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얘가 우리랑 놀아주는 주는 것일지도 몰라
나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 같아
너무 웃어서 턱이 아파 본 경험이 있는가
와이프와 연애를 하던 시절. 함께 여행을 가서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턱이 먼저 아팠던 적이 있다. 내가 와이프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내가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았다.
요즘 나는 회사에서 아무리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도 아이와 놀다가 보면 턱이 제일 먼저 아프다. 같은 기준으로 내가 아이를 그만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더 재밌는 사실은 이 사랑은 아직 짝사랑이라는 것이다. 이제 백일이 갓 지난 아이는 아빠를 알아보기보다는 그냥 사람의 품을 좋아해서 내가 아닌 누구에게도 신나게 안겨있다. 심지어 요즘에 아이가 제일 잘 웃는 타이밍은 아빠의 품에 안겨서 엄마를 보는 건데, 엄마를 향해 웃고 있으면 나는 심지어 그 표정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소리를 내며 웃을 때는 나도 모르게 신나서 더 많이 웃고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서는 이건 분명히 짝사랑이다.
"원래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지는 거야"
어디선가 들었던 사랑에 대한 슬픈 진실인데,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평생 이기지 못할 것이다.내가 평생 이아이를 더 많이 사랑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혹시 어쩌면 얘가 나랑 놀아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항상 우리가 아이와 놀아준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싸한것이 왠지 얘가 우리를 좌지우지 한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한 증거로 내가 아이와 놀 때, 내가 더 열심히 논다. 안아도 주고 이상한 소리도 내고 비행기도 태웠다가
눈 마주치고 열심히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나는 얘랑 놀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는 가만히 눈을 마주치다가 한 번씩 웃어주는 게 다다. 근데 나는 그 미소 한 번에 심쿵을 당하고, 한번 더 보겠다고 더 열심히 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나는 항상 턱이 아플 정도로 웃고 있는다.(결코 내 턱에 이상이 있거나 원래 약하지도 않다. 그냥 턱이 아플 정도로 웃고 있을 뿐이다. 무의식적으로)
그러니 그 말은 결국 아이와 내가 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더 즐거운 사람은 나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옹알이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항상 아이와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가 옹알이만 시작하면 나는 진짜 신나게 이 말 저말 이소리 저 소리를 정신없이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아이는 더 이상 하기 싫어지는 순간 그만하고 만다. 여기서도 결국 그 몇 마디를 듣겠다고 몇 배나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아빠인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아이가 누구를 만나던지 그 사람들도 아이와 놀기 위해서 아이 앞에서 온갖 재롱을 피운다.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 같은 때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온 가족이 아이의 미소 한번 보겠다고 모두 도전한다. 그중에서도 항상 근엄하거나 고상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든 체통을 다 내려놓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신다. 그럼 아이는 그중에 한 명을 선택해서 웃어주고는 상으로 한번 안겨준다. 이쯤 되면 아이가 우리와 놀아주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인 갑질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기꺼이 아이와 놀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받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가 우리와 놀아주는 그 시간 동안 삶에서 받은 다양한 스트레스 다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 기분전환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를 기른다고도 하고 아이를 본다고도 하기도 하며, 놀아준다 라거나 키운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들 속에서 더 많이 자란 듯하고, 더 재미있게 노는 것도 같고 마음이 커가는 것도 나인 것 같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아이를 기르고 있다고는 말하지만
우리가 그 아이를 통해 더 많은 기쁨을 받고 있다.
그러니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라는 말보다는 아이와 함께 논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빨리 성장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이는 그 시기에 맞는 귀여움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기쁨을 주곤 한다. 그러니 제발 아이를 보는 것이 힘들다는 걱정으로 누구보다도 예쁜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도 아이와 더 재미있게 놀 계획을 세우며 함께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