철은 자신이 불러 모은 또래들 사이에서 흥분해 있었다. 정우를 괴롭힐 생각에 이미 기분이 업이 된 상태인 것이다. 정우와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나머지 애들은 강철이 묘하게 흥분되어 있는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강철은 상관없었다. 그저 처음부터 꼴 보기 싫었던 정우를 괴롭힐 생각에 마냥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정우에게서 문자가 온다.

[나 안가!]

“아. 씨발”

강철은 큰소리로 욕을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받지 않았다. 더 화가 난 강철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계속 욕을 하고 있었다. 강철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누가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왜? 왜? 왜? 왜 이렇게 흥분을 했어?”

강철은 뒤에서 갑자기 등장한 태혁의 존재에 너무 크게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도 그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건지,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다.

“누.. 누구신데.. 요?”

“야. 봤지? 요즘 애들이 무섭긴 뭐가 무서워 다들 쫄보라 지들이 만만한 상대한테만 센 척한다니까?”

태혁은 긴장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강철에게 걸어가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그의 손목을 꺾었다. 갑자기 태혁에게 손목이 꺾인 강철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고, 그 뒤에 있던 강철의 무리들도 똑같이 당황한 채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아……악”

“여자애는 어디 있냐?”

계속 소리를 지르는 강철에게 태혁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예?…… 누……누구요?”

“누 군긴 누구야. 네가 잡아놓은 재들 동생.”

“그게 무슨 소리예요?”

태혁은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강철의 팔을 더 세게 꺾었고, 통증에 견디지 못하는 강철은 화를 내듯이 말했다.

“아 씨발. 모.. 몰라요……”

태혁은 강철이 진짜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함을 쳐다봤다.

“야. 너 나랑 통화한 놈 아니야?”
“네가 누군데? 내가 너랑 통화를 왜 해?”

“그럼 니들은 누구야? 여기 왜 와있는 건데?”

“아! 진짜! 정우 개새끼! ”

태혁은 지금 강철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이 뭔가 이 사건을 꾸미고 있는 놈인 것 같아서 물었다.

“야! 그 새끼가 누군데?”

“아. 몰라요! 난 그냥 중학생 때 찐따 새끼가 지금 머릿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쪽 수 맞춰주려고 나왔다고요!”

“아? 진짜? 근데 너 같은 새끼가 왜 그 찐따 새끼 말을 듣는데? 너도 뭔가 꿍꿍이가 있었지?”

“뭐가요? 없어요. 그런 거!”

“장난하냐? 너 같은 새끼들이 그런 거 없이 이렇게 모인다고? 믿겠냐?”

“아! 시발. 아 그 새끼가 서울대 의대를 갔어요! 제가 아는 형님들이 그 새끼 잡아오면 저도 식구로 받아준다고 해서 데려가려고 한 거라고요!”

태혁은 지금 이 상황이 우스웠다. 자신은 완전히 망가진 인생 어떻게든 다시 살아보겠다고 이렇게 핏덩어리들이랑 여기까지 왔는데, 기껏 왔더니 여기서도 말도 안 되는 말만 하는 핏덩이들이 놀고 있었다. 진짜 이 상황에서 자신이 뭔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새끼는 지금 어디 있는 데?”

마음이 급해진 지함은 강철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아 몰라! 모른다고! 아까부터 몇 번을 말했냐! 그 새끼가 갑자기 안 온다고 했다고! 나도 지금 미치겠다고! 오늘 형님들한테 데려간다고 했는데!”

태혁은 지금 강철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들을수록 뭔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일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딱 그만한 나이에 그와 같은 생각으로 조직에 들어갔고, 세월이 지나 이 지경이 되어있으니 말이다. 태혁은 강철의 팔을 풀어주고 뒷 통수를 아주 세게 때렸다. 뒷 통수를 맞은 강철은 거의 날아가듯이 태혁에게서 떨어졌다.

“야. 이 병신아! 너 바보냐? 너 조직이 장난이야? 어떤 새끼들이 의대생 친구 데려간다고 조직에 넣어줘? 무슨 조직이 다단계냐?”

“아! 시발 데려오면 넣어준다고 했어요!”

“시발?”

태혁은 강철의 도발에 그들을 향해 한걸음을 다가가니까. 강철 무리는 몇 발자국을 후드득 뒤로 물러섰다. 태혁은 그 모습이 너무 어설퍼서 웃음이 났다.
“야! 너 나중에 그 새끼한테 고맙다 해야 해!. 네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새끼들 몸 장사하는 놈들이지?”

“몸 장사요?”

“야. 조직에서 의대생에 관심을 보이면 뻔하잖아! 장기밀매조직이겠지!”

강철은 조금 예상하기는 했지만, 막상 다른 사람의 입으로 그 말을 들으니까. 소름이 좀 돋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강철은 알고 있었다. 그 형들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들인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솔직히 겁이 났지만, 그래서 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 무리 안으로만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그렇게 볼 것만 같아서.

“야! 그럼 그 조직에서 아무런 히스토리도 없는 니들을 의대생 친구라고 받아주겠냐? 아니 받아줬다고 치자! 그럼 니들한테 장기를 팔라고 하겠냐? 장기를 떼오라고 하겠냐? 아니면”

“아니면..”

“니들을 장기로 보겠냐?”

태혁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맞아 강철과 일당들은 만져지지도 않는 자신들의 장기를 더듬으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강철의 머릿속에 흐릿하게 있던 공포를 태혁이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그들이 자신들에게 보냈던 시선들을 떠올려보니 더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들을 굳이 쫄다구로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니들 거기 갔으면, 다 죽었어. 어쩌면 그 의대생한테 연습용으로 니들을 줬을지도 모르지. 여튼 넌 나중에 여기 안온 그 새끼한테 진짜 고마워해라. 생명의 은인이야. 그리고 살고 싶으면 그 형님들인가 하는 놈들하고 어울리지 말고!”

태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충고를 하고 있다 보니, 자신의 처지가 더 비참했다. 그래도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저들이 그렇게 갈망하는 조직의 중간보스였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나니, 마음이 더 허전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잖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야 이게 뭐냐? 난 네가 우리가 여기 온 게 미래에 보인다길레. 그래도 좀 기대를 했더니만, 이게 뭐냐고!!”

“뭘 기대한 건데요?”

“당연히 여기 오면 그 새끼가 니 동생을 데리고 있을 줄 알았지. 그럼 당연히 여기서 그 토정비결을 완성해서 다 되돌릴 수 있을지 알았지.”

“그럼 왜 여기가 그쪽한테 미래로 보였을까요? 뭐가 좋은 일이라고?”

태혁은 그게 분명히 궁금했다. 그의 경험상 지함의 능력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여기에 온 것이 그에게는 당연히 좋은 미래라는 말인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한 결과라고는 기껏해야 지함과 대호를 제외하면 저 10명의 어리버리한 애들이 다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함과 대호는 아까부터 같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결국 이곳이 그에게 좋은 미래인 이유는 저 10명이 다인 것이다. 순간 태혁은 저들을 자신의 편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 나한테 더 느껴지는 건 없어?”

“예. 아까 한번 보인 미래가 아직 끝이 안 나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아직은 느껴지는 게 없어요.”

“그럼 쟤네랑 내가 같이 간다고 치면, 재들을 통해서 미래를 좀 볼 수 있나?”

“어쩌면요.”

태혁은 생각했다. 어차피 여기서 쌍둥이를 다 확보해서 토정비결을 완성할 수 없다면, 결국 두목과 무엇인가를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우선은 자신의 편에 누구라도 쪽수가 많은 것이 도움이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상황이 아얘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혁은 아무리 어설퍼보이는 얘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편으로 데리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

“예?”

“너 그렇게 조직에 들어가고 싶냐?”

“예! 그럼요!”

“왜? 왜 그런데를 들어가고 싶은데?”

“폼나잖아요. 돈도 많이 벌고, 사람들도 무서워하고.”

태혁은 다시 한번 저 시절의 자신이 떠올랐다. 그저 뭐든지 쉽게만 얻고 싶었던 시기.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삶으로 이어지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 그래서 무모하게 위험한 선택만 골라서 하던 그 시절의 그 모습들이 떠올랐다.

“니들이 믿든 안 믿든 상관은 없는데, 내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니들이 그렇게 가고 싶다는 조직의 중간관리자였어.”

태혁의 말에 강철과 그 무리들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의심은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모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가 등장해서 지금까지 보여준 카리스마나, 행동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저 사람의 말을 믿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그들의 눈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알아. 쉽게 믿을 수 없는 얘기겠지. 근데 뭐 까놓고 말하면 니들을 받아주겠다던 그 알량한 형님들은 뭘 보여준 적이 있냐? 어차피 니들도 다 소문으로만 들었을 거 아니야. 그치? 뭐 여튼 그래서 내가 지금 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니들에게 기회를 좀 주고 싶다는 말이야.”

“기회요?”

“어. 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조직에서 팽 당했어. 뭐 소위 버림을 받은 거지. 그런데 나는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거든. 나름 그 새끼들을 뒤엎어버릴 계획도 있고, 그럼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게 딱 머릿순데, 니들이 그걸 좀 해주면 나중에 내가 그 사업을 가져왔을 때, 니들도 뭔가 챙겨줄 꺼리가 좀 있지 않겠냐? 이거지.”

“무슨 사업이요?”

“야. 우리는 몸 장사나 하는 파렴치한이 아니야. 그래도 나름 정보와 지식을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업에 가깝다고.”

태혁이 했던 일을 알고 있었던 지함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저 말도 안 되는 말에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는 듯한 강철 무리들의 표정이었다.

“우리는 몸에 그림 그리고 무식하게 장비 들고 다니면서 사람 패고 이런 무식한 거 안 해. 깔끔하게 슈트 입고, 유선으로 깔끔하게 비즈니스 하고, 외제차 타고 출퇴근한다고. 니들이 이번에 나 딱 도와주면 어디서 깡패 소리는 들을 일이 없는 거지.”

“사기꾼 소리를 듣겠지.”

강철 무리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을 했지만, 그 소리가 태혁에게는 들렸는지, 그가 노려보는 눈빛에 지함은 자기도 모르게 눈길을 피하고 몸을 웅크렸다. 그의 태도를 본 태혁은 다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그냥 막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야. 우선 오늘도 내가 알바 일당은 두둑이 쳐 줄 테니까. 내가 시키는 심부름이나 좀 하면서 내 뒤에서 딱 가오만 잡고 서 있어 달라고.”

“진짜요?”

“그럼. 자 나만 믿고, 오늘부터 딱 같이 일해보자! 어때?”

태혁의 말에 강철의 무리들은 모두 솔깃한 분위기였고, 태혁은 그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하기로 한 걸로 하고! 다들 이제 나를 형님이라고 불러! 알았지?”

“예! 형님!”

“좋았어! 그럼 우선 아무리 그래도 뭔가 무기 될만한 것은 좀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 주위에서 좀 찾아볼까?”

“예 형님!”

태혁의 말에 강철의 무리들은 갑자기 뭔가 신난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지함과 대호는 정말 눈앞에서 사기 현장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야 그리고 너는 가서 끈 같은 거 없는지 좀 찾아와.”

태혁은 강철에게 따로 줄도 찾아오라고 시켰다. 강철은 태혁의 지시에 정말 뭐라도 된 듯이 신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 알겠습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흩어져서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다녔고, 그들은 흡사 무슨 영화 촬영 엑스트라라도 하는 것처럼 설레는 모습도 보이곤 했다. 아이들이 모두 흩어져 각자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들고 다시 태혁의 앞에 섰다. 지함과 대호가 보기에는 수련회라도 온 고등학생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마음과 표정만큼은 열정에 불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바라보는 태혁의 표정은 묘했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태혁은 하나씩 아이들의 무기들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야! 장난하냐? 이제 무기야? 이건 실전에서 한 번치면 부서져!”

태혁은 강목을 가지고 온 것을 빼앗아서 그 자리에서 분질러 버렸다. 애들은 그 모습에 감탄을 하며, 박수를 쳤다. 태혁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괜히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야 이건 무겁고 잡기 힘들어서 무기가 되겠니? 찾아와도 어디서 이런 걸 찾아오냐?”

쇠로 된 파이프를 찾아오기는 했지만, 너무 길고 두꺼워서 서 있으면서도 휘청거리는 애한테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아이는 나름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태혁의 지적에 울상이 되어버렸다.

“야.. 내가 뭐 하고 있는 거냐..”

태혁은 무기 검사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자괴감에 빠지는 듯했다. 지금 이 것이 최선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상황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일 마직막에 서있는 강철은 나름 손에 딱 잡히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그것이 태혁의 표정을 조금은 풀어주었다.

오호 이거 뭐야 딱 좋네. 길이도 딱이고. 야 역시 네가 대가리는 대가리구나”

강철이 가지고 온 쇠파이프가 맘에 든 태혁은 강철에게 칭찬을 했다. 칭찬을 들은 강철은 신나서 어깨를 들썩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지함과 대호는 저 상황에서 좋아하고 있는 강철은 우스웠지만, 순간적으로 아이들을 다루고 있는 태혁의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야. 이거 더 없냐?”

“아. 저기 엄청 많아요.”

“야. 그럼 무기는 다 이걸로 하자. 다 하나씩 들어.”

“예!”

어느새 분위기는 동네 군인 놀이하는 아이들 같았다. 무리들은 강철을 따라가서 자신의 손에 맞는 쇠파이프들을 고르고 있었고, 태혁은 지함에게 다가와서 말을 했다.

“야. 네가 쟤네들 미래 좀 봐봐. 어차피 나랑 같이 움직이기로 했으니까. 쟤네들 미래를 보면,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한 힌트가 좀 될 거 아냐.”

지함은 태혁의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아주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었고, 그 상황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능력까지도 말이다. 그는 왜 그가 자신에게서 들은 미래로 그렇게 멍청한 선택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그때, 지금 같은 모습만 보여주었다면, 절대 이렇게 쫓기는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함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태혁의 말을 들었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저희는 뭐하면 됩니까?”

“우선 여기 한 줄로 쭉 서봐. 그리고 여기에 이름이랑 생년월일 좀 적어.”

“예?”

“다 필요해서 그러니까 잔말 말고 적어. 시간 없어.”

무리들은 태혁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했지만, 별다른 반항 없이 따랐다. 특히 강철은 이미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마음이 앞서서, 제일 먼저 종이를 받아서 적고는, 다른 애들에게 강요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받은 신상정보를 강철은 보란 듯이 자신이 들고는 태혁에게 주었다. 태혁은 이들의 신상을 적을 것을 가지고 지함에게 갔다. 그리고 지함에게 그들의 미래를 보도록 했다. 지함은 그들의 미래를 보면서 눈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모두의 미래를 본 지함은 태혁에게 가서 귓속말을 했다.

“우선 상황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이중에 2명은 아예 안 보여요. 그 말은 그들에게는 그곳에 가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뜻이겠죠. 그리고 얘랑 얘는 좀 보이는데, 그래도 그나마 얘가 눈치가 있고, 똑똑한 거 같아요. 우선 얘네의 미래로 보이는 건,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검은 옷 입은 사람들한테 나머지는 다 맞고 있고요. 얘네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고 건물 밖에 있다가 바로 도망치는 모습이 보여요. 심지어 도망칠 때, 다른 애들 가방 같은 걸 다 들고 튀네요. 이 새끼 들는 진짜 의리가 없는 놈들이에요.”

“그럼, 그 안에 상대방 사람들은 얼마나 있는데?”

“한 스무 명은 보여요.”

“거기에 키는 한 180 정도 되고, 턱수염 기른 사람도 있었냐?”

“아. 예. 뒤에서 혼자 의자에 앉아 있었던 거 같아요.”

“우선 그럼 밖에서 대기하는 놈 없이 다 들어온 거 같기는 하고, 두목까지 다 들어와서 뭔가를 진짜 하려고 하는구나?”

“예. 아무래도 다 아는 것 같아요. 근데 함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오케이. 알았어. 더 없지?”

“예. 우선은요.”

“아! 잠깐 니들은? 니들은 어떻게 되는데?”

“저희는 안보이던데요?”

“그렇다는 말이지.”

지함과 대화가 끝난 태혁은 아이들 앞에 섰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서자 조금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은 태혁이 무슨 말을 할지 집중하고 있었다.

“자. 우선 내가 처음으로 니들한테 시킬 것이 있다.”

태혁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긴장을 하고 있었고, 그들의 표정에는 드디어 시작인가?라는 느낌의 설렘까지 보였다. 잠시 말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인 태혁은 지함과 대호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우선 재네 묶어. 가방은 좀 이리 가지고 오고.”

“예?

지함과 대호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그 지시를 받은 아이들도 순간 멈춰있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인 듯했다. 모두가 그렇게 주춤하고 있자, 태혁이 소리를 질렀다.

“잡으라고!”

지함과 대호는 순간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정신을 차린 애들이 바로 그들에게 달려들었고, 인원수로 상대가 안 되는 그들은 금세 잡혀서 손발이 묶이고 말았다.

“아무리 얘들을 데리고 가도 어차피 쪽수로 밀리면 끝이야. 내 입장에서는 니들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하는 게 더 낫지.”

그리고 태혁은 아이들이 가지고 온 대호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방을 열자마자 최신형 핸드폰이 여러 개 들어있었는데, 그 정도에는 관심도 없는 태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던져주었다.

“야! 이거 니들 오늘 일당이다.”

아이들은 태혁이 던져 준 휴대폰을 들고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 아무리 센 척을 하고 비행의 길을 걷고 있었다고 해도 애들은 애들이었고, 지금의 상황에서도 그저 공짜로 생긴 휴대폰이 최고였던 것이다. 태혁은 휴대폰을 모두 나눠주고 난 뒤에 가방을 계속 뒤지고 있었다. 잠시 후 대호의 가방에서 토정비결 초판을 발견한 태혁은 아주 밝은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사진으로 뭐가 된다는 게 정말 말이 안 되거든. 나라도 아마 이 초판을 훔쳐왔을 거야. 똑똑한 자식들. 이런 게 가방에 있으니까 아까부터 애지중지 내려놓지도 않고 있었겠지? 역시 이래야 나한테 뭔가 기회가 생기지. 내가 이 건물에 들어온 게 좋은 미래인 이유가 이거였네!!”

태혁은 대호의 가방에 들어있던 토정비결 초판을 들고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그의 눈에는 뭔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가지게 되는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지함은 그런 그의 모습이 좀 안쓰러워 보였다. 그 이유는 그가 그 토정비결을 들게 되는 순간부터 그의 미래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함은 이제 알았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과 미래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차이를. 그동안 태혁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아까 보였던 미래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이기도 하고, 지금 상황에 변수가 너무 많아서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느낌은 그에게 예정되어 있던 좋은 미래가 모조리 날아가버리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가 토정비결을 들고 욕심을 부리는 순간부터 그의 미래는 저주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함은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기로 했다. 태혁은 그런 지함의 생각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대호의 가방을 뒤졌고, 거기서 나온 철갓과 지팡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던져버렸다. 아마도 태혁은 이미 자신의 손에 들어온 토정비결 초판만으로도 자신에게 엄청난 무기가 생겼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야 니들 뭐 타고 왔냐?”

“바이크요”

“아. 그래, 니들이 차가 있을 리 없지. 뭐 좋아. 나 탈 수 있는 거 있냐? “

다들 서로 눈치만 보고 말을 하지 않자, 태혁은 강철에게 다가갔다.”

“야! 네 거 줘봐 키.”

“아.. 저.. 그거는..”

“아 좀 줘봐. 살살 탈게,”

“그럼 저는?”

“야. 너는 얘네들 지켜야지. 누가 지켜?”

“아니 그래도 제가. 애들을……”

그 순간 태혁은 강철에게 귓속말을 했다. 강철은 태혁이 자신에게 다가와 자신에게만 말하고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뭔가 진짜 특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야. 가면 졸라 위험할지도 몰라. 너 지금 이게 장난 같아? 진짜 죽을 수도 있다니까. 내가 이 중에 네가 제일 믿음직스러우니까 너한테 제일 중요한 일을 시키는 거야. 그냥 너는 여기서 얘들 지키고 있으면, 내가 금방 찾을 거 찾아서 올게. 이게 오늘 하는 일 중에 제일 중요한 일이야! 그러니까. 이 일이 잘만 끝나면, 이 모든 고생 다 보상해 줄게. 알았지?”

“예! 형님”

“자. 그럼 키!”

“여기요. 형님”

태혁의 말에 강철의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강철은 마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옆에서 이 모든 말을 듣고 있던 지함과 대호는 태혁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거는 들고 있다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최근 통화목록이 내 번호니까.”

태혁은 강철에게 지함에게서 뺏은 대포폰을 주었다. 태혁에게 대포폰까지 받자, 강철은 정말 의욕이 불타올랐다. 지금이라면 태혁의 말에 죽는시늉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리고 그런 기분은 그의 표정과 자세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함은 강철을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태혁에게 한마디를 했다.

“역시 보이스피싱”

태혁은 어느새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이미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면서 함지가 있는 곳으로 떠났다. 강철은 그들을 지키고 있었고, 지함과 대호는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을 놀라게 한 건 태혁이 떠난 후 15분쯤 지난 후였다. 저 멀리서부터 여러 대의 자동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과 관계가 너무 어색해서 15분 동안 말 한마디 안 하고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모두 같았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거친 자동차 소리가 우리 편이 아닐 거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확신이 들자마자, 대호는 낮고 빠른 소리로 강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야. 누가 오잖아. 제네들 올라오면 넌 죽어! 우리야 데리고 가야 할 이유라도 있지만, 넌 솔직히 필요 없는 존재잖아. 귀찮아서 너부터 죽일 거라고. 어? 이대로 죽고 싶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 우리가 방법이 있어. 진짜. 우리만 믿어. 내가 너한테 당장 설명할 시간은 없는데, 내가 진짜 너 안전하게 도와줄 수 있으니까.”

멀리서 들리던 자동차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세 명의 심장도 점점 더 크게 뛰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지함은 강철에게 이름과 생년월일을 물었다.

“너 이름이랑 생년월일 뭐야?”

“그건 왜? 또? 아까 적었잖아..”

“아. 그냥 좀 말해봐!”

“시간까지? 아는 게 좋나?”

“어! 그럼 좋고!”

그는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 상황에 깜짝 놀란 지함을 그의 행동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행동은 끝난 시점이었다.

“어 알았어. 고마워”

강철은 전화를 끊자마자 지함에게 자신의 생년월일과 시간까지 말했고, 지함은 강철의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많은 것들이 보였지만, 그는 다 말하지는 않았다. 우선 그들에게는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야 이 병신아! 왜 고백 선물로 팬티를 사고 지랄이야? 그것도 티 팬티를? 너라면 사귀자고 고백받으면서 받는 선물이 티팬티면 좋겠냐? 진짜 미친놈! 근데 뭐 그래도 네가 마지막에 쓴 편지 덕분에 사귀기는 하니까. 여기서 나가면 목걸이나 반지 같은 좀 근사한 거를 사서 고백해! 알았어?”

강철은 지함의 말에 너무 놀라 눈이 커졌다. 실제로 강철은 오늘 일을 마무리하면 그동안 좋아하던 여자에게 고백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계획에 대해 처음 보는 지함이 모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하지만 그제야 강철에게도 맞아떨어지는 퍼즐들이 있었다.

“아. 아까 했던 말들이 다 그런 거였구나.”

“아! 됐고, 이것부터 풀어!”

“아.. 진자.. 그래도 되나?”

“아 좀!”

그때 차가 멈추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강철은 어쩔 수 없이 두 명의 끈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른 쪽 계단으로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대호는 그 와중에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철갓과 작은 지팡이를 챙겼다. 그리고 그렇게 건물을 빠져나온 그들은 대호의 스쿠터를 타고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카페 하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