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자신의 분신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그녀를 다시 찾아올 용기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떠난 엄마의 자리에서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엄마의 수족이 되어주었던 두목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었고, 예전처럼 권력자들이나 부자들을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점쟁이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왔어?”
“늦었네. 미안.”
“아니야. 때가 지금인 거야.”
“그렇게 말하지 좀 마. 지겨워.”
“직업병이지. 뭐.”
“그 다리 도대체 뭐야?”
“재미있지?”
“아니 소름 돋아.”
사건이 있었던 날. 그 강에는 20명이 넘는 사람이 빠졌다. 처음에는 남자가 빠졌고, 그다음에는 두목과 그의 일당 17명이 빠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의 엄마도 빠졌다. 그런데, 결국 그 강에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자의 분신이 미리 사람들을 불러 쉽게 구조를 할 수 있었던 점도 있었지만, 다리의 높이와 강의 깊이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기적이었다. 실제로 같은 강이 흐르는 바로 밑에 있는 다리에서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발 다리’라고 불리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렇게 많이 뛰어내릴지는 몰랐지.”
“그럼?”
“그냥. 언니가 그 다리로 자꾸 가는 건 알았대.”
“뭐?”
“그 다리가 있는 곳이 풍수지리상 죽은 사람도 살리는 자린데, 그곳에 지은 다리니까, 흔한 사고 한번 안 나는 곳이었대, 그런데 자꾸 죽고 싶다는 사람이 거기로 가니까. 죽을 팔자가 아니구나 했다고.”
“그것도 웃기네.”
“그런데 언니도 알았을 거래.”
“뭘?”
“형부도 거기 죽으러 간 거라며?”
“그렇지.”
“그냥, 둘 다 죽겠다고 다리를 찾아갔는데, 죽은 사람도 살리는 자리로 기어 들어 간 거고, 거기서 죽겠다는 두 명이 만나니까. 새로운 생명이 둘이나 생긴 건지도 모른다고.”
“말이 되나?”
“뭐. 말이 되는 게 있었나?”
둘은 각자의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씩 마셨다. 그리고 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이번에는 여자의 분신이었다.
“엄마는?”
“여전하시지.”
“아직도 제정신은 안 돌아오신 거지?”
“난 차라리 영원히 안 돌아오셨으면 좋겠는데.”
“맞아. 차라리.”
“그동안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하셨는지, 정신만 20대가 아니라, 몸도 20대만큼 건강하시데……”
“그냥 남은 여생 좀 외로워도, 그대로 아빠나 기다리며 살았으면 좋겠네.”
“그러니까.”
여자와 여자의 분신은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 그리고 그 차를 마시고 여자는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도 둘은 아주 가끔 서로의 자리에 찾아가 차를 마셨다. 그냥 여느 자매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