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난 더 행복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행복부터 솔선수범
나는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큰 사건들보다는 소소한 순간으로 행복을 느끼는 편이다. 내가 주로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는 와이프와 집 주변을 산책하는 일이나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을 때, 자기 전에 마른안주나 과자에 마시는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일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삶의 사소한 행복을 잘 찾아서 행복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찾아오면서 저 사소한 행복이 어려워졌다. 와이프가 입덧이 좀 심한 편이어서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는 것이 힘들었고, 아이가 나오기 전에 가진통이 있어서 가벼운 산책도 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임신과 수유로 한동안은 맥주를 마시지 못했다.(얼마 전에 마지막 수유를 하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신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러니 아이가 생기고 나서 우리 부부의 소소한 행복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물론 아이는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엄청난 행복을 주기 시작했다. 정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백일쯤이 되면서 아이가 부모의 표정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내 눈에는 우리 아이가 나의 표정을 보고 참 잘 웃는 것 같다)
아이는 놀다가도 내가 눈을 맞추고 웃어주면 따라서 웃는다. 와이프는 아무리 피곤해도 힘들어도 아이를 보는 순간 가장 밝은 미소를 짓는데 아이는 엄마의 웃는 얼굴만 보면 따라서 밝게 웃는다.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퇴근하고 아이만 안고 있으면 우리 아이가 더 잘 웃게 하고 싶어서 눈을 맞추고 항상 웃는다. 그럼 그때마다 아이는 뭘 아는 듯이 항상 같이 웃는다. 그때 나는 다짐을 했다.
내가 더 행복해져야겠다고.
아이는 부모의 얼굴을 보며 자란다고 한다. 특히 어릴수록 아이의 세상은 부모의 표정으로 인지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보이는 부모의 얼굴은 하늘 같을 것이다. 부모가 우울하면 아이는 우울한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이고, 무표정한 표정의 부모와 생활하는 아이는 무채색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짜증이 가득한 부모는 아이의 세상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아이가 사는 세상은 밝고 따뜻한 세상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나와 나의 와이프가 행복해야 한다. 물론 우리가 아이를 위해 우리의 감정을 감추고 숨기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아무리 아이어도 알아차리지는 못해도 분명히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내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노력한다면 그 노력이 감추거나 숨기려는 노력보다는 더 행복하고 즐거워지려는 노력이고 싶다.
부부만이 살던 시절 내가 느끼던 사소한 행복은 지금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 아니어서 슬프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지나면 다시 찾아올 것이고, 대신 지금은 지금만 느낄 수 있는 더 많은 행복들이 순서대로 찾아오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가 눈만 떠도 너무 행복했고, 그다음엔 가끔씩 찡긋하는 배냇짓에 우리 부부가 쓰러지곤 했다. 요즘엔 아빠 다리 위에서만 응가를 하는 것에 빵빵 터지고, 한 번씩 터지는 옹알이에 연신 카메라를 켠다. 잃어버린 거에 비해 더 많은 기쁨들이 찾아오니 우리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난 더 행복해져야겠다. 우리 아이가 자라면서 만나는 세상이 좀 더 따뜻하고 밝기를 바라기에 단순하게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 삶 전체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내가 사회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떤 것을 이뤄나가고 있는지 아이와 떨어져 있는 나의 시간은 어떤 표정으로 살고 있는지도 아이에게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사회적인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곳에서 주로 짓는 표정, 주로 하는 말, 주로 느끼는 감정들이 집으로 왔을 때 아이에게도 묻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 열심히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면서 재미있게 사회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아기도 더 밝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이의 핑계를 대지 않아보려고 한다. 아이 때문에 외식도 못하고, 아이 때문에 맛있는 식사도 못해먹고, 아이를 기르다 보니 예쁘고 멋있는 옷도 못 입고, 좋아하는 영화도 한편 못 보고, 이 모든 이유가 아이가 된다면 우리는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나는 요즘 요리가 늘고 있다. 밖을 잘 나가지 못하는 와이프를 위해 와이프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되도록이면 집에서 해주려고 한다. 비록 가서 사 먹는 것만큼 맛있을 수는 없어도 비슷하게 흉내는 내고 있다. (정 안 되는 메뉴는 가끔 무리해서라도 나가거나 내가 포장을 해온다.)
영화는 한동안 극장에서 보는 건 포기해야겠지만, 여전에 침실에 설치했던 스크린과 빔을 다시 설치하고 육아 퇴근 후에 오붓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볼 생각이다.
옷도 비싸진 않아도 예쁜 옷을 샀으면 하고, 나도 입고 싶어서 열심히 와이프를 설득 중이다.
우리의 삶에 아이가 찾아온 것은 우리 가족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 중요한 사건이 나 개인이나 우리 와이프 삶에 마이너스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지치고 힘들어도, 어렵고 고단해도 우리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도 우리 개인도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우리의 가족으로 자라서 한 명의 개인으로 성장할 아이의 삶도 더 튼튼한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모님의 세상에서 자라나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자라면서 살아온 세상이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바탕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가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면, 우리의 세상부터 행복하게 만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