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나의 모든 후회와 미련을 리셋 시켰다

타임슬립 스토리 파괴자

by 박희종

나는 가끔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내가 바보 같은 선택을 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모든 걸 되돌려보고 싶기도 했었고, 지금은 알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던 것들을 통해 미래를 바꿔보고 싶기도 했었다. 후회를 많이 하는 삶을 살지도 않았고, 현재의 나를 그렇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지만 가끔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을 해보게 됐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많은 매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중에 하나가 바로 타임슬립류의 콘텐츠들이다. 나 역시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너무 좋아해서 백 튜더 퓨쳐에서부터 어바웃 타임까지 많이 챙겨보고는 했다. 특히, 어바웃 타임의 경우 와이프도 참 좋아하는 영화여서 여러 번을 봤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운명의 여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몇 번씩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이나 바꿀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 오는 날 결혼식을 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에게 가장 무겁게 다가온 장면은 아버지와의 이별 장면이었다. 남자들만 과거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이 집안에서 태어난 남자 주인공은 결혼을 하고 둘째가 태어난 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그리울 때마다 과거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 역시 그 능력을 알다 보니 미래로부터 온 아들과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어느 날 와이프가 셋째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와이프는 단지 아이를 더 낳고 싶은 것이었지만 남자에게는 과거의 아버지와도 정말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가 생기는 순간부터 자신이 과거로 가는 행동만으로도 미래가 바뀌어서 아이가 있는 미래가 달리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나에게 오기 전에는 나는 이 장면이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신선한 설정이었고, 재미있는 스토리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아이가 오고 나니 나 역시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주인공의 입장으로 쉽게 이입이 되어 나 역시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정말 모든 선택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지금 대박 난 주식정보나 로또 1등 번호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지금의 현실을 엄청난 미래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 시점이 아이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고민의 여지도 없이 나는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 상상이 지금의 이 아이가 내 곁에 없을 것이라는 상상으로 이어진다면 결코 웃으면 떠올릴 수조차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때 모든 타임슬립 스토리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아이의 탄생이다. 모든 부모는 과거를 후회할 수는 있어도, 아이가 없는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고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고백 부부에서는 우연히 20대의 과거로 돌아간 이혼을 앞둔 부부가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 과거가 즐겁고 새로운 기회로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현실에 두고 온 아이의 생각이 간절해진다. 특히, 여자 주인공의 경우 과거에서는 너무나 그리웠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있고, 현실에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가 있다. 현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을 때, 여자 주인공에게는 엄청난 심적 갈등이 생긴다. 이대로 사랑하는 어머니와 계속 살면서 돌아가시지 않게 미래를 바꿔볼까? 아니면 현재로 돌아가서 너무 보고싶은 아이와 다시 살아갈까? 여자 주인공은 괴로워하지만 결국 현재로 돌아오는 선택을 한다.


우리는 수많은 후회와 미련으로 과거를 돌아본다. 가끔은 그때의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후회의 리셋은 결국 아이의 탄생으로 이룰 수 있다. 그 모든 후회와 미련을 남겼던 수많은 선택들이 이어져서 지금 내 곁에서 세상을 모두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이 보물과 만나게 해 준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과거의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과거의 모든 선택이 지금의 우리 가정을 만들어 주었고, 지금부터의 나의 선택이 우리 가정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후회와 미련은 이 아이를 만나는 순간부터 이 아이를 만나기 위한 필연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나는 이제 그 어떠한 후회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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