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계 대통령

내 어릴 적 꿈을 소개합니다.

by 박희종

넌 커서 뭐가 될 거니?


어릴 적 제일 많이 듣던 질문에 내 대답은 항상 이거였다.


세계 대통령이요.


그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통령이 꿈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꿈을 꾼 듯했지만 그 와중에도 똑같은 꿈은 싫었는지 서계 대통령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꿨다.


하지만 더 크면서 과학자를 거치고, 의사를 거치고, PD와 카피라이터가 되었다가 결국은 연극쟁이가 되었었다.

가장 진지한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나서, 성인교육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나는 다시 문득 대통령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보람을 엄청 느끼던 시기여서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일도 할 수 있겠다는 자만이 돋아난 것이다.


정치의 꿈은 고작 3일을 가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경험이었다. 문제는 내가 항상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마다, 욕심이 그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큰 꿈을 말하고 싶은 욕심. 남들에게 더 많이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 결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다이내믹한 한국의 정치 상황을 경험하다 보니, 대통령이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높은 자리에 앉아 군림하는 사람도 아니고, 압도적인 권력으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우리에게 권력을 빌려,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나는 우리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도 지자체장도 국무위원도 그리고 대통령도 모두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권력이 있고, 결정권이 있고, 많은 보상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결국 우리에게 힘을 빌린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무거운 한 표를 힘차게 빌려주고 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냥 놀게 두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