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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ul 07. 2022

육아중에 영화 한 편

여전히 달달한 데이트

나는 영화 보는 걸 참 좋아한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시사회도 열심히 다녔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복학하기 전까지

극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개봉하는 거의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다 볼 정도였고,

불과 결혼하기 전에도 나는 CGV와 메가박스 모두

VIP였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육아를 하다 보니

제일 먼저 달라진 것이 영화였다. 영화를 볼 수 없었다.

물론 그 시기에 코로나까지 터진 것도 사실이었지만,

나에게 영화를 못 본다는 것은 단순히 극장을 못 가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설치해놓은 빔프로젝트로도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쉽지는 않았다. 나에게 영화는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라고 해도, 분명히 여가 시간을 할애하는 정도의 중요도였지, 나의 계획안에 속해있는 활동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여가생활이 줄어든 상황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 그 사실이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영화를 좋아해도, 우리 아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누 것이니까.)


다만, 시간이 생기면 영화가 당기는 건 사실이다. 나에게 우연히 평일 오후의 시간이 생겼고, 아내도 계획되어 있던 일정이 취소되어 반차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둘만의 평일 오후 시간이 생겼고, 나의 마음을 알아챈 아내는 함께 영화를 보자고 했다.


임신 중인 아내는 이동도 극장에서 오래 앉아있는 것도 불편했을 텐데, 기꺼이 함께 보자고 해주었고, 우리는 손님이 없는 작은 극장의 한가운데서 영화를 봤다.


영화는 너무 재미있었고, 아내와 나는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예전처럼 많은 영화를 함께 보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한번 이렇게 보는 영화는 예전과는 다른 무게의 기쁨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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