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에게 처음으로 변호사가 될 거라 말해 준 사람.
나에게 "작가가 될 아이"라고 불러준 사람.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드라마라는 것이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맛으로 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막상 너무 빠져들면 그 시간이 너무 괴로워서 시작도 하지 않고 완결이 되기를 기다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우영우는 그 시간도 결국 참지 못하고 완결전에 시작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뭐. 중간쯤 반영된 시점에 밤새 드라마를 몰아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어쩌면 아주 적당한 시작 시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시작된 드라마 우영우는 화제가 된 것만큼 특별했고, 기대만큼이나 따뜻했습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도 너무 좋은 소재들이었고,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도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것이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데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우영우에게 처음으로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던 주인집 할머니 이야기였습니다. 또래에 비해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아이를 맘 좋게 돌봐주시던 그녀는 아이의 아빠가 하는 자식 자랑에 조금도 의심 없이 빛나는 미래를 말해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절대 빈말이나 거짓말은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어른들이 모든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영혼이 없는 칭찬도 하고, 감정이 없는 동의도 하죠. 하지만 그 할머니의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어쩌면 말도 못 하던 아이가 눈앞에서 형법을 줄줄 외워대는 것을 봤다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제 마음에는 그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응원처럼 들렸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분이 계셨습니다. 중학교에 가서 처음으로 교내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 기뻐해 주시며 저를 응원해주셨던 선생님. 그분은 그저 교내 백일장에서 작은 상을 받은 저에게 항상 "작가가 될 아이"라고 불러 주셨습니다.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를 적었지만, 그래서 특별활동도 과학부를 지망했지만, 그래도 항상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작가가 될 아이는 정직해야 한다."
라는 말을 해주곤 하셨습니다. 신입 교사는 아니셨지만, 처음으로 담임을 맡으셨던 것이어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셨던 선생님. 그런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원래는 잘 치지도 않던 사고와 말썽을 참 많이도 저질렀던 나.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언제나 나의 편에서 항상 믿어주시고 훈육해주셨던 나의 선생님.
저는 대학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제나 가지고 있던 바람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면 꼭 정말 작가가 되었노라고 찾아가겠다는 꿈. 하지만 제가 소설가가 되고 막상 선생님을 찾아보자, 안타까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들에게 정말 사소한 재능으로 희망을 만들어 주고, 응원해주는 것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투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되어, 어느새 세상을 참 차갑게 봐야만 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사회가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표정을 가지고 다가온 우영우 변호사에게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많은 기적과 상상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러니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진실한 응원 정도는 얼마든지 뿌리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