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경력은 아주 길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고, 강의 시간이나 내 교육을 들은 교육생을 데이터로 정리해도 비슷한 경력의 그 어떤 강사들보다 많을 것이다. 그런데 2시간을 온전히 내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었다.
짧은 인터뷰를 하거나 서면으로 인터뷰를 해서 기사에 나간 적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깊지도 않았고 나보다는 회사나 내 일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심이 되곤 했다. 그래서 이번 모임을 준비하면서 참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꽤 많이 떨렸기 때문이다.
모임 며칠 전에 인원이 많지 않다는 연락이 왔었다. 내심 섭섭하기도 하고,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도 하며, 덤덤하게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고 현장에 도착하자, 담당자께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말씀해주셨다. 나와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나서 며칠 사이에 갑자기 많은 분들께서 모여주셨다고.
그리고 잠시 후 그분들께서 약속된 장소 모이기 시작하시자 내 심장이 조금씩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분들께서 모두 모인 자리에 들어갔고, 평소와는 다르게 수줍은 인사로 모임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소설을 쓰고 있는 박희종입니다."
이 모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몰라, 김영하 작가님께서 나오는 "유 퀴즈"를 봤었는데, 거기에 김영하 작가님께서 소설가들은 이렇게 인사를 한다고 해서 과감하게 따라 해 본 것이다.
모임은 그냥 내가 준비한 이야기들로 채워 나갔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부터 직장생활을 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다시 소설가가 된 이야기. 또 지금까지 출간된 내 작품의 이야기나, 내가 소설가로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과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 이야기까지. 나도 모르게 술술 내 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고, 나만의 생각인 줄은 모르겠지만, 모두 재미있게 들어주시는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 혹시나 나에 대한 질문이 있을까 마련한 질의응답 시간이 왔다.
나는 솔직히 이 시간이 제일 부담스러웠다. 너무 평범한 사람인 내가, 그저 운이 좋아 소설책을 냈다고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인데, 과연 2시간이나 내 이야기를 듣고도 더 궁금하신 게 있을까?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정말 다양한 질문들을 해주셨고, 나는 다행히도 내가 대답을 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대답들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2시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나를 기다리던 아내에게 달려갔다.
"어땠어?"
"재밌어!"
정말 재미있었다. 누군가에게 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시간이 즐거웠고, 감사했다. 심지어 아직 전혀 유명하지도 않은 나를 보기 위해 주말에 소중한 시간을 내서 자리해주신 모든 분들이 그저 나에게는 모두 감동이었다.
소설가가 되고, 가장 즐거운 것은 내 머릿속의 이야기들이 책이 돼서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험은 마치 내가 소설가가 되어 세상에 처음 나온 기분이었다. 그래서 정말 이번 경험으로 인해 내가 소설가가 되기 잘했다는 생각과 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각오가 더 굳건해지는 주말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