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아 육아.
7살 4살짜리 두 딸을 키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있다.
"학원은 뭐뭐 보내?"
"학습지나 교육프로그램 돌리는 거 있어?"
우리는 없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둘째는 어린이집 외에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다. 첫째는 하원 시간 때문에 피아노를 보내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일정을 마치고 집에 모이면, 저녁을 먹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는 것이 다다. 심지어 평일은 9시 전에 재우는 것이 목표다 보니, 정말 특별히 하는 것도, 특별한 것을 할 시간도 없다.
거실에 TV가 없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종이 접기나 그림 그리기를 많이 하고,
책이나 소꿉놀이를 하면서 놀고, 우리는 평일에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주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주로 늦잠을 자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아침을 먹고, 주말이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한편 보여주기도 한다. 날이 좋으면 공원 같은 곳에 놀러 가고, 날이 좀 안 좋으면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기도 한다. 뭐 당연히 여행을 가는 주도 있고, 한 달에 두 번은 외가 친가를 방문한다.
핵심은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공부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배움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내지 않는다. 우리는 둘 다 그 나이에는 신나게 노는 것이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인데, 가끔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는 주변 부모들을 보면 이게 맞는 것일까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무엇인가를 시킬 것이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아직도 '아니'라고 확실히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둘 다 스스로의 장래를 스스로 결정했다. 나는 문과를 선택하고 대학의 전공을 선택할 때도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았고, 그렇게 선택해 왔다. 나의 선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나고 보면 스스로의 선택이어서였는지, 후회는 해도 원망을 하지는 않는다.
아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놀게 하면서도 무수한 고민과 유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어유치원을 다녀서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또래 아이들을 보거나, 다양한 학원들을 다니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체크해 보는 아이들,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되는 영재 프로그램들과 뛰어난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우리는 서로에게 묻는다.
"우리 아이들 이렇게 계속 놀게 해도 될까?"
하지만 그 질문들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땀을 흠뻑 흘리며 놀고 나서 나에게 달려오는 표정을 보며 싹 가시고는 한다.
"저렇게 신나게 노는 것이 나쁠 리 없어."
"이렇게 즐거운 추억들이 아이들에게 해가 될 리 없어."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더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면 자랄수록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자주 찾아오겠지만,
버틸 만큼 버텨볼 생각이다. 내가 버티는 만큼 우리 아이들에게는 철없는 아이 때의 추억들이 소복이 쌓여나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