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비결 of토정-17

네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카페 하버


카페에는 이미 두목과 그들의 무리들이 1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두목은 계속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때 강철의 오토바이를 탄 태혁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이미 태혁의 얼굴을 알아보는 부하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주었다. 태혁을 본 두목은 전화를 끊고 다가오는 태혁을 맞이 했다.


“뭐냐?”


“형님.”


“내가 널 여기로 불렀던가?”


“아닙니다.”


“오호. 그럼 그래도 여기까지는 혼자 찾은 거네?”


“예.”


“그럼 여기 누가 있어야 하는 지도 알지?”


“예.”


“왜 아무도 없을까?”


함지가 없다는 두목의 말에 태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지함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계산에는 그가 이미 그녀를 확보하고, 자기가 나머지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뭔가 타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없습니까? 그럼 저도 좀 곤란한데 말입니다.”


“곤란해?”


“형님은 지금 이 판, 어디까지 파악하고 계십니까?”


태혁의 질문에 두목은 순간 표정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낮고 차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태혁아.”


“예?”


“네가 지금 나를 테스트하는 거냐?”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그저 제가 더 가지고 있는 정보가 있으면 알려 드리려는 거죠.”


“그럼 그냥 말해야지. 나한테 묻지 말고.”


“아. 죄송합니다.”


태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로 나름 강하게 나가려고 했지만, 막상 독을 품고 다가오는 두목에게는 쉽게 버틸 수 없었다.


“핵심만 말해.”


“토정비결 초판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단순히 점을 보는 수준이 아니라, 누군가의 길흉 성쇄가 다 보이는 아주 엄청난 능력이 가지고 있죠.”


“나한테 책 팔려고,”


“뭐 아시다시피 토정비결을 쓴 사람은 그 모든 진리를 아는 사람이었지만, 그 능력이 결코, 사람들에게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닌 걸 깨닫고, 죽기 전에 장난을 치죠.”


“내가 모르는 건 언제 나오지?”


“그 장난을 풀 수 있는 건, 이 시대에 그 사람과 같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나 이름까지 같은 그 쌍둥이들이죠.”


“이것도 다 아는 얘기고.”


“그리고 오빠에게는 길과 성에 관한 궤만, 동생에게는 흉과 쇄에 대한 궤만 보이는 거고요.”


“그래서 네가 그 오빠한테 들은 정보를 믿고 내 돈을 빼돌려서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 거고, 그런 너를 내가 버린 거잖아. 그런데 네가 여기 왜 있냐고?”


“이제부터 중요해요. 그 쌍둥이가 토정비결 초판을 만나자, 진짜 소문처럼 틀어진 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걔네들 능력도 갑자기 증폭이 되고요. 당연히 그 둘은 자신들이 모이면 그 궤를 다시 바꿀 수 있고, 그렇게 그 궤가 맞아지면 자신들의 능력도 다 사라진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 토정비결 초판이 필요한 거죠. 그 쌍둥이들의 능력만 필요한 게 아니라, 그 실물 초판의 존재도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형님,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쌍둥이 오빠, 쌍둥이 동생, 토정비결 초판. 그런데 저는 어쩌다 보니 그중에 2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물론 이 자리에 오면서, 형님이 하나 정도는 확보하고 계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야 제가 무슨 딜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하나마저도 없으시니, 제가 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하나……”


“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뭘 해주시겠습니까? 제가 두 가지를 드리면?”


순간, 분위기는 아주 차가워졌다. 태혁은 자신이 준비한 카드가 완벽했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돈이 중요한 두목에게는 합리적인 판단이 우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자신이 두목에게 자신과 가족의 안전만 보장받는다면 충분히 이 삶에서 벗어나서 폼 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넌 뭘 원하는데? 생각한 게 있을 거 아니야?”


“그럼 우선 우리 가족들부터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나가는 것이 형님에게도 좋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저도 해외로 나가게 해 주십시오. 당연히 가족들과 함께 나가야 하겠죠? 그러고 나서는 제 통장에 100억만 넣어주세요. 그 정도라면 아마 형님이 그 토정비결을 이용해서 하루면 버실 수 있을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저는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조용히 살겠습니다. 아. 물론, 그 두 가지는 저희가 해외로 안전하게 나가고 나면,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널 뭘 믿고, 해외로 보내지? 솔직히 말해서 네가 나가서 책을 안 주면? 아니 네가 그 쌍둥이들이랑 짜고 해외에 나가서 토정비결을 완성시키면? 뭐가 됐든 나는 널 뭘 보고 믿느냐고?”


“우선 이건 보여 드려야겠죠?”


태혁은 옆에 있는 부하를 통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 휴대폰에는 토정비결 초판의 동영상과 지함과 대호가 묶여있는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본 두목은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태혁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우리 태혁이 고생했네. 근데 이거 두 개 다 네가 가지고 있는 건 맞아? 확실해?”


“예?”


“우선 쌍둥이 오빠는 도망을 갔다던데. 연락이 늦구나?”


태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히 불안하기는 했지만, 설마 벌써 이렇게 틀어질지는 몰랐다. 하지만 태혁은 당황하지 않은 척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래도 자신에게는 토정비결 초판이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그럼 그건 비긴 거네요. 형님도 동생을 못 찾은 건 마찬가지니까. 그럼 결국은 그 토정비결 초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땡!”


“예?”


“네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것은 우선 지금 너한테는 없는 거 같고, 정말 내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한 곳에 숨겨 놓았거나, 아니면 진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겼다는 말인데, 너는 오늘 시간이 없었어. 여기 오는 동안에도 우리 애들이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여유는 없었지. 그럼 결국 어디다 숨겨놨다기보다는 누군가한테 맡겨 놨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의심일 거고, 그럼 이제 나는 네가 누구한테 맡겼을 것 인지만 찾으면 되는 거 아냐?”


그때, 지함과 대호, 그리고 강철이 카페 하버 근처에 도착했다. 200m 정도 앞에서 스쿠터를 숨기고 조심이 걸어서 오기 시작한 그들은 아까 말한 것처럼, 강철에게 정우부터 구하라는 신호를 했다. 그렇게 강철이 정호를 구하러 가자 카페가 보이는 커다란 나무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다행히 카페의 밖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었고, 카페 안에는 얼핏 태혁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함은 바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도착했어요.”


“그래 네가 있는 곳이 카페를 보고 강이 왼쪽에 있는 곳이니 오른쪽에 있는 곳이니?”


“오른쪽이요.”


“방향이 같구나. 일분이면 도착하니 기다려라.”


지함은 기다리는 동안 함지와 얘기를 해볼까 했지만,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할머니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때마침, 저쪽에서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은 차가 한대 다가오고 있었다. 외할머니라고 생각한 지함은 자연스럽게 그 차로 다가갔고, 어두운 차의 창문이 열리자 안에 있는 사람이 보였는데, 놀랍게도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엄마였다.


“지함아. 빨리 타!”


“엄마?”


“시간 없으니까 빨리 타라고.”


지함과 대호는 뭔가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바로 엄마의 차에 탔다. 차에 탄 엄마는 라이트를 켜고 조용히 그대로 카페를 스쳐서 지나갔다. 그리고 엄마의 차가 지나가자마자, 또 한대의 차가 엄마의 차를 따르고 있었다. 지함은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의 분위기가 너무 급박하다는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지함은 엄마가 말을 해줄 때까지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지함이 가지고 있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함은 순간 이 전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엄마. 할머니 전화 같은데……”


“받지 마. 이따가 다 얘기해줄게.”


지함은 엄마의 말대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차 안에 지함의 휴대폰에서 나는 진동음만 울리고 있었다. 곧 전화가 끊기고, 잠시 후 문자가 도착했다.


[지함아. 어디니? 할미 왔다.]


지함은 답장이라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엄마의 심각한 표정이 떠올라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는 운전하면서도 그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듯 지함에게 말했다.


“할머니한테 문자 왔지?”


“어.”


“우선 대답하지 마.”


“응.”


지함의 차를 뒤따르고 있는 차는 지함의 아빠 차였다. 그 차에는 함지도 타고 있었는데, 은신처에 숨어서 카페에서의 상황을 살펴보던 함지에게 갑자기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었다. 함지는 그 소리에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그쪽 방으로 뛰어들어 온 사람은 바로 아빠였다.


“함지야. 빨리 나와. 지금 바로 가야 돼.”


“아빠?”


“자세한 얘기는 가면서 해 줄 테니까. 우선은 나와라.”


아빠는 그 방에 있던 태블릿 PC만을 하나 챙기고는 바로 함지를 데리고 나왔다. 카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었던 아빠는 함지와 차에 타자마자, 엄마의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 뒤로 바로 엄마의 차를 따라 쫓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말없이 한 10분 정도를 달려온 두 대의 차는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차를 세웠다. 모두 다 지금의 상황이 많이 궁금했지만, 아무도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차가 멈춘 후에 아빠와 엄마가 차에서 내리자 지함과 함지, 그리고 대호도 따라 내렸다. 아무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니들 몸은 괜찮아?”

“어. 괜찮아.”


“네가 대호지? 너도 괜찮은 거니?”


“예. 괜찮아요.”


아이들의 몸부터 챙긴 엄마는 아이들이 괜찮다는 말에 안심을 하고는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정비결 초판은 가지고 있니?”


“아니요. 아까 뺏겼어요.”


“그럼 혹시 편지 같은 건 받은 건 없고?”


“없는데……”


지함이 대답을 했는데, 대호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가방에서 이지함들에게 받은 오래된 문서를 엄마에게 전했다. 그 서류를 받아서 읽어 본 아빠와 엄마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진짜였어.”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진짜였다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의 다시 한번 살펴보더니, 대호에게 다가갔다. 대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대호의 겁을 풀어주기 위해 온화하게 웃으며 다가가 대호의 손을 잡았다.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대호 너의 역할이 너무 중요해. 네가 우리를 모두 지킬 수 있는 거거든.”


“예?”


“우선, 그럼 토정비결 초판은 카페에 있는 거지?”


“네. 나중에 혼자 들어온 그 사람한테 있을 거예요.”


“우선 우리가 해줄 말이 많기는 한데,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시간이 많이 없어. 니들은 엄마 차에 타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랑 아빠가 가서 어떻게 해서든, 그 토정비결 초판을 가지고 올게. 알았지?”


“엄마, 아빠 거기 너무 위험한 거 아냐?”


“아니야. 아마 우리들을 건들지는 못 할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는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가장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출발했다. 하지만 아빠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그런 아빠의 표정을 눈치챈 엄마는 자연스럽게 아빠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들은 아주 위험한 곳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겁이 나지는 않았다. 그들이 그동안 가장 두려워하고 겁내던 일들은 지금의 위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을 잘 이겨만 내면 진짜 모든 것이 끝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두 손을 꼭 잡고, 다시 카페 하버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